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보다 더한 8회, 조상우의 볼넷이 불러온 참사

하루아침에 팬들의 기대가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이 있다. 이번 KIA와 KT의 맞대결이 그랬다. 4사구가 무려 10개, 그것도 주요 순간마다 나왔던 볼넷은 사실상 자멸의 서막이었다. 8회, 조상우가 마운드에 올랐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팽팽했다. 하지만 그의 연속 볼넷 두 개는 그야말로 결정적이었다. 순식간에 KT에게 흐름을 넘겨준 KIA는 돌이킬 수 없는 패배를 맛봐야 했다.
윤영철이 5이닝 동안 버티긴 했지만, 그가 남긴 5개의 4사구는 불안함의 시작이었고, 나머지를 불펜이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게 이 경기의 핵심이었다. KIA 불펜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조상우가 흔들렸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번 패배의 가장 큰 충격이었다.
익숙한 패배의 시나리오, 그 중심에 선 불펜

KIA의 팬들은 이제 경기 후반이 되면 자연스럽게 긴장한다. 지금까지 무려 14번이나 역전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이는 리그 전체에서 두 번째로 많은 기록이다. 그 숫자만으로도 얼마나 불안한 불펜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팀 평균자책점 하위권, 리그 최악 수준의 볼넷 허용률도 덧붙이자면, KIA의 후반 운영은 말 그대로 아슬아슬하다.
정해영이 제 몫을 해주고 있음에도, 나머지 불펜 자원들의 불안정한 상태는 KIA 팬들의 마음을 녹슬게 한다. 필승조 곽도규의 시즌아웃, 최지민의 부진, 그리고 믿고 데려온 조상우의 공백은 팀 전체를 흔들어놓았다.
조상우에게 걸었던 기대, 현실은 냉혹했다

시즌 전 많은 팬들이 조상우의 KIA 입단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88세이브의 베테랑, KBO 최고 마무리 중 하나였던 조상우가 우리 불펜의 중심을 잡아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아쉽기만 하다. 평균자책점 4.56, WHIP 1.68이라는 수치는 결코 안정적이지 않다. 이닝당 주자를 거의 두 명씩 내보낸다는 것은, 어느 순간에도 폭발할 수 있는 불안을 의미한다.
물론 조상우에게만 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 팀 전체가 흔들리고 있으며, 공격력의 심각한 저하도 불펜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 나성범, 김도영, 김선빈 등 중심 타자들이 이탈한 상황에서 점수를 쉽게 내줄 수 없다는 압박감은 오히려 역효과가 되어 돌아오고 있다.
남은 시즌,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이제 KIA가 살아남기 위해선 조상우가 본래의 셋업맨다운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정해영과 조상우, 이 두 축이 버텨줘야 다시 불펜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신예 성영탁의 무실점 투구는 희망적이지만, 경험 많은 중심 자원의 회복이 더 시급하다.
무너지지 않는 불펜, 터지는 타선. 이 두 가지가 동시에 맞물려야 KIA는 다시 웃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또다시 8회만 되면 손에 땀을 쥐어야 하는 경기를 반복해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