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포기" 애플, 자율주행 전기차 '타이탄 프로젝트' 10년 만에 중단
애플이 10년 가량 진행해온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인 '타이탄'을 결국 중단했다. 최근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와 자율주행 개발의 어려움이 겹치면서 결국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소프트웨어(SW)에 강점이 큰 만큼, 결국 인공지능(AI)에 좀 더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이날 타이탄 프로젝트를 전면 중단하고, 프로젝트 참여자 2000여명의 직원들에게 부서이동과 인력감축을 예고했다. 이번 결정은 애플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제프 윌리엄스와 케빈 린치 애플 타이탄 프로젝트 담당 부사장이 공유했다.
애플은 2014년 '타이탄'이란 프로젝트 하에 자율주행 전기차 출시를 추진해왔다. 2017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교통당국(DMV)로부터 자율주행차 실험을 위한 공용도로 주행을 허가받았다. 2019년 관련 엔지니어 190여명을 해고하면서 프로젝트가 난항을 겪었지만, 2021년 자체 '모노셀' 배터리, 반도체, 라이다(센서)를 장착한 자율주행 전기차를 2024년까지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이를 위해 스튜어트 바워스 전 테슬라 부사장, 조나단 시브 전 테슬라 차량 엔지니어 등 테슬라 출신 임원과 엔지니어를 고용했다.
하지만 그간 개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애플카 출시 시점도 2026년, 2028년 등 계속 미뤄졌다. 게다가 10년간 수 많은 임원들이 교체된 가운데, 타이탄 프로젝트 핵심 임원이었던 DJ 노보트이 애플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도 올해 초 퇴사했다. 노보트니 부사장은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인 '리비안' 차량 프로그램 수석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술적 한계도 드러냈다. 당초 애플카는 미국자동차공학회(SAE) 기준 '레벨5'에 해당하는 완전자율주행차를 출시할 예정이었다. 5단계 자율주행은 △운전자가 필요 없고 △탑승자가 목적지를 입력하면 차가 알아서 움직이며 △어떤 조건에서도 차량 시스템이 운전을 담당한다. 그래서 가속·감속·조향 장치가 아예 불필요하다. 하지만 애플은 2022년 완전 자율주행은 불가능하다고 판단, 운전대와 페달이 달리고, 고속도로에서만 제한적으로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3' 수준으로 목표를 낮춰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카에 기대감은 지속됐다. 업계와 외신에선 모노셀 배터리 개발 방향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이 계속 나왔고, 애플카 가격을 약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 선으로 예상했다. 또 자율주행 기술도 지속적으로 개발해왔다. 미국 캘리포니아 DMV가 최근 발간한 '2023년 자율주행 해제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은 현재 54대의 자율주행차를 캘리포니아에서 테스트하고 있다. 주행거리는 전년(20만154㎞) 대비 262% 가량 증가한 72만4390㎞로, 경쟁 업체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자율주행 해제 건수도 가장 높아, 기술력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
애플이 타이탄 프로젝트를 힘겹게 이끌어 오는 동안 전기차 시장 분위기는 급격히 바뀌었다. 매년 두 배 가량 성장하던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지난해 40% 성장하는데 그쳤다. 특히 하반기 각국의 보조금 정책 변화가 생기면서 대한민국 등 일부에선 역성장도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성장성 둔화로 GM, 포드 등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전기차 전환 감속이 나타났고, 최근엔 메르세데스-벤츠도 5년 가량 늦추기로 했다.
이런 와중에 생성형 AI 개발에 대한 필요성도 커졌다.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챗GPT'를 필두로, 구글의 '제미나이', 메타 '라마', 아마존 '벨라' 등 빅테크 기업들이 각각 생성형 AI를 선보였고, 퀄컴, 삼성전자, 인텔 등은 온디바이스 AI 영역에서 경쟁력을 키워왔다. 생성형 AI 플랫폼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애플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올 들어 관련 프로젝트를 강화키로 한 것이다. 애플은 타이탄 프로젝트를 맡아온 SW 개발자 대부분을 생성형 AI 프로젝트에 투입할 예정이다. 다만 하드웨어 엔지니어와 차량 디자이너는 정리해고가 될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앤드류 지라드 블룸버그인텔리전스 분석가는 "애플이 전기차를 포기하과 생성형 AI로 힘을 싣기로 한 결정은 결국 자동차보다 AI 수익원의 장기적인 잠재력이 좋다고 보고 전략적으로 움직인 것"이라며 "테크 기업 입장에서 AI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해당 상황에 대해 애플은 공식 논평을 거부했다. 시장에선 애플카 포기 선언을 신중히 보고 있다. 이날 뉴욕 나스닥 시장에서 애플은 전장 대비 0.1% 상승한 182.63달러에 장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