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오멘 16 슬림 노트북, 들고 다닐만 할까?

안녕, 에디터B다. 가벼운 게이밍 노트북에 대한 로망이 생겼다. 2년 전, HP 오멘 16을 리뷰하고 나서부터다. 오랜만에 쓴 게이밍 노트북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와, 요즘 게이밍 노트북 퍼포먼스는 정말 좋구나’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하다 보니 한동안 게임을 멀리했는데, 드디어 때가 된 걸까. 꿈틀꿈틀, 잠자던 흑룡이 깨어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게이밍 노트북을 사려니 하나 걸리는 게 있었다. 바로 무게.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추구하는 나는 아무리 기능이 훌륭해도 무거우면 견딜 수 없는 사람이다.

HP 오멘 16보다 가벼운 오멘 16 슬림이 7월에 출시되었다. 나오면 리뷰해 봐야지 룰루랄라 노래를 부르다가 현생에 치여 10월이 되어서야 겨우 사용해 봤다. 제품은 HP에서 대여했다.

결론부터 짧게 말하자면 슬림이라서 확실히 가볍다. 하지만 게이밍 노트북 중에서 가벼운 편이고, 일반 노트북과 비교하면 당연히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오늘 리뷰는 스펙에 대한 세세한 나열보다는 ‘과연 들고 다닐만한가’에 대한 나의 감상이다.

컬러는 쉐도우 블랙, 세라믹 화이트 두 가지로 출시되었고, 내가 사용한 제품은 쉐도우 블랙. HP 오멘 슬림 16을 써보고 싶었던 이유는 아래와 흐름이었다.

  • <디아블로4>를 집에서 하고 싶다.
  • 집에 아이맥이 있어서 데스크탑 추가는 부담스럽다.
  • 게이밍 노트북은 무거워서 들고 다니지 못할 것 같다.
  • 가벼운 게이밍 노트북은 없을까?

왜 게이밍 노트북이 사고 싶냐고 묻는다면 내 답변은 좀 시시하다. 나는 <디아블로4>밖에 하지 않는 사람이다. 게임에 미쳐 산 적이 있었지만 이젠 게임을 시작하는 게 지겹고, <디아블로4>만 겨우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점에서 HP 오멘 16 슬림은 합격이다. 나 같은 라이트한 유저에게는 부족함 없는 노트북이니까. 최대 240Hz 주사율로 화면은 아주 부드러웠고, 많은 몬스터와 피 튀기는 전투를 벌일 때도 티어링 현상이나 뚝뚝 끊어지는 증상 하나 없었다.

라이트 유저라면 게이밍 노트북으로 게임만 할 리가 없다. 콘텐츠 소비용으로도 많이 사용하게 될 텐데, 뱅앤올룹슨과 협업한 듀얼 스피커가 생각보다 더 만족스러웠다. 풍성하고 웅장하게 들리는 소리가 전방에서부터 휘몰아치듯 나를 감싸는데 별도의 스피커는 필요 없을 정도.

밸런스가 좋아서 고역, 중역, 저역을 각각 높은 해상력으로 골고루 들려준다는 느낌보다는 ‘웅장하다’에 가깝다. 음감용 스피커는 아니니까 그런 특징이 아쉽지 않다.

나는 이 노트북을 지난 추석 명절에 집에 들고 갔다. 매번 구형 맥북 에어를 챙겨 가다가 이번엔 오멘 슬림 16을 가져갔더니 역시 들고 갈 때는 더 무겁긴 했지만 영화 감상용으로는 더 알맞았다. 써보면 사운드에 관해서는 불만이 전혀 없었다.

이제 진짜 중요한 얘기를 하자. 무게는 2.1kg이다. 1kg 이하의 노트북이 출시되는 시대에 2kg라고 하면 무겁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게이밍 노트북이라는 걸 감안하면 가벼운 편이다.

나는 휴대성 리뷰를 위해 매일 백팩에 노트북을 매일 넣고 다녔다. 2.1kg 정도는 부담 없다고 얕잡아봤는데, 복병은 어댑터였다. 어댑터를 안 들고 다닐 수 없어서 매번 챙겼는데, 백팩을 메고 있으면 ‘슬림’이라는 글자가 머릿속에서 휘리릭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어댑터는 크고 무겁다.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가방에 노트북, 어댑터만 넣고 다닐 리는 없다. 대학생이라면 책도 넣고, 이것저것 넣을 텐데 그런 상황을 감안하면 오멘 슬림 16이 안겨줄 무게는 무겁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물론 게이밍 노트북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게임을 하는 용도로 구매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크게 상관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원하던 게이밍 노트북은 사무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더 가벼운 노트북이었다. 라이트 게임 유저이기 때문에 용도별로 두 가지 노트북을 구매하는 건 부담이 있으니까. HP 오멘 슬림 16이 “우리 가벼워졌어요”라고 자신감 있게 말하기 위해서는 이것보다는 조금 다이어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근데 노트북보다 더 급한 건 어댑터긴 하다. 어댑터 무게와 크기만 좀 줄여줘도 참 좋겠다.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합금 소재로 만들어진 바디는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고, 최대한 무게를 줄이려고 노력했구나 싶긴 하다.

의외의 장점은 타건감. 개인적으로 노트북 자판의 가벼운 키감을 좋아하지 않는데, 오멘 슬림 16은 타건할 때의 탄성감이 중독성 있었다. 무게감 없이 ‘깔짝’거리는 느낌이 아니었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한 가지 바람을 말해보려고 한다. 디자인이 조금 더 ‘덜 게이밍’스러워지면 좋겠다. 이 바람은 많은 게이머의 바람과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오멘 슬림 16은 게이밍 노트북 라인 ‘오멘’의 DNA를 잘 물려받았으니까. 하지만 ‘슬림’이라는 강점을 내세우려면 디자인도 덜 게이밍스러운 디자인이 되면 좋지 않을까. HP의 파빌리온 시리즈, 스펙터 시리즈 디자인을 좋아하는데, 슬림이니까 조금 더 가벼운 디자인을 선보여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