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경선 재조정 논의 '임박'…접경지 옹진·강화군 '한걱정'
'1·2차 연평해전' 해상 경계 갈등 전후 발생…서해5도 "무력충돌 안돼"
"대남 확성기 소음 때문에 못살겠다" 강화도 주민들 토로
북한이 다음 달 국경선 재조정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해상 접경지역인 옹진군과 강화군 주민들의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다.
26일 CBS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서해 최북단 서해5도(연평·소연평·대청·소청·백령도)는 이달 들어 본격 어업 활동에 들어갔다. 통상 서해5도는 가을철 꽃게 조업기간(매년 9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을 전후해 어업 활동을 시작한다.
다음 달 7일, 북한 최고인민회의서 '국경선 관련 개헌 논의' 예정
앞서 북한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다음 달 7일 평양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 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지난 16일 보도했다. 최고인민회의는 우리나라의 국회 격에 해당하는 기관이다.
이번 회의는 그동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장한 '적대적 두 국가론'을 제도화하기 위한 절차로 추정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정의한 뒤 올해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에 영토·영해·영공 조항을 신설해 주권 행사 영역을 규정하고, 통일과 관련한 표현을 모두 들어내라며 개헌을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국경선 관련 조항 신설, 북한 헌법 내 '자유, 평화통일, 민족대단결'과 같은 표현 삭제, 한국을 제1의 적대적·불변의 주적으로 간주하도록 교양사업을 강화하는 문제 등의 개헌이 이뤄질 전망이다.
'1·2차 연평해전' 해상 경계 갈등 전후 발생…서해5도 "무력충돌 안돼"
다만 조선중앙통신의 보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북한이 어떤 명칭을 사용하든 실질적 해상 경계선 역할을 해온 NLL보다 남쪽으로 경계선을 설정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해5도 주민들은 남북간 해상 경계 갈등을 전후해 군사적 충돌이 있었던 만큼 이번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보고 우려하고 있다.
서해5도 주민들은 북한이 1999년 9월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을 발표하기 3개월 전에는 연평도 인근에서 '1차 연평해전'이 벌어졌고, 2000년에는 우리 선박이 백령도 등 서해 5도를 출입할 때 북한이 지정한 수로로만 이동하라는 내용의 '서해 통항질서'를 발표한 뒤 이를 우리 정부가 지키지 않자 2002년 '2차 연평해전'을 겪은 기억이 있다.
특히 남북 해상충돌이나 무력도발이 대부분 보수정권 시절 집중됐다는 점에 비춰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11월 대청해전,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전' 등 1년 동안 3번에 걸친 무력충돌은 서해5도 주민들에게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박태원 전 연평도 어촌계장은 "1차 연평해전 당시 북한이 자국 꽃게잡이 어선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도발했던 점에 비춰보면 북한의 개헌 논의가 서해 평화에 좋은 신호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며 "'설마 또 무력충돌이 발생하는 게 아닌가'하는 걱정을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장태헌 백령도 선주협회장도 "해상이든 섬이든 무력충돌은 피해야 한다"며 "우리 정부가 국민들에게 안전하다고 믿을 수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불안은 점차 고조되는 분위기다. 최근 서해 NLL 인근에 출몰하는 불법조업 중국어선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서해NLL 인근 불법조업 중국어선은 하루 평균 140척으로 지난달 60~80척보다 2배가량 급증했다. 그동안 서해 NLL은 남북 관계가 악화될수록 불법조업 중국어선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대남 확성기 소음 때문에 못살겠다" 강화도 주민들 토로
합동참모본부와 인천 강화군 등에 따르면 북한군은 우리의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응해 지난 7월 말부터 강화군 송해면과 교동면 일대 접경지역에서 미상 소음을 송출하고 있다.
우리 군이 북한의 대남 쓰레기 풍선 살포에 대응해 지난 7월 21일부터 모든 전선에서 심리전 수단인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가동하자 북한도 대남 확성기를 튼 것이다. 군이 측정한 대남 방송의 소음 규모는 60~80㏈(데시벨) 수준으로 알려졌다. 80㏈은 지하철 소음과 비슷한 수준으로, 지속해서 노출되면 청력 장애가 시작될 수 있다.
특히 북한 본토와의 거리가 불과 2㎞ 안팎인 송해면과 양사면, 교동도 지역 주민들의 피해가 극심하다. 이 지역에 사는 주민 8800여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매일 들려오는 대남 확성기 소음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맹수의 울음소리와 사이렌 소리, 쇠 긁는 소리, 비명 소리 등이 뒤섞인 듯한 소리가 밤낮 구분없이 하루 종일 들린다. 주민들은 이 소음에 대해 "귀신이 나올 것 같은 소리", "만약 지옥이 있다면 이런 소리가 들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강화군 송해면 주민 A(47·여)씨는 "두 달 전쯤부터 소음이 들렸는데 처음에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커졌고, 늦은 밤에는 소음 때문에 여러 차례 잠을 깰 수준"이라며 "소음의 크기도 문제지만 공포감을 유발하는 듯한 성질의 소음이 주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수십년간 사슴·염소농장을 운영하는 또다른 주민 B(67)씨는 "두 달 전쯤부터 사슴과 염소들이 자꾸 죽은 새끼를 낳고 어미들도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한다"며 "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소음 스트레스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피해자 커지자 인천시는 국방부와 행정안전부에 피해 보상에 대한 근거를 마련해줄 것을 건의하기로 했다. 또 북한의 대남 방송을 상쇄하기 위해 백색소음을 송출하는 방안도 요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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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주영민 기자 ymch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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