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때 얼굴 너무 긁어 상처나…장갑끼고 자는 유명 배우

(Feel터뷰!) 영화 '잠'의 이선균을 만나다

배우 이선균은 10년 만에 만난 정유미와 신혼부부로 호흡을 맞추었다. 다른 상대보다 현실적이고 리얼한 상황을 연기로 주고받았던 경험치가 쌓여 편한 모습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10년 전부터 또 만나자고 했었는데 부부로 나온다니까 주저 없이 선택했죠”라며 상대 배우를 향한 칭찬과 믿음을 드러냈다.

8월 24일 삼청동의 카페에서 이선균을 만났다. 영화 <잠>에 관한 인터뷰지만 배우 이선균과 주변 관계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칸 국제영화제에서 <잠>, <탈출: PROJECT SILENCE> 두 편이 초청받아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올해 <킬링 로맨스>와 <잠>으로 상반기 선보였고 하반기에도 몇몇 작품이 준비하고 있어 올해 가장 바쁜 배우가 아닐까 싶다.


베테랑 배우와 신인 감독의 만남이 신선한 작품입니다.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봉준호 감독님의 추천이 가장 크긴 했죠. 재능 있는 친구라고 지지해 주셨거든요. 혹시라도 신인 감독이라 불신이 있을까봐 먼저 연락 주신 거 같아요. 봉 감독님 연출부 출신이라 그런지 스토리보드며, 콘티도 다 계획적으로 짜여 있어서 효율적인 촬영이 이루어졌어요. 촬영의 95%는 영화에 담겼고 버린 장면이 별로 없었어요.”

유재선 감독님과 봉준호 감독님 두 분과 작업을 해보셨잖아요. 유 감독님이 연출부 출신이기도 하니까 비슷한 점이 있었을 것 같아요.

“시나리오가 콤팩트하고 간결해요. 막힘없이 술술 읽히고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어요. 이야기가 딴 곳으로 새지 않는다는 거죠. 집 안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이야기 같은데, 호러, 스릴러, 미스터리까지 잘 녹아들어 있어요. 심지어 등장인물도 별로 없고 러닝타임도 짧잖아요. 그 안에 감독님이 하고 싶은 게 다 들어가 있어요. 데뷔작이라 보여주고 싶은 게 많았을 텐데 겉멋 없이 솔직하게 다 끌고 가시더라고요. 감독님이 친절하고 차분하고.. 또 독특한 성격이라 잘 진행되었던 것 같아요.”

신인 감독님과 작업이라 참신한 시도를 많이 보았을 것 같아요.

“젊은 현장이었고 제가 연장자였죠. 신인 감독과 중견 배우, 이런 차이 보다는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효과적으로 더 갔으면 어떨지를 많이 이야기했죠. 저야 더 찍어도 상관없었거든요. 워낙 감독님이 예의 바르시고 준비를 철저하게 해 오셨어요. 계획대로 해야 한다는 강박도 있으신 것 같고요. 다만 (경험자니까) 저를 뭔가가 나올 때까지 더 활용해 주길 바랐죠.”

감독님의 데뷔작을 함께 하셨는데 현재 로코와 스릴러 두 가지를 준비 중이시래요. 다음 작품 캐스팅 제안이 오면 하실 생각이 있으세요?

“감독님과 작업해 보니까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긴 하더라고요. 그런데 로코요? 로코가 저에게 올까요?? (웃음)”

앞서 정유미 배우는 영화를 러브스토리로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이선균 배우님은 장르를 어떻게 규정하셨어요?

“부부가 어떻게든 이 상황을 극복하려는 멜로드라마로 보이기도 했어요. 그런데 좀 이해가 안 되었죠. 힘든 상황임에도 굳이 악착같이 데리고 살려는 부분이 코미디처럼 보였어요. 블랙 코미디요. 따로 지내도 되잖아요. 아내가 친정에 가도 되는 상황인데.. (웃음) 만약 저라면 집을 나가도 벌써 나갔죠. (웃음)”

정유미 배우와 네 번째 호흡을 맞추셨잖아요. 그것도 앞선 영화 세 편이 모두 홍상수 감독님 영화고요. 이번에 만나서 편하게 연기하셨을 것 같아요.

“편하다는 게 서로 말하지 않아도 잘 알아보는 사이잖아요. 홍 감독님 영화 같은 경우 호흡을 주고받는 리액션이다 보니까 일상적인 장면이 많았고요. 이번에는 장르 영화다 보니까 또 달랐죠. 처음 현수 설정이 30대 초중반 연극배우라 민망했어요. 40대 초반의 늦둥이 보는 설정으로 바꾸면 어떻겠냐고도 말씀드렸죠. 제가 5살 정도까지는 커버할 수 있다고.. (웃음) 결국, 결혼 적령기가 늦어지니까 40대 쯤 결혼한 신혼부부라고 정해지긴 했지만요. 부부 사이도 친구 같은 티격태격한 관계를 제시했었는데 다정한 관계를 원하셨어요. 감독님이 촬영 끝나고 결혼하셨거든요. 감독님의 이야기가 투영된 게 아닌가 싶어요.”

현수는 단역 배우잖아요. 아내와 출연 드라마의 작은 역할도 매우 기뻐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에요. 본인의 신인 시절도 생각나셨을 것 같아요.

“배우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저는 처음 영화를 보면 자기 위주로 봐요. ‘저 장면에서 왜 저랬지’ 하면서 몇 번을 봐야 그제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죠. 마지막 코멘터리 할 때쯤 전체적인 결과물로 느껴져요. 현수가 드라마 단역으로 출연하는 장면을 촬영할 땐, 저도 단역 배우부터 경험을 쌓았던 예전 경험이 들어가 있어요. 새록새록 했죠.”

남편인 현수는 좀 대책 없는 사람 같아요. 아무리 기억이 없다지만 잠결에 했던 행동으로 집이 쑥대밭이 되는데 태연해요. 이런 현수를 어떻게 해석하셨나요?

"그렇죠.. 큰일 벌려 놓고 다음날 죄의식이 1도 없어요. 병원에서도 셀카를 찍지 않나, 참 무디고 잘 자죠. (웃음) 그래서 현수를 캐릭터로만 봐야 하나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어요. 현수의 행동이 집안 분위기, 아내 고민에 촉매제가 되니까요. 그래도 미안함을 나름대로 표현한 게 아닐까 해석했어요. 1막은 ‘나로 인해 아내의 감정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2막은 ‘노력은 하지만 이렇게 생각이 없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대책 없는 사랑의 마음’, 3막에서는 ‘힘들다고 말하지 않고 참다가 감정적으로 폭발’ 하게끔요.”

특히 수면 중에 거실에 나가서 생고기며 생선, 달걀 등을 공허한 눈빛으로 먹는 장면이 충격적이었어요. 어떻게 찍으셨던 거예요?

“1막에서는 그 장면만 잘하면 되겠다 싶었지요. 배우로서 도전하고 싶게 만드는 장면이랄까? 어릴 때 <고래사냥 2>를 봤는데 안성기 선배님이 마트에서 생닭 먹는 장면이 충격적이었거든요. 그 장면과 비슷한 의미였던 것 같아요. 이왕 하는 거 더 기괴하게 하고 싶었는데.. (웃음) 스탭들이 소품도 깨끗하게 준비해 주셨고 먹기 좋게 여러 방법을 고민해 줘서 생각보다 테이크도 많이 안 갔던 장면이에요.”

그래서일까요? 한정된 공간과 몇 안 되는 인물이지만 긴장감이 상당했습니다. 영화를 보면 아무래도 결말 부분에 말이 많을 것 같아요.

“관객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죠. 여러 테이크로 찍었는데 최종적으로 감독님이 애매하게 처리하셨더라고요. 사실은 에필로그처럼 명확하게 해주는 장면도 찍었거든요. 저는 그 장면도 좋았어요. 그건 또 그것대로 ‘뭐야, 그거야?’라고 고민하게 만드는 지점이 있긴 하지만요.”

5월에 <잠>이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되었잖아요. 그만큼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컸었는지 궁금해요. 가족과 동반으로 다녀오셨는데 소감과 현장 분위기도 들려주세요.

“박수는 예의상 쳐주는 것도 있지만 관심 있게 봐주셔서 감사했죠. 비평가주간은 주목할 만한 감독을 초청해 주는 섹션이라 응원받는 느낌이었거든요. 외국에서는 무속신앙이 매우 신선했는지 관심 가져 주셨어요. 처음으로 가족과 함께 갔는데 큰 애가 영화 보고 나서 ‘뭐 이런 걸 보여 주냐’면서 화내는 거예요. (웃음) 아마 그 녀석에게는 공포스러운 분위기의 영화를 처음 본 걸 텐데 무서웠나 봐요. 그만큼 몰입되었다는 거니까 약간 안심했죠.”

<킬링 로맨스> 이후 공백 없이 바로 <잠>으로 돌아오셨어요. 바쁜 행보를 이어가시고 있는데요. 앞으로 <탈출: PROJECT SILENCE>이나 <행복의 나라>도 예정되어 있더라고요.

“<킬링 로맨스>는 부끄럽지만 많이 보여주고 싶은 작품이거든요. 관객수는 아쉬워도 배우로서 원 없이 해보고 싶었던 역할이고 강한 잽이 있어서 재미있었거든요. 생각보다 불호 층이 많아서 놀랐고, 마니아층도 은근히 많아서 또 놀랐어요. (웃음) 요새 영화 시장도 안 좋은데 제가 분기별로 나와서 부담이 있기는 해요. 그래도 캐릭터나 장르가 다르니까..”

고전적인 질문이긴 하지만 데뷔 후 지금까지 연기의 어떤 부분이 재미있어서 하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음.. 좀 뻔한 거 같지만 일단 여러 캐릭터를 간접 경험하는 재미가 있죠. 모든 캐릭터에 내가 투영되어 있고 주체가 되어 표현해야 하니까요. 결국 발전하게 되어요. 고민과 숙제가 생기니까 안주하지 않죠. 연기라는 걸 비슷하게 하지만 감정과 사고를 통해 절 독려하게 되어요. 이게 직업으로 가닥이 잡히고 생활할 수준이 되다는 자체가 감사합니다.”

앞선 이야기처럼 요즘 영화 시장이 어렵잖아요. <잠>은 어떤 영화인지, 무엇이 포인트인지 마지막으로 설명 부탁드립니다.

“극장 시장 파이가 줄어들어서 걱정이긴 하지만 주목할 만한 신인 감독이 등장했고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장르가 공포, 스릴러로 보여서 약간은 걱정이 됩니다만. 장르적으로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거예요. 사운드에 매우 신경 쓴 점이 포인트에요. 사운드가 좋은 극장에서 보셔야 전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영화라고 자신합니다.”

한편, 영화 <잠>은 <은밀하게 위대하게>, <옥자> 연출부와 <버닝>의 영문 자막 번역 등 다양한 이력을 쌓은 유재선 감독의 데뷔작이다. 봉준호 감독은 “최근 10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 때문에 벌써부터 ‘봉키즈’라는 별명이 붙으며 주목받고 있다.

행복한 앞날만 있을 거라 기대한 신혼부부가 뜻밖의 몽유병으로 인해 위기를 맞이하는 이야기다.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되었으며 이선균은 수면장애를 경험하지만 정작 본인은 기억 못하는 남편 현수를 연기했다. 개봉은 9월 6일이다.

글: 장혜령,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감독
유재선
출연
정유미, 이선균
평점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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