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읍 국도변을 지나는 이들에게 오랜 상처이자 골칫거리였던 장기 방치 건축물이 극적인 공사 재개에 돌입했습니다.
수십 년간 얽혀 있던 법적·행정적 매듭을 풀고 재착공에 나섰지만, 막상 뚜껑을 연 임차인 모집 성적표는 예상 밖의 냉혹한 현실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대한민국 대표 장기 방치 건축물의 정상화 과정과 그 이면에 숨겨진 지역 주택시장의 민낯을 낱낱이 파헤쳐 봅니다.

이천시 장호원읍 이황리 일대에 자리 잡은 이 아파트의 본래 이름은 카사펠리스 이천입니다.
지난 1998년 지하 1층~지상 16층, 총 930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야심차게 출발했으나, 2001년 시공사가 부도를 맞으면서 사업 주체 간의 지루한 법정 소송과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습니다.
결국 2002년 공정률 약 50%의 미완성 상태에서 공사가 전면 중단되었습니다.
이후 시행사와 건물주 간의 얽히고설킨 법적 분쟁 속에서 수십 년간 방치되며 지역 사회의 애물단지로 전락했으나, 지난해 이천시가 지구단위계획 변경과 사업계획 승인을 차례로 매듭지으며 기나긴 표류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이 사업이 무려 24년 가까이 옴짝달싹 못 했던 결정적 원인은 다름 아닌 진입도로 소유권 분쟁이었습니다.
아파트 부지와 진입로의 소유권이 갈리면서 정상적인 출입로 확보가 가로막혔고, 이 권리를 쥐고 있던 측이 수십 평 남짓한 토지 매각 대가로 무려 80억~100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금액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사업 주체와 이천시는 기존 진입 방식을 완전히 백지화하는 우회 정공법을 택했습니다.
국도와 직접 맞닿는 새로운 진입도로를 건설하는 사업계획 변경을 최종 승인받으면서, 수십 년간 발목을 잡았던 거대한 암초를 비로소 비켜 갈 수 있었습니다.

진입로 갈등이라는 최대 난제를 극복한 현장에서는 지난 4월 마침내 감격스러운 공사 재개식과 안전기원제가 거행되었습니다.
새롭게 재정비된 카사펠리스 이천은 지하 1층부터 지상 16층, 5개 동, 총 930가구 규모로 2027년 완공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의 낡은 콘크리트 골조를 전부 부수고 새로 짓는 방식이 아니라, 철저한 정밀 안전진단과 구조 검사를 거쳐 기존 골조를 살려 공사를 이어가는 형태로 추진된다는 점이 이색적입니다.
행정적 절차와 안전 검증을 모두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기대와는 완전히 엇갈렸습니다.

수십 년 만의 극적인 부활이라는 화려한 타이틀 뒤로, 올해 진행된 5년 공공건설임대주택 임차인 모집 결과는 가혹했습니다.
총 930가구라는 적지 않은 물량을 대거 공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순위 내 접수된 청약은 전체를 통틀어 단 8건에 불과했습니다.
일부 주택형은 2순위까지 단 한 명의 신청자도 찾지 못했고, 가장 많은 수요가 몰린 곳조차 4건에 머물며 사실상 전 타입 미달 사태를 맞았습니다.
수십 년 만에 공사가 재개되었다는 상징성과, 실제 주거를 선택하려는 실수요층의 지갑 열기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존재함을 증명한 셈입니다.

이러한 저조한 청약 성적의 이면에는 장호원읍 자체의 지극히 협소한 주택시장 규모와 한계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 등에 따르면 장호원읍의 월별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대부분 한 자릿수이거나 10건 안팎에 그칠 정도로 시장 유동성이 메말라 있습니다.
특히 최근 1년간 이뤄진 아파트 매매의 절대다수가 3억 원 이하의 저가 주택에 집중되어 있으며, 매매 중앙값 역시 1억 원대 중후반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처럼 저가·구축 중심의 소규모 지역 시장에 930가구라는 대규모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진 만큼, 향후 실질적인 임차 수요를 어떻게 채워나갈지가 완공을 앞둔 가장 무거운 숙제로 남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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