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 날렸다" 팔수록 손해 보더니 한국에서만 두 번 망한 이유

1972년 미국 루이지애나에서 시작해 전 세계 45개국에 진출한 글로벌 치킨 프랜차이즈 파파이스가 유독 한국에서만 두 번이나 참패했다. 1994년 압구정에서 화려하게 시작해 한때 200개 매장을 운영하며 국내 3위 패스트푸드 브랜드로 자리 잡았던 파파이스는 2020년 말 26년 만에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고, 2022년 신라교역이 500억 원 이상을 투자하며 재진출했지만 불과 2년여 만에 다시 매물로 나오며 사실상 두 번째 실패를 맞이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KFC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브랜드가 왜 한국에서만 무너졌을까.

▮▮ 1차 실패: 26년간의 긴 추락

파파이스의 첫 번째 한국 진출은 1994년 대한제당 계열사 TS푸드앤시스템을 통해 이뤄졌다. 당시 압구정 문화를 선도하며 화려하게 시작한 파파이스는 케이준 스타일의 바삭한 치킨으로 빠르게 인기를 끌었고, 전국에 200개에 달하는 매장을 운영하며 맥도날드, 롯데리아에 이은 국내 3위 패스트푸드 브랜드로 성장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웰빙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튀긴 음식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고, 국내 패스트푸드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2012년부터 적자로 돌아선 파파이스는 2015년에는 자본금을 갉아먹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2018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31%나 폭락하며 경영난이 극에 달했고, 10년 넘게 이어진 실적 부진 탓에 매물로 나왔을 때조차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2013년 매출액은 110억 원이었지만 영업손실은 오히려 매출보다 큰 115억 원을 기록했고, 2014년에도 매출의 90%가 손실로 증발하는 참담한 상황이 이어졌다. 2019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30.89% 감소한 125억 원, 영업손실은 29.76% 증가한 12억 원을 기록하며 총자본이 -49억 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결국 2020년 코로나19가 결정타가 되어 파파이스는 26년 만에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 프리미엄 가격 전략의 치명적 오판

파파이스 실패의 가장 큰 요인은 가격 전략의 실패였다. 2000년대 이후 맥도날드, 롯데리아 등 경쟁 업체들이 '가성비'를 내세우며 저가 정책을 펼칠 때도 파파이스는 고급화 전략을 고수했다. 한국 소비자들은 비슷한 가격이면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의 더 큰 치킨을 선택했고, 저렴한 가격을 원하면 맥도날드나 롯데리아를 찾았다.

2024년 4월 파파이스가 수익성 개선을 위해 가격을 인상하자 고객들은 더욱 냉정하게 등을 돌렸다. 한국은 '1인 1닭' 문화가 자리 잡은 치킨 공화국으로, 2024년 기준 프랜차이즈 치킨 전문점만 3만1397개에 달했다. 이처럼 포화된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했다.

▮▮ 애매한 정체성과 포지셔닝 실패

파파이스는 치킨도 아니고 버거도 아닌 애매한 포지셔닝으로 고객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KFC와 같은 치킨 전문점으로 보기에는 메뉴가 다양했고, 버거 프랜차이즈로 보기에는 치킨이 주력이었다. 한국 소비자들은 치킨을 먹고 싶으면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를 찾았고, 버거를 원하면 맥도날드나 버거킹을 선택했다.

신메뉴 개발도 더뎠고 기존 메뉴 판매만을 강조하며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다. 맥도날드와 버거킹이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도입하는 등 혁신을 거듭할 때 파파이스는 변화를 거부했다. 전문가들은 "파파이스 같은 곳은 매장 수가 200개 정도가 되지 않으면 규모의 경제가 불가능하다"며 "사업 모델을 구상할 때부터 잘못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배달 시장 대응 실패와 매장 전략 실책

파파이스의 또 다른 패착은 배달보다 매장 운영을 고집한 것이었다. 경쟁업체들이 배달 서비스를 강화하며 배달 시장으로 눈을 돌릴 때, 파파이스는 여전히 대형 매장 중심의 운영에 집중했다. 코로나19로 배달 수요가 폭증하자 파파이스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높은 임대료가 부담이 되자 파파이스는 번화가에서 밀려나 푸드코트와 지하철역으로 이동했고, 서서히 소비자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맥도날드와 롯데리아가 배달원을 직접 고용해 서비스 품질을 유지한 반면, 파파이스는 배달 인프라 구축에 실패하며 경쟁에서 뒤처졌다.

▮▮ 2차 재진출: 500억 투자의 허무한 종말

2020년 말 철수 후 불과 2년 만인 2022년, 원양어업을 주력으로 하는 신라교역이 자회사 '넌럭셔리어스컴퍼니'를 통해 파파이스의 국내 마스터 프랜차이즈 독점 계약을 체결하며 재진출을 시도했다. RBI(레스토랑브랜드인터내셔널) 본사는 한 번 철수했던 경험 때문에 새로운 파트너사 선정에 신중을 기했고, 신라교역이 차별화된 브랜드 전략을 제시해 계약을 따냈다.

2022년 12월 서울 강남역에 1호점을 출점하며 화려하게 복귀한 파파이스는 초반 오픈런 행렬을 만들며 기대를 모았다. 신라교역은 100개 이상의 매장을 출점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고, 4년간 넌럭셔리어스컴퍼니에 유상증자 방식으로 513억 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2024년 11월 기준 파파이스는 12개 매장만 운영했고 이 중 5개가 폐점하는 등 초기 부진을 겪었으나, 2025년 9월에는 여의도점 등을 출점하며 21~22개 매장으로 확대했다. 그럼에도 목표에는 크게 미달했고, 2023년 파파이스 매출은 약 110억 원에 영업손실은 115억 원을 기록했다.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매출 97억 원, 순손실 52억 원을 기록하며 장사를 하면 할수록 돈을 잃는 구조가 반복됐다.

▮▮ 포화된 K-치킨 시장의 냉정한 현실

파파이스가 재진출한 2022년 한국 치킨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였다. 프랜차이즈 치킨 전문점은 2020년 2만7303개, 2021년 2만8627개, 2022년 2만9348개, 2023년 2만9805개로 꾸준히 증가했고, 2024년에는 3만1397개로 3만 개를 돌파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개인 매장을 포함한 전국 치킨 전문점 수는 2023년 기준 3만9789개에 달했다.

이처럼 과열된 시장에서 주요 브랜드들은 신제품 개발과 배달 플랫폼 확대, 브랜드 리뉴얼에 속도를 냈지만 파파이스는 메뉴 혁신과 마케팅 투자가 상대적으로 적어 소비자 노출이 크게 줄었다. 같은 TS푸드앤시스템 산하였던 맘스터치가 성공한 것과 대조적으로, 파파이스는 공격적인 연구개발과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와 본사에 영향력을 과시하지 못했다.

▮▮ 글로벌 본사의 성장 둔화까지 겹친 악재

파파이스의 한국 실패는 글로벌 차원의 성장 둔화와도 맞물렸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파파이스의 동일 점포 매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본사조차 미래를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같은 RBI 산하의 버거킹이 거대 공룡으로 성장한 반면, 형격인 파파이스는 생존을 위해 매각을 고민하는 처지가 되었다.

운영사 변경과 매장 축소, 시장 경쟁 심화, 코로나19 이후의 수익성 악화, 그리고 글로벌 차원에서의 성장 둔화까지 겹치면서 브랜드의 체력이 빠르게 약해졌다. 2025년 12월 RBI는 삼일PwC와 함께 한국에서 파파이스를 운영할 새로운 파트너사를 물색하기 시작했고, 신라교역이 보유한 파파이스 직영점 등 기존 사업의 매각 가격은 500억 원 안팎으로 거론됐다.

▮▮ 두 번의 실패가 남긴 교훈

파파이스의 두 번에 걸친 한국 시장 실패는 비즈니스에서 낭만과 추억이 가장 위험한 필터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1994년 압구정에서 시작된 케이준 치킨의 전설은 시장의 변화를 읽지 못한 혁신 없는 복귀로 더 큰 참패를 맞이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파파이스가 한국 시장의 독특한 문화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1인 1닭 문화가 자리 잡은 치킨 공화국으로, 가성비와 배달 서비스, 빠른 메뉴 혁신이 생존의 필수 조건이었다. 프리미엄 전략을 고집하고 매장 중심으로 운영하며 신메뉴 개발을 소홀히 한 파파이스는 KFC와 롯데리아 사이에서 길을 잃은 포지셔닝으로 결국 두 번 모두 실패했다.

500억 원이 넘는 거금을 투자하고도 살아남지 못한 파파이스의 사례는 아무리 글로벌 브랜드라도 현지 시장의 특성을 무시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냉혹한 교훈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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