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랴부랴 헌법책 폈다…44년만의 '계엄'에 공시생들도 대혼란

공무원 시험 등을 준비하는 수험생들 사이에서 최근 ‘계엄’ 공부가 하나의 트렌드처럼 떠오르고 있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1979년 이후 44년 만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계엄법 관련 부분이 시험에 출제될 수 있다는 예측에서다.
서울에서 2년째 경찰 시험을 준비 중인 공시생 이모(26)씨는 “주변에서 계엄법과 관련된 문제가 시험이 출제된다는 얘기가 있어 부랴부랴 책을 사서 공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기준 94만명의 회원이 있는 공무원 현직·시험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계엄령 선포로 2025 공시에 나올 수 있는 판례 모음’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과거 계엄 관련 판례뿐 아니라 이승만 정부 때 제주 4.3사건, 한국전쟁, 유신, 10.26 등의 사건 순서를 꼭 봐야 할 거 같다”고 했다. 조회수 700건을 넘긴 해당 글엔 공감하는 댓글이 이어 달리고 있다.
법을 다루는 법무사 시험 준비생들도 헌법 책을 펴고 있다고 한다. 회원수 3만여명의 네이버 카페 ‘법시모(법무사 시험을 준비하는 모임)’에선 ‘내란을 키워드로 헌법기출 ox 지문’이라는 글이 지난 5일 올라왔다. 글쓴이는 계엄 관련 헌법 조문을 정리하고 “(계엄이 이어졌다면) 기존의 헌법과 법률 판례 기출 지문은 의미없고, 계엄포고령과 계엄사령부의 해석과 의견 등이 새로운 시험 출제 범위가 되는 세상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계엄 상황에 대한 문제가 시험에 출제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계엄 관련 문제가 최근 치러진 국가시험에서 출제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매우 예외적인 상황인 만큼 시험에 출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수험생들의 불안한 마음은 일정 부분 공감이 된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도 “민주화가 공고화된 이후 예상치 못한 계엄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생소하게 느끼는 데에서 불안함이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계엄 상황을 일종의 시험 문제처럼 만든 온라인 밈(짧은 온라인 유행어)도 화제다.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 계정에 ‘2050년 한국사 강의’라는 제목을 달고 영상 하나를 공유했다. 과거 자신이 했던 강의 영상 위에 ‘12·3 비상계엄 만큼 외우기 쉬운 게 어디 있느냐, 이거 못 외우면 시험 때려치워’라는 자막을 덧입힌 내용이다. ‘2027년 미래 수능 문제’라며 계엄 포고문 내용을 문제로 낸 글도 인터넷상에서 호응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하나의 유머처럼 보이지만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이라며 “법률이나 역사적 지식을 토대로 이번 계엄 상황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취지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전공의를 겨냥한 12.3 비상계엄 내용을 비판하는 취지의 '미래 수능' 문제. [커뮤니티 캡처]](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2/22/joongang/20241222050048400liis.jpg)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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