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빠께
사랑하는 아빠!
어제 화장터에서 아빠에게 할 말이 너무 많았는데
우느라 전하지 못한 말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아빠께 닿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언제나 가장의 무게를 이야기하시면서도
그래도 저희 덕분에 행복하다는 말씀이 기억이 나요.
이제 곧 떡국이가 세상에 나오는데, 선배들 이야기 들으면
많이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ㅎㅎㅎ
그래도 아빠가 저희를 보면서 행복해 하셨던 것처럼
저도 행복이다 생각하고 잘 살아볼게요.
울보 엄마랑, 똑순이 동생은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만큼은 못하겠지만 제가 어떻게든 잘 보살펴 볼게요.
아빠가 남겨주신 노하우들을 총동원해보면 어찌어찌 챙길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늘에서 할머니는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생전에 그렇게 아빠를 괴롭히시더니
아빠 아플 때 꿈속에서도 할머니를 업고 다녔다고 하셨잖아요.
저는 그래서 아빠가 할머니를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대신 보고 싶다고 하셨던 할아버지는 꼭 만나셨음 해요.
2년 암투병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본인은 식도암 때문에 아무 것도 못 드시는 와중에
가족들은 맛있는 거 먹어야 한다고 냉장고 터지도록
사주셨던 음식들, 너무 감사하게 잘 먹었어요.
죽기 전에 소주 한 잔을 마실지 냉수 한 잔을 마실지
고민된다고 하셨죠? 덕분에 당분간 술이나 물을 볼 때마다
아빠가 생각날 것 같아요. 아빠 생각 많이 할 수 있게 돼서
너무 좋아요. ㅎㅎㅎ
사랑하는 아빠.
가신 곳에서는 아프지 마시고, 좋은 거 많이 드시고.
여행도 좀 다니시고. 저희 가족 궁금하면 가끔 내려보기도 해주세요.
저도 아빠 보고 싶을 때마다 하늘 많이 쳐다볼게요.
너무 많이 본다고 카톡에서처럼 지겨워 하기 없기!
아직도 할 말이 많은데
정말 해주고 싶은 말을 마지막으로 편지를 마칠게요.
사랑합니다. 다음에도 내 아빠가 되어주세요.
그때는 효도 진짜진짜 많이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