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 신화’의 어머니로 불리는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오는 6월 회장 자리에 오른다. 내수 기업이었던 회사를 해외 매출 비중 80%에 육박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공로다. 하지만 실적과 주가의 상승 랠리 이면에는 단일 브랜드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와 낮은 주주환원, 거버넌스 리스크 등의 우려도 공존한다. 새로운 ‘김정수 체제’를 맞이한 삼양식품이 넘어야 할 핵심 과제들을 심층 진단한다.

2012년 출시된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흥행으로 삼양식품은 단기간에 대표 K-푸드 기업으로 도약했다. 그러나 불닭 브랜드의 압도적인 성공이 오히려 회사의 사업 구조를 단일 브랜드 중심으로 고착시키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막대한 현금이 신사업 발굴이나 인수합병(M&A)보다는 생산능력 확대에 집중되면서 글로벌 수요 변화나 수출 환경 악화 시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쌓이는 현금·늘어나는 투자…불닭 생산에 집중된 자본
20일 삼양식품의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 등 즉시 동원 가능한 자금은 5600억원 수준이다. 매년 수천억원씩 늘어난 이익잉여금도 1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불닭 시리즈의 글로벌 흥행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축적된 자본이다.
다만 회사의 자본 배치 방향은 상당 부분 불닭 생산능력(CAPA) 확대에 집중되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1830억원을 투입해 밀양 제2공장 증설을 완료했으며, 현재 중국 저장성 자싱시 생산법인에도 총 8개 생산라인 증설을 진행 중이다. 올해 초에는 강원 원주공장 설비 확충을 위해 2000억원 규모의 무보증 공모사채도 발행했다. 공장 증설로 인해 자본적지출(CAPEX)이 2023년 45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4500억원으로 급증하면서 2024년 1295억원이었던 잉여현금흐름(FCF)은 지난해 마이너스(-)1397억원으로 전환됐다.
이처럼 회사가 공격적인 공장 증설에 나서는 이유는 불닭 브랜드의 글로벌 수요가 공급 능력을 초과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생산 확대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불닭 시리즈의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삼양식품의 면 수출액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불닭소스 역시 별도 제품군으로 자리 잡으며 지난해 소스 매출은 687억원으로, 출시 첫 해인 2019년 대비 6배 이상 늘었다.
다만 시장에서는 현재의 투자 방향이 지나치게 단일 브랜드 중심으로 쏠려 있다는 점을 리스크로 보고 있다. 이처럼 특정 브랜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소비 트렌드 변화나 현지 규제, 수출망 차질 등이 발생했을 때 기업 전체 실적이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신제품 흥행 부진에 신사업 M&A 실종…깊어지는 고민
불닭의 성공은 삼양식품의 글로벌 도약을 이끈 핵심 동력이지만, 동시에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라는 과제를 남겼다. 실제 회사는 ‘포스트 불닭’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나 아직 불닭 수준의 흥행작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삼양식품 역시 단일 브랜드 의존 리스크를 인지하고 있어 수 년간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앞서 2023년에는 매운 국물라면 브랜드 ‘맵탱’을 론칭하고 흑후추소고기라면, 마늘조개라면, 청양고추대파라면 등을 출시했다. 이어 올해 초에는 건면 브랜드 ‘탱글’도 선보였지만 아직까지는 시장으로부터 큰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 전략 역시 여전히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글로벌 식품기업의 경우 일반적으로 현금창출력이 커질수록 신규 카테고리 확대나 적극적인 M&A를 통한 신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서지만, 삼양식품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청사진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해 소스 전문 기업 '지앤에프(GNF)' 지분 100%를 600억원에 인수하긴 했으나 이는 기존 주력 제품의 소스 밸류체인을 내재화하기 위한 효율화 작업일 뿐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과는 거리가 멀다.
삼양식품이 본업인 라면을 벗어나 외식업 등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M&A 카드를 꺼내든 것은 2016년 수제버거 프랜차이즈 '크라제버거' 인수가 사실상 마지막이다. 최근 시장 안팎에서는 견과류 전문기업 '바프(HBAF)' 인수설이 거론되며 사업 다각화에 대한 기대감이 돌기도 했으나, 회사 측이 "검토한 바 없다"며 선을 그으면서 신사업 진출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다.
회사의 자본을 활용한 투자 계획에 대해 삼양식품 관계자는 “불닭과 결이 다른 매운맛을 원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맵(MEP)’ 브랜드 육성, 우지 등 고품질 미식 소재 활용, 단백질 강화 파스타 브랜드 ‘탱글’과 같은 면 카테고리 확장 등 세 가지 방향에서 신규 히트작 발굴을 추진 중이다"며 “불닭처럼 글로벌 메가히트 제품은 단순한 전략만으로 만들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를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M&A 역시 수출 인프라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 모델과 웰니스 트렌드에 부합하는 영역을 중심으로 검토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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