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외국어 2개 이상 구사는 기본"

외국어 공부를 하다 ‘우리말이 세계 공용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 한 번쯤 해보셨죠? 말문이 트이기도 전에 알파벳을 먼저 가르치고 영어 유치원이 인기인 이유겠죠. 또 취업준비생들을 한숨 쉬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외국어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라고 해요. 토익, JLPT, HSK 등 각종 시험 준비에 돈도 시간도 너무 많이 소모되니까요. MZ세대는 얼마나, 어떻게 외국어를 활용하고 있을까요? MZ 맞춤형 경제 콘텐츠 뉴스레터 '어피티'가 머니레터 구독자 351명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영어 회화 실력, 외국어를 배우는 이유, 어학 자격증 보유 현황 등 MZ세대는 외국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봤어요. 자세한 내용은 정책주간지 'K-공감'에서 확인하세요.

“외국어 ‘2개 이상’ 구사는 기본이죠”
66.4%
※ 9월 27일~10월 3일 어피티 머니레터 구독자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
제2외국어는 ‘일본어, 중국어’

먼저 현재 학습 중이거나 할 줄 아는 외국어는 몇 개인지 물어봤어요. ‘2개 언어’가 34.5%로 가장 많았고 ‘1개 언어(28.2%)’, ‘3개 언어(23.4%)’, ‘4개 이상(8.5%)’ 순이었어요. 5.4%는 ‘전혀 하지 못한다’고 답했어요. 결과를 보면 ‘2개 이상’ 구사가 무려 66.4%에 달해 영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언어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그렇다면 이런 관심만큼 외국어가 실제 생활이나 업무에서 잘 활용되고 있을까요? 실제 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외국어로는 ‘영어(321명)’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그다음으로는 ‘일본어(115명)’와 ‘중국어(54명)’였어요. 그 밖에 ‘스페인어(21명)’, ‘프랑스어(16명)’, ‘독일어(10명)’, ‘러시아어(4명)’ 순이었어요.

MZ세대의 영어 회화 실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요? 70.1%가 ‘기본적인 대화가 가능한 수준’ 이상으로 나타났어요. 구체적으로는 37.6%가 ‘기본적인 대화 가능’, 21.7%는 ‘어느 정도 유창하다’, 10.8%는 ‘매우 유창하다’고 답했어요. ‘기초 수준’이라는 응답이 22.8%, ‘전혀 자신 없다’는 답변도 7.1%에 달한 것을 보면 영어 회화의 실력 차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MZ세대가 외국어를 배우는 이유는 뭘까요? ‘현지에서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28.2%, ‘자기계발’이 26.5%, ‘외국 문화에 대한 관심 또는 취미’가 19.1%로 나타났어요. 이를 통해 시험 점수나 스펙보다 여러 나라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외국어를 공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이 밖에도 ‘취업 준비 또는 승진 기회(9.4%)’, ‘직장에서의 업무 수행(8.5%)’, ‘해외 유학 준비 또는 학문적 성과(5.4%)’, ‘해외 이민 준비(2.0%)’ 등 다양한 이유가 있었어요.

한국어가 세계에서 어느 정도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물었는데요. 흥미롭게도 38.2%가 한국어의 세계적 경쟁력이 ‘보통’, 23.6%는 ‘높은 편’이라고 답했어요. 하지만 동시에 ‘낮은 편’이라는 답변도 31.6%에 달했어요. K-컬처의 영향으로 한국어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이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비즈니스나 외교에서 한국어가 쓰이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아직 사용 범위가 좁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취업 필수조건은 ‘토익 자격증?

MZ세대의 어학 자격증 보유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는 ‘토익’이 182명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어요. 여전히 국내의 많은 기업이 토익 점수를 주요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요. 그 뒤를 이어 ‘오픽(77명)’, ‘토익스피킹(48명)’ 등 실무와 관련된 자격증이 많았어요. ‘토플(30명)’이나 ‘IELTS(16명)’ 같은 유학·해외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 보유율은 예상보다 낮았어요. ‘일본어(JLPT, JPT)’와 ‘중국어(HSK)’ 자격증 보유자도 각각 54명, 42명으로 많았어요. 하지만 어학 자격증이 없는 사람도 99명에 달했어요.

많은 기업이 직원 채용 및 승진 과정에서 어학 자격증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MZ세대의 생각은 어떨까요? 69.5%가 회사에서 어학 자격증을 요구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또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답했어요. ‘꼭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30.5%로 나타났어요.

이와 관련해 M세대 도토리키재기 님은 외국어 자격증 취득에 대한 부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토로했어요. “외국어 자격증은 대부분의 기업이 요구하는 스펙 중 하나인데 문제는 대부분의 자격증이 합격·불합격으로 나뉘는 게 아니라 점수로 평가된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 조금이라도 더 높은 점수를 받으려고 재시험을 보는 경우가 많아요. 이게 외국어 시험의 재시험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예요. 게다가 시험 응시 비용은 매년 높아져 부담이 점점 더 커지고 있어요.”

최근 정부가 청년들을 대상으로 어학시험 응시료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요. MZ세대는 이 정책을 잘 활용하고 있을까요? 설문 결과를 보니 이 정책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 보여요. 65%가 이 정책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고 답했는데 그중에서도 48.5%는 ‘전혀 모른다’, 16.5%는 ‘들어본 적은 있지만 자세히 모른다’고 응답했어요. ‘정책을 알고 있다’는 응답자는 35%, 그중에서도 ‘응시료 지원을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7.7%에 불과했어요.

외국어 공부 지원 정책, 필요하다 vs 필요없다

한편 정부 차원에서 외국어 교육에 대한 투자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어요. 55.8%가 ‘외국어 교육에 대한 정부 투자가 더 필요하다’고 답했어요. 특히 외국어 자격증 취득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년들에게 이러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어요.

Z세대 망수 님은 “영어 시험 응시료가 너무 비싸요. 토익, 오픽 이 두 개만 봐도 10만 원이 넘는데 2년마다 갱신해야 해서 부담이 커요. 대학생 때부터 취업 준비까지 최소 두세 번은 시험을 봐야 하고 독학이 어려우면 영어학원 비용까지 추가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응시료를 1회 이상 지원해주는 정책이 꼭 필요해요”라고 말했어요. 또 공교육만으로는 부족한 외국어 교육 환경을 지적하며 실용적인 언어 공부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어요. 우리나라는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만큼 외국어 능력을 키우기 위한 정부 지원이 더 많아야 한다는 입장이에요.

반면 외국어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청소년과 청년들의 문해력 저하라는 지적도 있었어요. 외국어 공부도 중요하지만 한국어 자체의 이해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외국어 교육에만 집중하는 것은 오히려 우선순위를 잘못 설정한 것이라는 비판이었어요.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언어의 장벽이 점차 허물어지기 때문에 정부가 많은 예산을 외국어 교육에 투입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인 분야에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의견도 있었어요.

결국 외국어 공부의 핵심은 ‘외국어 교육에 돈을 더 쓸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청년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가’에 대한 더 큰 질문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청년들이 더 필요를 느끼는 분야는 어떤 것인지,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은 어떤 것인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접근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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