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땅위엔 꽃이 핀 ‘옥상정원’…땅밑엔 쓰레기 처리장 [Deep Spot]

박병국 2026. 4. 11.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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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쓰레기 폭탄 돌리기’]
20일 개관 강동자원순환센터…주민 제안으로 ‘기피시설’ 지하화·현대화 사례
‘무장애 데크’ 있는 1~2층 곳곳 정원…4층 옥상에도 200석 원형 공연장·정원
서울 강동구 고덕동 강동자원순환센터 전경. 앞쪽에 무장애 정원이 눈에 띈다. 옥상에 있는 원형 구조물은 각각 극장(오른쪽)과 옥상정원(왼쪽)이다. [강동구 제공]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끼고 흘러온 고덕천이 마침내 한강에 닿는다. 3만명 이상이 상주하는 고덕비즈밸리가 끝나는 지점, 개천을 사이에 두고 전망대를 닮은 타워 하나가 우뚝 솟아 있다. 타워를 받치고 있는 것은 정원이 있는 4층 규모의 건물이다.

이 건물 1층과 2층은 완만한 경사로 연결된 무장애 데크로 설계됐다. 유모차나 휠체어도 자유롭게 올라갈 수 있다. 1층 분수대를 시작으로 눈길 닿는 곳에는 꽃나무가 심어져 있다. 4층에는 원형 옥상정원이 조성돼 있다. 그 맞은편에는 200석 규모의 또 다른 원형 공연장이 있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쉽게 짐작하기 어렵다. 건물 지하에서 매일 500톤이 넘는 쓰레기가 처리되고 있다는 사실을…. 이 건물이 서울 강동구 아리수로87길 27(고덕동) 강동자원순환센터다.

강동자원순환센터 옥상 정원내 화단. [강동구 제공]

지난달 20일 강동자원순환센터를 찾았다. 이곳에서 개관식이 열린 날이었다. 지하 2층~지상 4층 연면적 규모인 이곳은 기존 음식물재활용센터를 철거하고 지하화·현대화 공정을 통해 친환경시설로 탈바꿈한 곳이다. 강동구를 비롯해 서울 관악구·광진구·성동구·은평구·중랑구(가나다순)와 경기 구리시까지 총 7개 기초자치단체의 쓰레기들이 이곳을 향한다.

지상 2~4층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주민 편의 시설이 들어섰다. 건물과 맞닿은 부지에는 내년 말까지 4만1153㎡(약 1만 2449평) 규모의 체육 시설이 들어선다. 조강혁 강동자원순환센터 팀장의 안내로 쓰레기가 재활용되는 과정을 따라가봤다.

강동자원순환센터 지상 1층에서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길목. 폐기물을 실은 차량이 지나가는 길이기도 하다. 박병국 기자

먼저 지하 1층 출입구. 음식물 쓰레기·생활 폐기물·대형 폐기물을 실은 차량들이 출입구를 통해 지하로 향했다. 센터의 주요시설은 지하 18m 깊이에 설치됐다. 악취를 막기 위해서다. 지하 1~2층이 각각 9m 높이로, 일반 건물 층고로 따지면 지하 6층 규모다. 이곳은 ▷음식물 360톤 ▷재활용품 70톤 ▷생활 폐기물 200톤 ▷대형 폐기물 10톤 등 하루 총 640톤의 쓰레기가 처리 가능하다. 올해 1~2월 일평균 쓰레기 실제 처리량은 535톤이다.

강동자원순환센터 1층. 이곳에 있는 계근대를 지나온 폐기물을 실은 차량은 각각의 분류시설로 향한다. 박병국 기자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길목에는 계근대가 설치됐다. 쓰레기 무게를 재는 설비다. 이곳을 통과한 차량들은 종류에 따라 흩어져 지하 1층에 쓰레기를 늘어놓았다. 지하 1층에는 재활용선별시설, 생활폐기물 압축전환시설, 대형폐기물 적환시설, 악취제거시설, 소화조 등이 있었다.

통로 바닥에는 ‘음식물’ ‘생활 폐기물’ ‘대형 폐기물’ ‘재활용’ 등 분류 방향을 알리는 큰 글씨가 써 있었다. 아래로 향할 수록 기계음이 조금씩 들려왔다. 지하 1층 작업장은 폐기물 품목별로 구분돼 있었다. 지게차들이 폐기물을 분류하느라 분주했다. 지게차는 처리 과정을 거친 재활용품들을 한곳에 모으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강동자원순환센터 지하 1층에 페트병이 압축돼 있다. 박병국 기자

폐기물 더미가 눈에 들어왔다. 가로 3m, 세로 1m, 높이 1m 정도의 큐브 더미가 4층 높이로 쌓여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압축된 페트병 뭉치, 비닐 뭉치 등 각 종류별로 큐브 형식으로 압축돼 있었다. 스티로폼은 특수 공정을 거쳐 잉곳(Ingot·기둥) 형태로 재생산된다.

재활용품과 대형폐기물은 1층에서 처리됐다. 재활용품들은 컨베이어 벨트를 지나며 먼저 수작업 선별 과정을 거쳤다. 이후 무게에 따른 비중 선별과 최종적인 광학 선별이 진행됐다. 광학 선별은 근적외선(NIR) 센서와 카메라를 이용해 쓰레기의 종류·색상·재질을 고속으로 자동 인식해 분류하는 절차다. 재활용 제품의 연간 외부 판매액은 약 11억 원으로 추산된다. 지하 1층에서 쏟아낸 음식물 쓰레기과 생활폐기물은 곧바로 지하 2층으로 내려갔다.

지하 2층으로 향했다. 공기의 밀도가 달라지고 있었다. 지상에서는 전혀 맡을 수 없었던 냄새였다. 음식물 쓰레기가 처리되는 음식물자원화시설이 있는 곳이다. 메탄가스를 만드는 바이오가스화시설, 폐수처리시설도 여기에 있다. 집적된 쓰레기는 처리과정을 거쳐 모두 사료나 비료로 바뀐다.

강동자원순환센터 지하 2층에 있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 시설. 박병국 기자

한편에 쌓여 있는 사료더미가 눈에 들어왔다. 800㎏ 분량의 사료 더미 4개였다. 파쇄·전처리·건조·후처리를 거친 엄연한 ‘제품’이다. 월평균 900톤가량 생산되며 판매가는 약 1억원 상당이다. 1년으로 따지면 10억원이 훌쩍 넘어간다. 위탁 운영사인 코오롱글로벌의 정진남 소장은 “건조기 4대를 가동해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한다”며 “일반적으로 수분 함유량을 10% 이하로 말리지만, 이곳은 3~5% 수준으로 바짝 말린다. 살균 효과는 물론 악취까지 제거하기 위해서다. 모두 베트남으로 수출된다”고 말했다.

음식물 쓰레기에서 나오는 폐수(음폐수)는 바이오가스로 활용된다. 소화조를 거쳐 황산화물을 제거한 뒤 가스 저장조에 보관한다. 하루 약 300톤의 음폐수가 이 과정을 거친다. 여기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는 연간 480만 노말루베(Nm³)다. 바이오가스는 모두 악취 제거 설비의 연료로 사용된다.

지하 2층의 악취는 기계 설비를 거쳐 91m 높이의 배기 타워에서 수증기 형태로 배출된다. 타워 중간 40m 높이에는 전망대가 있으며 곧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이곳에 오르면 고덕비즈밸리·고덕천·한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강동자원순환센터에 들어온 음식물 쓰레기는 처리 과정을 거쳐 사료나 비료로 만들어진다. 지하 1층에 베트남으로 수출되는 사료가 적재돼 있다. 박병국 기자

강동자원순환센터는 2020년 착공, 5년 동안의 공사를 거쳐 지난해 10월 준공됐다. 대개 쓰레기 처리 시설은 주민 반발이 거센 ‘기피 시설’이지만 강동자원순환센터는 사정이 달랐다.

정부는 2011년 고덕강일 보금자리주택(임대주택)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옛 강동음식물재활용센터가 주택사업지 내에 포함됐다. 정부는 현재 강동자원순환센터가 들어선 곳으로 음식물재활용센터를 이전하겠다고 했다. 단 지하가 아닌 지상이었다. 주민들은 임대주택 건립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이전되는 음식물재활용센터의 현대화와 지하화를 요구했다. 2000년 준공된 옛 강동음식물재활용센터는 지상 시설이라 악취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강동구 관계자는 “자원회수시설 지하화와 현대화는 주민들의 의견을 강동구가 수렴하고, 국토교통부에 건의해 수용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결국 악취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300톤 규모의 강동음식물재활용센터는 재활용·대형폐기물 시설이 증설된 640톤 규모의 자원회수시설로 재탄생하게 됐다. 강동자원순환센터는 지난해 5월, 자원 회수 시설에 대한 인식 전환과 지역 랜드마크 조성에 기여한 공로로 ‘제10회 서울시 건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기존 음식물재활용센터는 철거가 끝나면 공원으로 바뀐다.

이수희 강동구청장은 개관식에서 “오늘 새롭게 문을 연 강동자원순환센터는 폐기물 처리 시설을 전면 지하화한 친환경 시설”이라며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것은 물론, 주민 누구나 편히 쉬고 누릴 수 있는 문화·휴식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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