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아이언맨 재활원 밖으로 첫발…시민 뜨거운 응원
- 하지마비 가진 도윤 군·효주 양
- 재활로봇 타고 다대포 봄나들이
“오늘 끝까지 완주해 보는 거야. 알겠지?”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 오전 부산 사하구 다대포 해변 일대.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해 열린 ‘제12회 담쟁이 걷기대회’ 출발선에서 참가자와 가족들은 손을 부여잡고 저마다 다짐했다. 지적장애를 가진 딸의 흐르는 침을 닦아주며 “밖에 나오니까 좋지? 엄마와 좋은 추억 만들자”라며 각오를 다지는 모녀도 눈에 띄었다.
출발 신호가 울리자 1500여 명의 참가자가 일제히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를 타거나 앞이 보이지 않아 지팡이를 짚은 사람, 태어날 때부터 홀로 걷지 못하는 장애인 등은 이날 비장애인과 함께 2.1㎞ 길이의 산책로 걷기에 나섰다.
이날 대회에는 하지마비를 가진 장애 어린이 이도윤(9) 군과 석효주(14) 양(국제신문 지난 15일 자 2면 보도)도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부산 울산 경남 지역 복지시설 통틀어 단 1대밖에 없는 ‘재활로봇’을 착용하고 생애 처음으로 훈련시설이 아닌 야외에서 걷는 도전에 나서 출발 전부터 어르신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네가 그 아이언맨 아이구나?” “로봇은 1억 원이고, 너의 존재 가치는 100만 불짜리야” 등의 덕담이 오가며 훈훈한 분위기가 퍼져나갔다.
도윤이와 효주는 이날 200m의 짧은 거리를 걷는 데 그쳤지만, 오랜만의 바깥나들이에 얼굴엔 웃음꽃이 피었다. 도윤이 아버지 이흥섭(56) 씨는 “도윤이가 이렇게 많은 사람을 본 건 오늘이 처음일 것”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도윤이가 힘에 겨워 멈출 때마다 앞서가던 참가자들이 되돌아와 응원해주는 풍경도 연출됐다. 또래의 비장애인 어린이가 “힘내 친구야! 우리 같이 가자”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드는가 하면 휴대전화로 동요를 틀어 주며 응원하는 시민도 늘어났다.
효주가 걸음을 내디딜 때도 주변의 응원이 쏟아졌다. 한 팔이 없는 60대 여성은 남은 팔로 효주와 하이파이브를 시도했다. 걷는 내내 곁을 지킨 비장애인 친동생 2명도 연신 “누나” “언니”라고 부르며 힘을 보탰다. 다만 목에 근육이 없는 효주의 시선이 계속 땅으로 향하자, 그의 아버지 석제홍(51) 씨는 “우리 예쁜 딸 얼굴 좀 보자, 고개 좀 들어볼래?” 하며 아쉬움에 발을 동동 굴렀다.
이날 행사장은 보라색 물결로 뒤덮였다. 보라색은 장애인과 같이 사회적 약자를 상징하는 색이다. 참가자는 보라색 손수건과 티셔츠, 모자를 착용하고, 주최 측은 보라색 아이스크림을 준비해 이날을 함께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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