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51시간 강박’ 정신병원 4시간 조사…‘사망’ 관련 서술 단 1줄

고경태 기자 2024. 9. 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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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예현병원 현장조사 보고서에 격리·강박 관련
“2024년 연속 최대허용시간 초과사례 발견 못 함” 뿐
전문가 “진상파악 위한 의료진 상대 진술 하나도 없어”
춘천예현병원 격리실에 251시간50분간 격리·강박돼 있던 김형진(가명·45살)씨는 손과 발, 가슴이 모두 묶인 채로 숨을 거뒀다. 사망 상태로 발견되자 당직의사 안 아무개씨가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고, 보호사와 간호조무사가 손과 발을 묶은 끈을 풀어내고 있다. 시시티브이 영상 갈무리

2년8개월 전 정신병원인 춘천예현병원에 입원했던 환자가 251시간50분간 격리·강박 뒤 숨진 사건이 최근 알려진 가운데, 보건복지부와 강원도 및 춘천시보건소 직원들이 해당 병원을 뒤늦게 방문해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는 이뤄지지 않아 ‘형식적 조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12일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춘천 정신병원 현장조사 결과’를 보면,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사무관, 강원도 보건식품안전과 팀장, 춘천시보건소 방문보건과 과장, 춘천 정신건강복지센터장 등은 지난 8월16일 오후 춘천시 샛말길에 있는 춘천예현병원을 방문해 4시간 동안 조사를 벌였다. 한겨레가 8월13일 “보건복지부가 ‘251시간 묶임 사망’ 정신병원을 한 달째 조사 안 하고 있다”고 지적한 지 3일 만의 방문조사였다.

총 2쪽으로 이뤄진 ‘격리·강박 중 사망사고 관련 현장방문 결과보고’에는 춘천시의 사고 직후 병원 현장조사 및 시정조치 실시 등 기존의 지자체 조치사항 확인과 함께 병원 기초현황, 응급인력 당직 인력 추가배치 등의 개선 노력 등이 간단히 담겨 있었다. 정작 사망사고로 이어진 격리·강박과 관련해선 “2024년은 연속 최대허용시간 초과사례 발견하지 못함”이라는 단 한 줄의 내용만 기재돼 있었다.

보건복지부가 춘천예현병원을 다녀와서 작성한 ‘격리·강박 중 사망사고 관련 현장방문 결과보고’. 사망사건의 원인을 파악하려는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서미화 의원실 제공

해당 보고서를 본 정신장애인 관련 전문가는 진상파악을 위한 관련자 면담 등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12일 한겨레에 “격리·강박 중 사망사건 관련 현장방문을 해놓고 사망의 원인과 사망에 이르기까지 과정 파악은 왜 생략했는지 의문”이라며 “내용 파악을 위해 담당 의사·간호사·간호조무사·보호사 등을 일대일로 면담하고 진술을 세세하게 기재했어야 하는데 하나도 없다. 현장을 왜 갔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건복지부가 10월부터 전국 정신병원 전수조사를 한다고 하는데, 이런 식의 조사가 반복될 거라면 시작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겨레는 지난 7월1일부터 춘천예현병원 사망사건을 연속 보도한 바 있다.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진단을 받았던 피해자 김형진(가명·당시 45살)씨는 편의점에서 소란을 피운다는 이유로 2021년 12월27일 오전 5시경 경찰에 의해 이 병원에 응급입원돼 3일 만에 춘천시장에 의해 행정입원으로 전환됐고 총 12일(289시간20분) 가운데 251시간50분을 침대에 묶여 있다가 2022년 1월8일 숨졌다.

그럼에도 해당 보고서엔 이 사망사건의 핵심 의문사항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성인기준 1회 최대 강박 허용시간인 4시간 이하(연속 최대시간 8시간) 기준을 준수하지 않고, 장시간 연속 강박을 시행했는지, 251시간 내내 억제대를 사용하여 5포인트 강박을 한 이유는 무엇인지, 억제대를 사용하여 강박하는 경우 최소 1시간마다 간호사정을 실시하여야 하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은 이유는 뭔지 등을 조사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보고서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관계자는 “사건 이후 조치사항과 현재 병원 사항 등을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미화 의원은 “부처 단일조사의 한계를 보여주는 결과다. 더 늦기 전에 면밀한 실태조사가 시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경기 가평에서 춘천으로 가는 국도변 인근에 위치한 춘천예현병원. 고경태 기자

한편, 지난달 25일 이 병원 입구에서 낙상사고를 당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했던 환자의 가족은 11일 춘천경찰서에서 사고 당시의 상황을 담은 폐회로텔레비전(CCTV, 시시티브이)를 열람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정아무개(63)씨의 딸(35)은 한겨레에 “아버지가 (병원 직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다가오니까 손을 탁 뿌리치고 도망치듯이 걸어가다가 도랑에 빠진 게 확인됐다”며 “병원 내부 시시티브이는 복원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춘천경찰서 형사과 관계자도 12일 한겨레에 “병원 내·외부 시시티브이 자료 분석 중에 있으며 혐의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애초에 병원 쪽은 시시티브이를 공개하라는 유족의 요구에 “저장 기간이 4일”이라며 거부하다가 뒤늦게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6월12일 이 병원에 입원했던 피해자 정씨는 지난달 25일 외출 뒤 다시 입소하는 과정에서 병원 앞 개울가로 굴러 넘어져 경추 3, 4번 신경이 손상됐고 팔다리가 마비된 채 지금은 강원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상태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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