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심증-심방세동 동시 발생, 최적의 약물치료법 찾았다
- 심방세동 치료제만 단독 사용했을 때 효과·안전성 더 높아
- 서울아산병원, 국내 최초 9번째 NEJM 논문 게재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다. 전 세계 사망원인 1위로 거론될 만큼 흔하면서 생명과 직결되는 위험한 질환이기도 하다. 또한,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지는 ‘심방세동’은 부정맥 중 가장 유병률이 높은 질환이다.
관상동맥 질환과 심방세동은 동시에 나타나기도 한다. 서울아산병원 자료에 따르면 통상 관상동맥 질환 환자 10명 중 1명이 심방세동을 함께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런 환자 수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두 질환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치료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두 질환이 동시에 나타날 경우 사용하는 치료제 간의 상호작용 등으로 인한 부작용 위험이 크다고 알려져 치료의 최적화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남기병, 박덕우, 조민수, 강도윤 교수팀은 이에 대해 심방세동 치료제만 복용하게 함으로써 보다 안전성이 높은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관상동맥 질환과 심방세동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힘으로써 혈액을 공급받지 못한 심장 근육이 손상돼, 심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 관상동맥 질환의 기본적인 현상이다. 또한, 심장을 움직이게 하는 전기 신호에 이상이 발생해 비정상적인 수축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것이 심방세동이다. 관상동맥 질환과 심방세동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는 메커니즘이다.
이밖에도 관상동맥 질환이 발생함으로써 체내 염증과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할 수 있으며, 심장 근육이 비대해지거나 경직됨으로써 심장의 구조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런 것들 또한 관상동맥 질환과 심방세동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게 하는 원인이다.
출혈 위험성 높이는 복합치료법
일반적으로 관상동맥 질환은 ‘항혈소판제’를 사용해 치료한다. 혈소판의 응집을 억제함으로써 혈전의 형성을 줄이는 원리로, 주로 동맥에서 발생하는 혈전 예방에 쓰인다. 관상동맥이 좁아지면 혈소판 응집 가능성이 높아져 혈류 공급에 문제가 생기게 되므로 항혈소판제를 써서 이를 예방하는 것이다.
한편 심방세동은 주로 ‘항응고제’를 사용한다. 혈액이 굳는 과정에 작용해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는 원리로, 정맥에서 발생하는 혈전 예방에 효과적이다. 심방세동은 전기적 신호 이상으로 혈액 흐름이 불규칙해지는 현상을 유발한다. 이로 인해 혈액에 정체가 발생하면 쉽게 혈전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이를 고려해 항응고제를 쓰는 것이다.
두 가지 치료제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용하지만, ‘혈전 형성을 예방’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하지만 이 둘을 동시에 사용할 경우 지혈 작용이 크게 감소하기 때문에 출혈 발생 시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관상동맥 질환과 심방세동 중 한 가지만 있을 경우는 비교적 안전한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두 가지 질환을 동시에 앓는 경우는 복합적인 관점에서의 치료 접근이 필요하다.
심방세동 치료제만 복용해도 효과
항혈소판제와 항응고제는 서로 다른 기전으로 작용하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혈액을 ‘묽게’ 만든다. 때문에 두 가지를 함께 복용할 경우 부작용 위험이 커진다고 알려져 있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연구팀은 관상동맥 질환과 심방세동이 함께 나타난 환자 1,040명을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복합치료 집단)은 항혈소판제와 항응고제를 모두 복용하게 하고, 다른 한 그룹(단독치료 집단)은 심방세동 치료제인 항응고제만 복용하도록 했다.
1년 동안의 치료효과를 분석한 결과, 심방세동 치료제만 복용한 단독치료 집단에서 사망, 뇌졸중, 심근경색, 출혈 등의 문제가 약 56% 낮게 나타났다. 보다 안전성이 높은 결과를 낸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남기병 심장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약물치료지침을 최적화해 환자들의 예후가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를 토대로 지난 1일(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Congress 2024)’의 메인 세션 발표를 진행했다.
또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높은 권위를 인정받는 임상 논문 저널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IF=96.2)에 논문을 게재했다. 이는 서울아산병원에서 9번째로 게재하는 것으로,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손에 꼽는 수준의 의학적·학술적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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