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표 의료개혁’ 강행하면 값비싼 청구서 5년 안에 받아들 것”

박성의·변문우 기자 2024. 9. 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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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소아응급의사 출신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
“건보 재정 곧 바닥…의사만 늘리면 다음 수순 ‘나쁜 민영화’”
“‘돈과 전문성’이 개혁 화두…사명감만 강조해선 전공의 못 잡아”

(시사저널=박성의·변문우 기자)

의사를 늘리면 대한민국 의료의 질은 나아질까. 의대 정원 증원이 해법이 아니라면 의료개혁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어야 할까. '의정갈등'을 둘러싼 질문이 꼬리를 무는 가운데, 24일 국회에서 만난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윤석열식(式) 의료개혁'을 '오진'이라고 진단했다. 이 의원은 올해 초까지 국회가 아닌 병원에서, 의원이 아닌 소아전문응급의사로 일했다.

이 의원은 '의료대란' 가능성에는 "대한민국 의료가 한순간 유리 깨지듯 깨지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2025년 의대 정원 증원'을 밀어붙일 시 병원을 떠나는 전공의들은 늘고, 대학 교육의 질을 악화되면서 "의료의 접근성과 질이 향후 5년 안에 떨어질 것"라고 우려했다. 그는 '의료개혁'의 본질은 결국 '돈과 전문성'의 문제라며 "지금이라도 정부와 의사들이 국민에게 누구의 말이 맞는지 정확하게 얘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 의원의 일문일답이다.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 ⓒ시사저널 최준필

"이대로면 건보 재정 고갈…정부 10년 뒤 고민 無"

우려했던 '추석 의료대란' 위기는 넘겼다. 정부는 '중증환자 중심으로 응급의료체계가 작동한 결과'라는 해석을 내놨는데.

"큰 문제없이 지나가서 다행이다. 사실 국민들이 도와준 결과다.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 격이다. 황당한 게, 정부는 병원이 '수용 불가' 상황이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과연 국민들이 보시기에 (정부가) 믿을만하다고 느끼실까."

'의료대란' 현실화 가능성 어떻게 진단하나.

"대한민국 의료가 한순간 유리 깨지듯 깨지진 않을 것이다. 대학병원은 규모를 축소하더라도 유지될 것이다. 다만 앞으로 3~5년 안에 의료 접근성과 질이 떨어질 것이다. 특히 기술이 필요한, 어려운 수술을 해야 하는 영역부터 무너질 것이다. 그 영역은 환자수가 많지 않다. 그래서 언론도 조용히 지나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겉으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수년에 걸쳐 건보 재정 고갈, 보장성 약화가 진행될 것이다."

앞선 정부 모두 의료개혁을 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가 그 첫 삽을 뜬 것은 평가받아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의료개혁이 필요했던 시기는 맞다. 정부의 선의를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의료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모르겠다. 여야도 마찬가지다. 여러 패를 들고 '개혁을 하는 척'만 한다."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은 무엇이 문제인가.

"의료에는 공급자(의사)와 사용자(환자)가 있다. 그 중간에 국가가 계약자로 들어와 있는 구조다. 지금의 건보 재정은 한계가 있는데 수요는 무한정이다. 여기에 대한 허들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의료를 '시장'으로 잘못 판단한 것이다. 시장으로 판단할거면 공급자에게 가격결정권을 주고 공급자와 사용자 간 1:1로 계약이 이뤄지게 했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공적보험으로 보험료는 묶어 놨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2028년 건보 재정이 바닥나는 것이다.

그럼 의료의 수요를 줄이거나 건보 보장의 범위를 줄여야하는데, 여기에 대한 논의는 하나도 없다. 오히려 (의대 정원 증원 후) 전공의들 집단사직으로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대비는 안 되어 있는데 건보 붕괴가 코앞이라면, 다음 수순은 준비되지 않은 '나쁜 민영화'다. 정부가 '오늘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10년 뒤 의료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까."

이 의원이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다면 의료개혁 어떻게 시작했을 건가.

"의료의 현황부터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전달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재정은 이만큼 있고, 매년 나가는 돈은 이만큼인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알렸을 것이다. 지금의 의료개혁은 모든 제도는 그대로 둔 채 사람(의사)만 많이 뽑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행위별 수가제(의료행위별로 가격을 책정해 진료비를 지불하는 제도)다. 의사가 개원하는 순간 행위하는 만큼 수가를 주게 된다. 즉, 의사가 많아져서 병원이 편의점보다 많아지면 당연히 이용은 늘어날 것이고, 의료비는 증가한다. 효율은 낮추고 낭비만 조장하는 셈이다. 이 방향으로의 개혁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정부가 3000여 개 분야의 건강보험 수가를 2027년까지 인상하기로 했다. 의사로서 환영할 만한 개혁안은 없나.

"방향은 맞다. 조규홍 장관이 (필수의료 분야 수가 인상에) 27조를 쓰겠다 했는데 발표하기엔 좋은 숫자다. 그런데 현재 1년 건보 재정이 100조다. 사실상 1년 재정의 30%도 안 되는 돈으로 수가를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의미 없는 것'들에 대한 수가를 올려 주는 셈이다. 환자를 볼 때 단 하나의 기술만 쓰는 게 아니다. 이를테면 소아과에서 맹장염이 의심되는데 진단이 어려우면 CT(컴퓨터단층촬영)를 찍어보자 한다. 맹장이면 수술을 하는데, 수술 수가를 10% 올려준다 쳐도 CT 수가를 30% 낮추면 병원이 흑자를 낼 수 있을까. 정부가 이 현실을 모를까."

9월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 ⓒ시사저널 최준필

"사명감만 강조해선 안돼…'블랙리스트' 정당성 없어"

'2025년 의대 정원 증원' 재논의는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전공의 이탈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지금 당장 해결할 방법은 없다. 군의관·공중보건의 투입했는데, 이들도 결국 복귀해야 한다. 또 내년에 공보관에 지원하는 사람도 적을 것이다. 그럼 정부가 제값을 주고 의사를 고용하거나, 간호 인력 등으로 그 공백을 메워야한다. 다 돈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제대로 돈을 안내고 썼던 청구서를 받는 3~5년이 될 것이다."

'간호법 제정안'에 반대했다. 간호법이 시행되면 의료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게 정부와 여야의 주장인데, 반대 이유는 무엇인가.

"병원에서 의사 7명, 간호사 23명과 한 팀으로 일했었다. 모두가 동료였고, 이 23명의 간호사들을 생각해 반대했다. 간호사들이 어떤 업무를 실제로 하고, 어떤 생활을 영위하는지 잘 알고 있다. 현장의 가장 큰 문제는 저연차 '액팅 간호사'가 혹사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환자실 병동의 간호사 비율을 정해주거나, 야간근무를 몇 번 이상 못하게 하거나, 휴식시간 등을 보장해 줘야 한다. 필요한 영역에서 강제조항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간호법 제정안'은 '무면허시술은 거부할 수 있다'는 등 듣기 좋은 말만 임의적으로 넣어 놨다. 이대로면 간호사 책임 영역이 과대해진다. 악용될게 뻔하다. 그래서 내가 '간호사 깍두기법'이라 한 것이다. 같이 일했던 간호사들도 (법안에 반대한 것에) 감사 연락을 줬다."

이탈한 전공의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우선 정부가 강력하게 나오니 하나의 시그널을 준 것이다. 정부는 핵심의료 영역을 통제하겠다고 선포했다. 예를 들어보자. 갑자기 정부가 논의도 없이 언론개혁을 하겠다며, 모든 기사를 정부가 검열하고, 급여는 공무원에 준해 일괄 통제하겠다고 해보자. 대의는 언론의 도덕성을 위해서다. 만약 이런 방향으로 하루아침에 개혁안이 나오면 이미 오랜 기간 일한 기자들은 그냥 일할지 몰라도, 입사한지 3~4년도 안된 젊은 기자들은 퇴사할 것이다. 그래서 전공의들도 나간 것이다.

또 내가 선택한 과를 '똑바로' 배우고 싶다는 것이다. 지금 전공의들은 10년 전과 비교해 솔직히 배우는 게 없다. 제가 수련 받던 15년 전만 해도 수술과 전공의들이 직접 집도 할 기회가 많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환자들이 레지던트가 수술에 개입하는 걸 원치 않아하기 시작했다. 산부인과로 치면 분만할 때 남자 레지던트는 들어오지 말라고 요구하는 식이다.

또 '사법 리스크'가 높아지니 교수들이 매스 넘겨주는 것도 부담스러워 한다. 수련의 가치가 10년 전에 비해 너무 달라진 것이다. 4년 내내 수술방에 들어가 드레싱(상처 치료)만 하는 것이다. 전공의 입장에서 수련의 가치가 떨어지니 이 기회에 '안 하겠다'고 나간 것이다. 이들은 이참에 제도를 정비해 공부를 다시 똑바로 하고 싶어 한다."

'사법 리스크'가 실제 의사들의 큰 애로사항인가. 응급의료종사자의 형사책임을 면책하는 것이 1호 법안이다.

"의사들의 사법 리스크는 큰 문제다. 위험한 수술을 더 안하게 만든다. 만약 100만원짜리 수술을 100번 해서 1억을 번다 치자. 그런데 확률적으로 100명 중 1~2명은 반드시 합병증이 생긴다. 이 때 배상액이 5억이 나오면 그 수술은 안하게 된다. 의사들은 그게 불만인거다."

의사의 대응을 문제 삼는 시각도 있다. 환자 곁을 떠나는 것은 사명감을 저버린 대처라는 지적이다.

"사명감은 두 종류다. 현실과 타협하게 되는 사명감이 있고, 내 자존심을 위해 끝까지 지키는 사명감이 있다. 분명 '슈바이처'를 꿈꾸며 의대에 진학한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종류의 사명감은 현실 앞에 빛이 바랜다. 그건 모든 영역이 같다. 사명감을 계속 놓지 말라고 강요하는 건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반면 나의 자존심을 위한 사명감은 다르다. 환자와 대면하며 쌓이는, 경험에서 쌓이는 사명감이 있다. 그런데 지금 전공의들은 이 경험을 쌓아갈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전공의들한테 사명감을 말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사명감을 말하려면 의사 개인에 대한 존중감도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정부는 없는 것 같다."

'존중'을 잃은 계기도 있었다. 의사·의대생 커뮤니티에 '국민도 죽어야 한다'는 게시글이 논란이 되고, 이른바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전공의가 구속되기도 했는데.

"직책을 갖고 있는 의협 지도부나, 교수라면 언어를 정제해서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 이걸 못한 것은 의료계 실책이다. 그러나 직종과 상관없이 '이상한 일부'가 있다. 그들의 목소리를 가지고 직업 전부를 호도해선 안 된다. 저는 의사였고, 의원이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서로를 떨어뜨리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생각한다.

'블랙리스트'를 작성한건 도덕적으로 정당성이 없다고 본다. 지금 전공의들은 개별적 사직을 한 것이다. 그래서 존중한 것이다. 그렇다면 똑같이 사직 안하는 사람도 존중해야한다. 그러나 공권력 개입이나 사법 집행이 과해선 안 되며, 확대 적용되어서도 안 된다. 포토라인에 세워 망신을 주는 '마녀사냥'이 너무 만연하다. 법의 집행은 공정해야 한다."

9월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 ⓒ시사저널 최준필

"2025년 의대 정원 증원하면 더 큰 혼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여야의정 협의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2025년 의대 정원 증원'을 두고 대통령실과 여야가 이견을 보이고 있는데.

"이 문제의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모르겠다. 청문회에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본인이라 답했다. 그러면 조 장관이 의대 증원도 뒤집을 수 있어야하는데, 그게 안 된다. 2025년 의대 정원을 늘리면 내년에 7500명을 동시에 교육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준비된 병원이 하나도 없다. 지방의대 교수들은 사직하고 있다. 기존 자원도 못 가르치는 상황이다. 이건 협상도, 회유도 아니고, 수치에 기반한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런데 과학적 이유가 아니라 행정적인 이유로 번복은 어렵다? 말이 안 통하는 상대와 미래에 대해 무슨 논의를 진정성 있게 할 수 있겠나."

'2025년 의대 정원 증원'을 백지화하면 학부모와 학생들의 혼란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시간이 늦어질수록 입시생들은 더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한시가 급한 사안이다. 7500명의 의대생 교육이 파행되면 세계 의학계가 떠들썩해질 것이다."

의원으로서, 의사로서 판단하는 '의정 갈등' 해법은 무엇인가.

"정부에게 의료개혁이란 '돈과 표', 의사들에겐 '돈과 전문성'의 문제다. 양쪽 다 포기할 수 없다. 의사가 말하는 돈은 '돈을 더 달라'는 게 아니다. 진짜 필요한 영역에 있어서만 사회보험으로 보장을 하고, 그 외엔 자율성 있게 풀어달라는 게 의료계의 요구다. 그러면 의료비가 올라갈 것이라 걱정할 수 있는데, 이미 미용 의료시장의 경우 수술실 CCTV도 본인들이 먼저 달고 가격 경쟁도 치열하다. 시장의 원리란 그런 것이다.

물론 정부도 고령화 사회를 대비해야 하고, 필수 의료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결국 지금껏 전 정부도, 의사협회 지도자들도 아무 것도 안 한 것이다. 이제라도 누구의 말이 맞는지, 우리에게 주어진 돈과 시간을 정확하게 국민에게 얘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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