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로 시장 농락하는 월가, 미국 불개미들의 통쾌한 복수···‘덤 머니’[리뷰]

최민지 기자 2024. 1. 15. 14:5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1년 ‘게임스톱 사태’를 영화화
‘금융계의 프랑스혁명’…평범한 이들의 승리 다뤄
영화 <덤 머니>의 한 장면. 키스 길(폴 다노)은 닉네임 ‘포효하는냥’으로 온라인에서 활동하며 게임스톱 주식이 저평가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2021년 미국 전역을 뒤흔든 ‘게임스톱 사태’를 이끈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덤 머니(Dumb Money·멍청한 돈). 미국 월스트리트에선 개인 투자자를 낮잡아 이렇게 이른다. ‘스마트 머니’라 불리는 엘리트 금융인들 눈에 ‘개미’들은 어리석은 존재고, 이들의 돈은 “먹는 놈이 임자”다. 하지만 개미 수백만마리가 뭉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17일 개봉하는 <덤 머니>는 무시당하던 개미들이 월스트리트에 날린 한 방을 그린 유쾌한 영화다. 2021년 월스트리트를 넘어 미국 전역을 뒤흔든 ‘게임스톱 사태’를 바탕으로 한다.

‘불개미 군단’을 이끈 것은 금융 애널리스트이자 닉네임 ‘포효하는 냥’의 길(폴 다노)이다. 애널리스트라곤 하지만 길의 모습은 월스트리트의 세련된 금융인들과는 거리가 멀다. 고향인 매사추세츠주의 작은 도시에 살며 취미로 ‘주식 유튜버’로 활동한다. 라이브 방송을 진행할 때면 이마에 빨간 띠를 질끈 묶고 고양이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는다.

길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월스트리트와 맞서는 결단을 내린다. 모두가 ‘한물간’ 기업이라 평가하는 게임스톱 주식에 전 재산 5만3000달러를 투자한 것이다. 비디오게임 소매업체인 게임스톱은 한때 전성기를 누렸지만 지금은 매년 수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대형 펀드사들은 게임스톱에 공매도를 하고 있다. 공매도란 없는 주식을 빌려서 판다는 의미의 주식 용어로, 쉽게 말해 이 회사가 망하는 데 베팅을 한다는 뜻이다.

길은 게임스톱이 월스트리트에 의해 저평가됐다며 자신의 손익을 공개하고 시청자들에게 함께할 것을 권한다. 코로나19에 더해 해고, 학자금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던 수백만 개미들은 길을 따라 게임스톱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다. 주가가 수개월 만에 190배까지 치솟고 사태자 커지자 의회와 백악관이 나선다. 이른바 ‘금융계의 프랑스혁명’의 시작이었다.

대형 헤지펀드를 운영하는 월스트리트의 금융인들은 호화로운 생활을 한다. 이들은 개인투자자를 ‘덤머니’(멍청한 돈)라 부르며 무시한다. 그린나래미디어제공
게임스톱 주식을 산 ‘개미’들은 ‘포효하는냥’을 믿고 주식을 팔지 않는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할리우드가 이 동화 같은 이야기를 놓칠 리 없다. 2021년 초 게임스톱 사태가 영화로 나오기까지 채 3년이 안 되는 시간이 걸렸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2010)의 원작 소설을 쓴 작가 벤 메즈리치가 일련의 사건을 재구성한 책 <안티소셜 네트워크>를 그해 9월 출간했고, <컨택트>·<미스 슬로운>(2017)의 제작자인 프로듀서 애론 라이더가 이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영화는 단순 명료하다. 낡은 자동차와 버스를 타고 다니는 ‘개미’들과 호화 요트 여행을 즐기는 월스트리트 금융인들의 생활을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개미들의 반격을 받은 ‘스마트 머니’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는 모습은 관객에게 통쾌함을 선사한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를 그린 <빅쇼트>(2015)가 ‘평범한 이들의 패배’를 그렸다면 <덤 머니>는 반대다.

가볍지 않은 소재를 다루면서도 시종 유쾌하다. 게임스톱 사태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벌어진 만큼 당시 유행한 온라인 밈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공매도, 쇼트스퀴즈 같은 낯선 경제 용어도 친절하게 설명한다. 금융 지식이 없는 관객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는 정도다.

폴 다노가 800만 불개미의 리더 길을 연기했다. 괴짜지만 정직한, 신념을 지키는 인물을 표현하는 데 최적화된 배우다. 세스 로건, 피트 데이비슨, 아메리카 페레라 등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도 볼거리다. <아이, 토냐>(2017), <크루엘라>(201)의 크레이그 길레스피가 연출했다. 러닝타임 105분. 15세 이상 관람가.

실제 키스 길(왼쪽)과 영화 속 키스 길(폴 다노)의 모습. 길은 라이브 방송 때마다 고양이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이마에는 빨간 띠를 둘렀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 '시장 가치를 누가, 어떻게 정하는가’ 게임스톱 사태가 던진 근본 질문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102031553001


☞ 게임스톱은 ‘월가 점령 운동’ 새 버전 될까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102070956001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