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것도 일이다, 김래균 작가

<안현정의 아트픽> 안현정 미술평론가(예술철학박사, 성균관대 박물관 학예실장)가 추천하는 작가입니다.

작가는 게임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일과 놀이의 충돌을 탐구하며 노동의 경계에 대해 질문한다. 게임은 작가에게 노동과 놀이가 만나는 곳이다. 작가는 일이면서도 놀이처럼 보이는 예술과 놀이였다가 일이 된 게임을 합쳐 불안정하고 선명하지 않은 곳에 위치한 예술게임을 만든다. 흐릿한 경계에 있는 예술게임은 노동의 경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뚜렷하지 않은 경계에 머물며 먹고 살아야 하는 현실을 이야기한다. 한국은 세대가 세 번 지나기도 전에 식민지에서 벗어나 저출생, 고령화 사회에 이를 만큼 압축적인 성장과 기술 발전을 달성했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묻어놓고 그 위에 새로운 것을 빠르게 올리면서 이루어진 개인화되고 디지털화된 사회는 기묘하고 이상한 지형과 시간성을 띠게 되었다.

이 혼란은 작업 속 시간성의 혼재로 나타난다. 작업에 등장하는 이미지나 노래의 가사로 드러나는 텍스트들은 과거에 이야기인지 아니면 바로 어제 본 것인지 모를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작업에 중심으로 등장하는 몹(mob)은 인간의 시야 바깥에 있는 생물들이다. 동물 무리나 공격적인 군중을 뜻하는 몹은 게임이나 서브컬처에서 주인공이 아닌 엑스트라 혹은 NPC(Non-Player Character)를 지칭한다.

이들은 콘텐츠 제작자들의 경제적인 이유로 단순한 형태를 띤다. 작가는 이번 작업에서 쓰레기 섬에서 집을 얻기 위한 소라게 ‘Krap’과 야맹증을 가졌지만, 밤에 일해야 하는 닭 ’CHICKEN’에 이어 아주 오래전 한반도에 살았던 공룡들의 모습을 상상한 ‘잡룡(JobRyoung)’ 또는 ‘일용’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공룡은 6600만년 전 지구에 떨어진 운석으로 새를 제외하고 모두 멸종했고, 땅에 묻힌 몇몇 공룡들은 화석이 되었다. 화석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쌓인 땅이 뒤집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까지 도달해야 볼 수 있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죽은 공룡들은 산골짜기와 아파트 아래 묻혀 그들이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알 수 없다.

작가는 알 수 없는 것을 상상하여 이야기를 만든다. 이야기 속 잡룡들은 우리와 비슷한 일상을 살고 있다. 자신들을 잡룡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서로를 일용이라고 부르는 이들은 다가오는 멸망을 알지 못한 채 뭘 해서 먹고살지 걱정하는 보통의 존재들이다.



김래균 작가


2023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전시 <-0-0-0-: 매듭은 손가락으로 지어졌다>, 서울,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청년타임스 정수연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