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쉬인, 성수 첫 팝업 스토어 방문했더니..."구매는 글쎄"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쉬인 팝업스토어. 사진=한지원 기자

"가격은 싸지만 구매를 하진 않았어요. "

"성수에 있는 다른 팝업 온 김에 우연히 발견했어요."

11일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중국 패션 이커머스 업체 '쉬인(SHEIN)'의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20대 여성들은 이와 같이 말했다. 이들 대부분은 할인 쿠폰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만 참여할 뿐, 실제 옷을 구매하진 않았다. 쉬인 온라인 스토어에서 크롭 티셔츠(매장가 8000원), 반바지(6900원) 등을 더 편하고 싸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인근 다른 팝업 스토어 방문도 예정돼 있어, 쉬인의 옷을 구매하지 않았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쉬인은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스타일 인 쉬인’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첫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이번 매장은 사실 판매보다 고객체험과 브랜드 홍보를 위해 꾸며졌다.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도 직원들이 판매에 열을 올리기 보다, 브랜드 소개나 이벤트 진행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쉬인 팝업스토어 1, 2층 매장 전경. 사진=한지원 기자

팝업스토어는 1~2층 매장으로 구성됐다. 1층에는 쉬인의 모델 김유정이 화보 속에서 입은 브랜드 '데이지' 의류가 전시됐고, 포토존과 소셜미디어(SNS)용 이벤트 공간으로 구성됐다. 2층은 쉬인의 기본 컬렉션인 ‘이지웨어’, 스포츠웨어라인 글로우모드 등 자체브랜드(PB)로 구성됐다. 옷을 직접 착용해 볼 수 있는 4개의 피팅룸도 마련됐다.

쉬인 팝업스토어 이벤트 공지. 사진=한지원 기자

팝업을 찾은 방문객은 대부분 20대 초중반 여성이었다. 이 중 대부분은 한국인이 아닌 동남아시아 등 해외에서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직원들은 이들에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설치와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등록을 유도하며, 쉬인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이벤트에 참석해 사은품을 받은 한 여성은 "이곳에서 받은 할인쿠폰으로 온라인 구매를 할 예정"이라며 "오늘은 성수에 있는 여러 팝업을 방문할 예정인데, 그 중 쉬인도 구경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쉬인, 끊이지 않는 논란

성수동에 위치한 무신사 매장. 사진=한지원 기자

쉬인은 지난달 20일 한국 진출을 공식화했다. 업계에서는 쉬인이 성수동을 한국 시장 진출의 본거지로 삼은 것도 국내 패션 플랫폼 이용자 수 1위인 ‘무신사’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성수동은 무신사의 본사가 위치한 곳이자, 에이블리, 지그재그 등의 패션 플랫폼 트렌드에 민감한 20대 초중반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쉬인은 광고에도 천문학적인 돈을 쓰고 있다. 지난해에만 인스타그램 등에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가 넘는 글로벌 광고비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 효과는 매출로 나타났다. 업계는 쉬인의 매출이 2019년 31억달러(약 4조2894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최소 300억달러(약 41조5110억원)로 10배 가까이 성장한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에 진출한 이후 패션 플랫폼의 지각변동도 예상된다. 실제 쉬인은 지난해 패스트패션 세계 2위인 글로벌 제조·유통 일원화(SPA) 브랜드 ‘H&M’을 넘어섰다. 블룸버그 등 외신은 미국 패스트패션 시장 내 쉬인의 점유율이 40~50%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쉬인 관계자는 "이번 성수 팝업은 고객이 직접 상품을 볼 수 있는 옴니채널 쇼핑 경험을 위해 마련한 것"이라며 "오프라인 매장을 열 계획은 없고, 디지털 전략으로 한국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쉬인 의류 제품. 사진=한지원 기자

업계에서는 쉬인의 국내 패션 플랫폼 시장 안착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다. 앞서 쉬인에서 국내 판매하는 어린이용 장화에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됐다. 장화의 리본 장식에서만 기준치 대비 약 680배의 가소제가 나왔다. 이번 팝업에서도 오픈 첫날 유명 브랜드인 폴로 랄프로렌, 키르시, 프레드페리 등과 비슷한 로고의 제품이 진열되며 디자인 도용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저렴한 가격이 쉬인의 최대 장점이지만, 품질과 디자인 측면에서 본다면 수요는 제한적일 수 있다"며 "지금은 디지털 전략으로 한국 소비자가 관심을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로 성공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지원 기자 cds04202@3pro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