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에 기습 왜 안 알렸나”…日 질문에 트럼프 “너네가 제일 잘 알잖아”

김혜순 기자(hskim@mk.co.kr) 2026. 3. 2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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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진주만 공습'을 언급해 일본에서 불편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일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진주만 공습 언급 자체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평가를 내놓지 않았지만 미국이 이란 공격을 동맹국에 사전에 통보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간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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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백악관 유튜브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진주만 공습’을 언급해 일본에서 불편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일본 언론은 관련 발언을 일제히 전하면서도 직접적인 비판은 자제했지만 동맹국을 배제한 미국의 일방적 행보를 부각하며 우회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나란히 앉은 자리에서 일본 기자로부터 “왜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에 이란 공격 계획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그는 “너무 많은 신호를 주고 싶지 않았다”며 “우리는 서프라이즈(Surprise·기습 공격)를 원했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일본보다 서프라이즈를 더 잘 아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며 “당신은 왜 나에게 진주만에 대해 말하지 않았느냐”고 덧붙였다.

진주만 공습은 1941년 12월 일본이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해 미국인 2400명 이상이 숨진 사건이다. 이 사건은 미국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된 계기가 됐으며 일본 입장에선 패배의 원인을 제공한 결정적 실책이자 뼈아픈 과거사로 여겨진다.

이런 이유로 미국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동맹국 일본과의 관계를 고려해 사실상 금기어처럼 다뤄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공개 석상에서 뼈 있는 농담처럼 꺼내 든 것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 옆에 앉아 있던 다카이치 총리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놀란 듯 눈이 커졌으며 무릎 위에 손을 둔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카이치 총리는 심호흡하는 듯하거나 시종 띠고 있던 미소가 잠시 사라지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일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진주만 공습 언급 자체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평가를 내놓지 않았지만 미국이 이란 공격을 동맹국에 사전에 통보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간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공습 사실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한 동맹국 측에서는 ‘미국이 혼자 마음대로 시작한 군사 공격’이라는 불만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전직 일본 정부 고위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해 “정상회담은 매우 순조로웠지만 진주만 공격에 관한 코멘트는 유감스러웠다”고 전했다.

다만 정상회담을 마치고 이어진 만찬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취임한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도널드’라고 부르며 친근감을 드러냈고, 만찬장에서는 서로 치켜세우는 발언도 이어졌다.

다카이치 총리는 생일을 하루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막내아들 배런 트럼프에게 축하 인사를 전해 달라면서 “그가 많이 자라서 키도 크고 잘생긴 신사가 된 것을 알고 있다”며 “그 유전자가 어디서 왔는지는 분명하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또 다카이치 총리는 정치적 스승이자 트럼프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였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언급하며 그가 과거 워싱턴DC에서 외쳤던 “일본이 돌아왔다”는 표현을 다시 꺼내 들었다. 이 발언에 만찬장에서는 박수가 나왔고, 트럼프 대통령도 미소를 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미국 방문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미국의 독립·건국 250주년을 기념해 벚나무 250그루를 선물했다. 일본은 1910년대에도 워싱턴에 벚나무 3000여 그루를 양국 우호의 상징으로 선물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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