더위 때문에 벌게진 줄 알았더니...안면 홍조, 알고보니 ‘이것’ 대표 증상? [생활 속 건강 Talk]

50세 폐경 전후 여성호르몬 줄면
안면홍조·가슴 두근거림 나타나
우울감 등의 정신적 변화도 동반
일상변화 기록해 의료진과 상의
필요시 경구용 호르몬치료 병행

52세 여성 A씨는 최근 들어 유독 땀을 많이 흘리고 얼굴에서 열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때아닌 가을 폭염에 ‘요즘 날씨가 더워서 그런가’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한밤중 더위 때문에 수시로 잠에서 깨고 이로 인해 피로가 쌓여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자 병원을 찾았다. 그곳에서 A씨는 갱년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갱년기란 노화로 인해 난소기능과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감소해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겪게 되는 것을 말한다. 여성의 경우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폐경 전후에 흔히 나타난다. 남성 역시 노화로 인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줄어들면 갱년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지속 기간은 평균 5~8년이다.

윤보현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갱년기란 폐경이행기(40대 중반에 4~7년정도 월경이 불규칙해지는 시기)과 폐경주변기(완전한 폐경 후 1년정도까지의 시기)를 합쳐서 부르는 말”이라며 “후끈한 느낌과 땀이 나는 등의 혈관운동성 증상이 심해지고 감정기복이 커지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갱년기 증상으로는 안면홍조와 수면장애, 발한, 가슴 두근거림, 질 건조증, 질염, 배뇨곤란, 피로감, 어지럼증, 두통, 기억력 장애, 관절통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요즘과 같은 고온다습한 날씨에는 체온 조절 기능이 떨어져 발한이나 안면홍조가 악화될 수 있다. 김윤미 대동병원 종합건강검진센터 과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갱년기에는 야간 발한이 흔히 나타나는데 더운 날씨까지 더해지면 수면장애를 겪을 수 있다”며 “자연스러운 신체 변화지만 증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힘들다면 의료기관에 방문해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갱년기에 접어들면 신체적 변화 외에 우울감, 불안, 신경질 등의 정신적 증상도 동반될 수 있다. 류승호 강북삼성병원 헬스케어데이터센터 교수는 “특히 폐경 전에 중증도의 갱년기 증상을 경험하는 여성의 경우 호르몬의 변화에 따른 우울증에 더 취약할 수 있다”며 “신체뿐 아니라 정신건강을 포함한 포괄적인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갱년기 증상이 나타났다면 우선 경험한 변화들을 자세히 기록해두는 것이 좋다. 증상을 처음 인지한 날이 언제인지, 몸으로 느낀 증상으론 무엇이 있고 그중 가장 불편한 건 무엇인지 등이다. 식습관과 활동량, 스트레스 지수, 기저질환, 복용약 등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를 토대로 의료진과 상담할 경우 보다 적절한 대처가 가능하다.

갱년기 증상을 극복하려면 선풍기나 에어컨 등을 이용해 환경을 비교적 시원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통기성이 우수한 옷을 착용하는 것도 체온 조절에 도움을 준다. 땀 배출이 많기 때문에 충분한 수분 섭취를 통해 전해질 불균형을 예방하는 것도 필요하다. 가벼운 운동이나 명상, 심호흡 등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면 더욱 좋다.

갱년기 증상 완화를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차도가 없다면 의료기관에 방문하는 것도 필요하다. 생활습관 개선과 더불어 폐경호르몬 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선미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산부인과 교수는 “폐경호르몬 요법으로 여성호르몬제의 경구복용법이 흔히 사용되는데 증상의 불편 정도에 따른 개개인의 선택 문제긴 하나 안면홍조, 가슴 두근거림, 발한 완화에는 확실히 효과적”이라며 “폐경 전후 증상이 조절됐다면 그 이후엔 복용을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호르몬치료에 의한 유방암 발생 위험도는 1년 복용 인구 1300명당 1명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에 복용 시점에 유방암 환자가 아니라면 실보단 득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며 “비뇨생식기 위축 증상에는 보습제나 윤활제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특히 갱년기는 자녀들이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인 경우가 많아 정신적으로 힘들 수 있기 때문에 혼자 극복하기 어렵다면 의료진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며 “에스트로겐을 보충해주는 것이 효과적인데 갱년기 때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면 폐경기 때 경험할 수 있는 고혈압, 심혈관계 질환, 뇌졸중, 골다공증 등에 대한 예방적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