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미리 망했습니다

이 영상을 보라. 2019년 슈퍼볼에 나왔던 영상인데, 한때 한국에서 ‘독3사’ 또는 ‘벤비아’ 중 하나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던아우디의 광고다.

이렇게 잘 나가던 아우디, 근데 언제부턴가 도로에서 잘 안보이는 느낌적 느낌? ‘요즘 아우디가 도로에 잘 안보이던데 왜 그런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자율주행이나 이런 미래 자동차의 어떤 새로운 기술 쪽에 ‘기술의 아우디’니까 이런 쪽도 우리가 좀 선도적으로 해야 되겠다고 해서 많은 시간과 투자를 했는데 그러한 부분들이 빨리 상용화나 보편화가 안 되는 부분에서 에러가 났다.

결론부터 말해 아우디 몰락의 원인은 국제적으론 전기차 전략의 실패, 국내적으론 마케팅의 실패라고. 향후 전망도 그다지 밝진 않은데, 그 이유는 영상 끝까지 보면 알 수 있다.

우선 글로벌 시장에서 아우디가 망하고 있는 이유. 아우디 자체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생산량은 세계적으로 전년 대비 11.8% 쪼그라들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37.9%나 추락했다.

이렇게 세계 공통적으로 아우디가 안 팔린 건 아무래도 신차가 안 나온 게 표면적 이유. 최근 신차 출시 소모기간은 BMW가 평균 3년, 메르세데스벤츠가 3.6년 정도인 데 반해 아우디는 6년이나 됐다.

아니 그럼 신차를 내면 되지 도대체 뭐가 문제? 이건 사실 아우디뿐만 아니라 얘네가 속한 폭스바겐 그룹 전체의 전기차 내지는 소프트웨어 전략이 박살난 탓.

요즘 차는 테슬라 같은 전기차가 주를 이루는데다 정보표시,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 기능이 많다보니이걸 통제할 시스템이 중요해지고 있다.

초조했던 폭스바겐 그룹은 자사 브랜드에 다 적용할 수 있는 통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고 2019년 ‘카리아드(Cariad)’라는 자회사를 만든다.아우디는 특히 이 프로젝트의 중심에 있었는데,Q6와 A6 등 신차 모델이 모두 카리아드 기반이었다.

폭스바겐 그룹은 유럽 5개국에 10개 브랜드를 가진 내연차 분야의 거인이다.정교한 내연엔진 기술력과 품질이 최대강점인데, 문제는 최근 시장 추세가 점점 이쪽과 멀어지고 있단 것.

문제는 이 카리아드 프로젝트가 처참히 실패했다는 것.4년 간 우리돈으로 10조원, 개발인력만 수천 명이 들어갔는데 기술력을 극복하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신차가 안 나오니 아우디는 경쟁사들에게서 뒤쳐졌고, 소프트웨어 개발에 돈을 펑펑 쓰느라 현금마저 부족해지니 폭스바겐은 결국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75년 된 아우디 공장을 지난 2월 폐쇄하기도.그러니까 폭스바겐 그룹의 실패한 전략, 그 가장 큰 희생양이 아우디인 것.

그러면 아우디는 국내 시장에선 왜 망하고 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정가에 사면 호구’ 되는, 제살깎아먹기식 판매때문.

아우디가 국내에서 ‘독3사’ 이미지를 구축한 건 2000년대 이후. 하지만 2015년 ‘디젤게이트’가 터지는데,폭스바겐 그룹 등 유럽 회사들이 디젤 차 배출가스량을 조작한 게 들통난 거다.

환경부는 이듬해 아우디 포함 폭스바겐그룹 47개 차종 약 20만대를 인증취소·판매중지 시켰다.재인증이 이뤄지기까진 1년 반 넘게 걸렸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늦게 인증받게 되면 전 모델을 갖다가 팔게 되잖아요. 도입 예정이었던 모델들이 늦게 출시되고 이러면서 실제 그런 신차 발표 경쟁에서도 밀린 거죠.

그 사이 한국 시장에선 제네시스나 볼보, 테슬라 등 강력한 새 경쟁자가 등장. 마음이 급해진 아우디는 실적을 회복하려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데, 이게 킥이 됐다.

일단 브랜드 이미지 훼손. 2000만원 넘게 차값을 깎아주면서 초반에는 효과를 봤지만, 고급 외제차라는 브랜드 이미지 자체에 금이 갔다.

실적 압박에 딜러업체들이 들고 일어나기까지 했는데이 갈등은 서비스센터 폐업으로 이어지기도. 아우디 서비스센터는 전국에 40개 정도였는데, 최근엔 29개까지 줄었다. 지방 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A/S 받기 힘드니 사려는 사람이 더 없을 수밖에.

아우디,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아우디는 올해 말 전후 신차를 대거 발표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어떻게 될진 알 수 없다. 판매량 부진의 가장 큰 지분이 중국시장이기 때문인데, 사실 BMW와 벤츠도 중국에선 다 고전 중이다.아우디는 이들보다도 중국시장 지분이 더 크다고.

이렇게 보면 사실 아우디의 몰락을 통해 중국 의존도가 너무 커져버린 독일 자동차업계의 일면도 엿볼 수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