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영원한 네이키드 드라이빙, 폭스바겐 골프 TDI
폭스바겐 골프가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했다. 반세기 동안 변치 않는 매력을 이어온 골프는 전 세계적으로 3500만 대 이상이 판매된, 폭스바겐 브랜드의 대표 모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기 비결은 최고가 되겠다는 욕심이다. 한때 폭스바겐은 디젤 엔진으로 업계 정상의 자리에 올랐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사랑받았던 차가 바로 골프다. 작은 체구에 넘치는 2000cc 배기량 엔진을 얹어 시원시원한 달리기를 선사했다. 무게감과 밸런스가 모두 맞아 떨어졌다. GTI도 강력하지만, 디젤 엔진 특유의 폭발력도 한몫했다. 이 차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내 몸에 딱 맞는 트레이닝복을 입은 느낌이다. 과하지도 않고 형식적이지도 않은, 마치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편안함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아직도 변함이 없다.
이 차의 디자인은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모델답게 완성도가 높다. 최신형 골프는 전통적인 실루엣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디테일을 추가했다. 날렵한 LED 헤드램프와 매끄럽게 이어지는 그릴 디자인은 세련미를 더한다. 복잡한 디자인 요소를 배제한 깔끔한 외관이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5세대 이후부터 라인에서 점차 직선이 많아졌다. 조금 더 스포티한 인상을 주기에는 충분하다.
실내는 간결함과 첨단 기술이 공존한다. 디지털 클러스터와 10인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는 운전자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설계를 보여준다. 물리 버튼을 최소화하면서도 주요 기능을 직관적으로 배치했다. 다만, 이 부분은 양날의 검이다. 골프를 새로 접하는 고객에게는 좋을지 모르나 기존 폭스바겐 고객은 다소 어색함을 느낀다. 시트와 마감재는 실용성과 내구성에 중점을 둔 것이 느껴진다. 소소한 고급스러움도 느껴지는데, 10가지 색상의 앰비언트 라이트가 적용된다는 것이 좋은 예다.
골프 TDI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디젤 엔진이다. 2.0L TDI 엔진은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34.7kg·m를 발휘한다. 7단 DSG 변속기와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는데, 더 놀라운 점은 감성 드라이빙을 전달하는 그때의 그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느껴지는 묵직한 힘과 부드러운 변속은 디젤 특유의 매력을 잘 살려낸다.
연비 또한 여전히 압도적이다. 공인 복합 연비는 리터당 17km를 넘어서며, 고속도로 주행 시 이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한다. 디젤 엔진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운전자들에게 골프 TDI는 최고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코너링 안정성은 좀 더 세련됐다. 차체가 조금 더 단단해진 느낌이다. 17인치 휠로 업그레이드가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서스펜션은 노면의 충격을 어느 정도 잘 흡수한다. 승차감은 나쁘지 않은 편에 속한다. 장거리도 충분히 소화해낼 정도의 공간감도 제공한다. 소음 억제 능력에는 한계가 있지만, 마음에 드는 강력한 퍼포먼스를 위해서라면 이해해야 할 부분이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진 느낌이다.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폭스바겐 골프는 단순히 시간을 견딘 차가 아니다. 꾸준히 진화하며 시대의 요구를 충족해 온 결과물이다. 골프 TDI는 뛰어난 연비, 안정적인 주행 성능, 그리고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으로 여전히 많은 운전자에게 신뢰받는 선택지다. 대체할만한 디젤 차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된다.
특히, 디젤 엔진의 강점을 최대한 살린 점은 장거리 주행이 많은 운전자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이번 시승에서도 새삼 디젤의 매력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다. 디젤 엔진이 축소되는 지금 만약 살아남는 차가 있다면, 아마도 바로 이 차가 되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본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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