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문을 열었을 때 복도나 거실에 짐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모습을 본 적 있으신가요? 단순히 정리를 못해서가 아니라 심리적인 이유로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상태, 바로 '저장장애'일 수 있습니다. 이 장애는 물건을 버리기 힘들어 생활공간이 심각하게 오염되고,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정신건강 문제입니다.

저장장애는 전체 성인의 약 2~6%에게서 나타날 수 있으며, 혼자 사는 사람이나 특히 노년층에게 발생 비율이 더 높습니다. 실제로 노인의 경우 일반인보다 저장장애 위험이 3배 높다고 하니, 우리 주변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저장장애, 왜 생기는 걸까요?
저장장애가 왜 생기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계획능력, 정보처리, 기억력, 조직력 등의 인지 능력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그 외에도 스트레스, 우울증, 불안장애, 사회공포증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많아 정신건강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가족 중 저장장애를 앓고 있었던 경우 더 쉽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유전적인 영향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하지요. 어린 시절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경우엔 오히려 저장장애가 적게 나타난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저장장애의 위험과 일상 속 문제들
쌓여 있는 물건은 단지 보기 싫은 수준을 넘어서 사고 위험까지 증대시킵니다. 넘어진다거나, 약이나 안경 등 중요한 물건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죠. 특히 노인의 경우 넘어진 뒤 회복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저장장애는 단순한 불청결 문제가 아닙니다.
또한, 저장장애는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가족이나 친구와의 충돌은 물론, 청소업체가 개입해도 일시적인 해결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치료는 가능할까요?
희망은 있습니다. 극복은 어렵지만 지속적인 인지행동치료(CBT)가 가장 성공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CBT는 단순히 청소를 하거나 정리를 돕는 것이 아니라, 환자 본인이 결정하고 분류하고 폐기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도와줍니다.
치료는 긴 여정이 될 수 있지만, 꾸준히 한다면 분명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완기법이나 가족들의 지지, 전문치료사의 개입이 큰 힘이 됩니다. 약물치료도 병행될 수 있지만, 아직 저장장애를 위한 전용약은 없는 상태입니다. 다만 우울증이나 불안증상이 있는 경우 이를 위한 SSRI 계열의 약을 처방받는 것이 일반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