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환경공단 효천하수처리장 ‘수상한 입찰’

오염수 분리막 교체 1계열 입찰“자재 확보 업체만 유리” 기준 논란짬짜미 의혹에 5개 중 3개사 포기추가발주도 추석 연휴 기간 공고업체들 “질의서 제출 기회 박탈”특정업체 밀어주기 의혹 제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13년 효천지구 개발과 함께 광주시 남구 임암동에 조성한 효천공공하수처리장 전경. /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효천지구 개발과 함께 658억원을 들여 조성한 광주효천공공하수처리장의 오염수를 처리하는 ‘분리막(필터 역할)’ 교체 사업을 놓고 ‘특정 업체 밀어주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사업 주체인 광주환경공단이 사용 연한에 따라 교체하는 분리막 입찰공고를 내면서, 특정 업체에 유리한 평가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업체의 입찰 참여를 가로막았다는 주장 등이 나오고 있다.

6일 광주환경공단 등에 따르면 효천공공하수처리장은 LH에서 효천지구 개발 당시 원인자 부담으로 658억원을 투입·건설해 2013년 6월부터 가동 중이며, 일일 처리 용량은 1만6000㎥에 이른다.

4000㎥씩 4개 계열(구간)로 나눠 운영되고 있다.당시 사업을 맡았던 대우건설은 자체 분리막(DMBR) 공법인 생물학적 처리와 막을 이용해 처리수를 분리하는 공법을 적용했는데, 하수처리장을 정수기로 봤을 때 분리막은 정수기 필터 역할을 맡는 방식이다.

환경공단은 일반적으로 10년 주기 분리막 교체에 따라 올해 1계열을 시작으로 2·3계열 2024~2025년, 4계열 2029년으로 나눠 교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환경공단은 지난 6월 처음으로 공고액 18억 1000만원인 규모의 1계열 교체 사업 입찰을 완료하고, 오는 8~11일 35억 6300만원 규모의 2·3계열 사업자 선정이 예정돼 있는데 1계열에 이어 2·3계열 입찰에서도 여러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광주환경공단이 정량적 평가(20점) 중 사업 보증 평가(10점) 항목에서 자재 확보(6점) 평가 조항에 ‘물품 제작에 필요한 원자재를 보유하거나 수급이 가능한 능력을 평가’한다고 명시해 놓고는, 하위 항목에 ‘자재 확보율’만 평가 기준으로 제시한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선 ‘자재 확보율’만 평가 기준으로 제시한 것과 관련해, 전체 사업비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분리막 자재를 미리 확보하고 있는 업체에만 점수를 주겠다는 것으로 판단하고, 대부분 1계열 입찰 참여를 포기했다고 주장한다.

광주환경공단 측은 “자재를 보유하지 않고 공급할 수 있는 업체도 자재 수급·공급 확약서 등 증빙 서류를 제출하면 점수를 인정하고 있으며, 실제 1계열 교체 입찰에서도 그렇게 점수를 부여했다”면서 “이번 2·3계열 입찰도 마찬가지 방식”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환경공단은 1계열 입찰 당시 ‘분리막 확보에 대한 가점부여는 부당하다’는 업체의 질의에 대해 “적합하고, 변경사항은 없다”며 사실상 질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제 A사는 당시 광주환경공단에 질의서를 보내 “(사업)발주가 없으면 물품(분리막)의 소재 또는 재고를 최소량만 보유한다”며 “분리막 소재 확보에 대한 가점부여는 부당하다”고 질의했으며, 환경공단은 답변서에서 “평가 항목별 점수는 적합하다고 판단되며 변경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결국 1계열 입찰 참여를 검토해 온 5개 업체 중 자재를 확보하고 있는 업체 1곳 등 2곳만 입찰에 참여하고, 나머지 3개 업체는 입찰 참여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을 포기한 업체 관계자는 “공사비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고가인 분리막을 재고 처리 위험 등을 감수하고, 미리 확보하는 업체는 없다”며 “당시 업계에선 특정 업체를 염두에 둔 입찰이라는 말이 파다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어진 30억원대 규모의 2·3계열 분리막 입찰 공고를 놓고도 뒷말이 더 커지고 있다.

이번에도 1계열 분리막 공고와 같은 방식인 데다, 입찰 사전규격 공고기간이 이례적으로 추석 연휴가 낀 지난 9월 12~18일 진행됐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사전 규격 공고는 공고 이후 질의 등 업체의 의견 제시가 가능하도록 충분한 기간을 두는 데 반해 이번 공고는 추석 연휴 직전에 이뤄졌다.

9월 14~18일까지는 추석 휴일로, 사실상 공고를 게재한 12일을 제외하면 13일 하루만 공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업체들은 사전 공고 일정을 놓치는 바람에 1계열 입찰 때 제기했던 질의서 제출 기회마저 박탈당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특히 2·3계열 분리막 교체 사업 기간이 계약일로부터 12개월로, 사업 기한이 촉박하지 않다는 점에서 업체들의 민감한 질의를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환경공단 관계자는 “사전 규격 공고는 발주 계획 확정 직후 한 것으로, 일부러 추석 연휴가 겹치게 공개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지난해부터 환경공단의 부실 용역을 지적해 온 최지현(민주·광산1) 광주시의원은 “사전 규격 공고를 명절 연휴와 겹쳐 낸 것만 보더라도 의심을 받을 만하다”면서 “관련 입찰의 부당 여부를 꼼꼼히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해나 기자 kh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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