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죽음의 호수’처럼… 안산 시화호 검붉은 물 ‘줄줄’ [현장, 그곳&]

구재원 기자 2023. 3. 21.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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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습지 장전보 하류서 첫 목격 후... 안산천 합류 3㎞ 떨어진 곳까지 확산
환경단체 “개발 현장 모래 등 유입 추정”
21일 안산시 상록구 사동 시화호 수면이 검붉은 색을 띠고 있다. 독자 제공

 

“시화호가 ‘생명의 호수’로 살아난 뒤 이처럼 검붉은 색 물이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21일 오전 8시50분께 안산시 상록구 사동 시화호 상류지역은 마치 검붉은 물감을 풀어 놓은 것 같았다. 이곳에서 만난 시화호 지킴이 최종인씨(69)는 참담한 심정으로 이를 응시하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 시화호가 ‘죽음의 호수’라는 오명을 받고 있을 당시의 색깔과 비슷해서다.

앞서 지난 17일 오후 안산갈대습지 장전보에서 하류 방면 500~600m가량 시화호 쪽으로 내려간 지점에서 처음 목격된 검붉은 색의 물은 5일이 지난 현재 시화호와 안산천이 합류하는 시화호 방향으로 3㎞가량 떨어진 하류 지점까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조력발전소 운영으로 시화호 내 물이 이동하면서 간장 빛깔의 물이 시화호 상·하류를 왔다 갔다 하면서 확산은 더 빨라지는 모양새다.

사정은 이런데도 안산시와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관리 책임을 서로 전가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안산시 상록구 사동 시화호 상류지역 수면이 검붉은 물로 뒤덮여 있다. 시민 제공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지난해 10월 시화호 상류 반월·동화·삼화천 인근서 이뤄지는 도시개발사업을 위한 공사현장으로부터 발생한 모래와 흙 등이 빗물을 타고 시화호 상류로 유입된 것을 이 같은 현상의 주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이곳에 유입된 모래 등 토사가 시화호 상류 2~3㎞가량의 갯벌을 70㎝ 두께로 뒤덮으면서 갯벌에서 서식하는 갯지렁이와 패류 등 수생생물들이 폐사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시화호 상류에서 유입되는 물은 상대적으로 적어지고 여기에 다양한 부유물의 유입은 되레 많아진 데다 최근 온도가 높아지면서 오염 현상이 가속화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종인씨는 “지난해 10월 시화호 상류에 유입된 토사로 간척지가 썩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그동안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한 탓도 있다”며 “이렇게 시화호의 생태계가 주변 환경으로 급속도로 오염되면 시화호 상류는 물론 시화호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화호가 더 망가지기 전에 시화호 유역 지자체들이 개발사업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협의체 구성 등을 모색해야 한다”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가 실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K-water 관계자는 “검붉은 물이 발생한 지역은 공유수면으로 안산시가 위탁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안산시 관계자는 “갈대습지 인근에 설치된 장전보 하류는 시화호에 속하는 곳으로 K-water가 관리하는 지역”이라며 “점용에 대한 권한이 K-water에 있어 K-water가 관리하는 게 맞다”며 “갈대습지 및 경기가든에서 발생한 것으로는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원인 파악을 위해 드론을 활용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해명했다.

구재원 기자 kjw99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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