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국산차 판매…'SUV의 기아' 8개월 만에 1위

7월 국내 완성차 업계는 전년(12만2134대)대비 6.0% 줄어든 11만4818대를 판매했다. 상반기를 끝으로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이 종료됐고, 높은 대출 금리가 유지되며 신차 수요가 줄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기아는 4만7424대로 8개월 만에 현대차를 앞지르고 국산차 1위 자리에 올랐다. 다만, 올해 누적 판매량에서는 여전히 3만5000대가량 뒤처지고 있다.

기아의 1위 탈환은 SUVㆍRV 라인업이 이끌었다. 스포티지(6625대)가 브랜드 내 1위, 전체 3위를 차지하며 경쟁자인 투싼(3190대)의 두 배 넘게 팔렸고 카니발(6109대)과 쏘렌토(5678대)는 올해 페이스리프트를 앞두고 있음에도 꾸준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세그먼트 1위인 셀토스(4770대)와 본격적으로 출고되고 있는 국내 유일 대형 전기 SUV, EV9(1251대)이 힘을 보탰다.

반면, 'K 시리즈'로 대표되는 세단 라인업은 계속해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많이 팔린 K8(3151대)은 그랜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K5(2246대) 역시 쏘나타에게 밀렸다. 급기야 K3(976대)는 1000대 밑으로 내려갔다. 그나마 경차인 모닝(2033대)과 레이(4285대)의 존재가 힘이 됐다.

한편, 지난 6월 단 한 대만 판매됐던 스팅어는 7월 0대로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현대차 포터2 일렉트릭

현대차는 4만7048대로 기아에게 근소한 차이로 졌다. 다만, 전통의 강자 포터와 그랜저가 힘을 내며 베스트 셀링 카 1ㆍ2위 자리는 내 주지 않았다.

지난달 가장 많이 팔린 국산차는 포터였다. 포터는 8670대로 지난 2월 이후 5개월 만에 왕좌에 올랐다. 포터의 뒤는 그랜저(8531대)가 바짝 쫓았다. 그랜저는 5월과 6월 두 달 연속 1만1000대를 뛰어넘는 무서운 인기를 누린 이후 숨 고르기에 나선 모양새다.

기아가 SUVㆍRV에서 강세를 보인다면, 현대차는 세단에서 강세를 보였다. 그랜저와 쏘나타, 아반떼 전부 기아의 경쟁 모델인 K8과 K5, K3를 압도했다. 다만, 유일한 국산 전기 세단인 아이오닉6(488대)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영업 일선에 따르면 지금 당장 계약해도 2~4주면 차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 부족이 극심하던 지난해 1년 가까이 늘어났던 출고 대기도 이젠 옛말이다.

반면 SUV는 캐스퍼(3706대)를 제외하고 베뉴, 코나, 투싼, 싼타페 모두 기아에게 밀렸다. 팰리세이드도 신차 효과가 완전히 사라지며 3264대에 그쳤다.

제네시스 GV70

제네시스는 1만455대로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올해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던 6월보다는 다소 주춤했다.

지난달 제네시스 실적은 GV70이 이끌었다. GV70 판매량은 3415대로, 기존 최다 판매 모델인 G80(3252대)보다도 많다. GV70이 G80보다 많이 팔린 건 사상 처음이다. 2020년 11월 출시 이후 무려 31개월 만에 브랜드 내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RS

한국GM은 지난달 4143대를 판매하며 4위로 한 계단 올랐다. 다만, 순위 상승은 KG모빌리티의 부진 덕분이다.

지난달에도 한국GM의 실적은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이끌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2807대로 내수 판매량의 68%를 차지하고 있다. 아직 사전 계약 건수가 남은 만큼 당분간 흥행은 이어질 전망이다.

반면, 기존에 한국GM을 떠받치던 트레일블레이저(694대)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본격적으로 출시될 예정이지만, 기존 대비 2~300만원 오른 탓에 흥행 여부는 미지수다.

이외 이쿼녹스, 트래버스, 타호 등 수입 SUV 3총사는 나란히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고, 풀사이즈 픽업 GMC 시에라는 57대로 전월 대비 급등했지만 대세에 영향을 줄 판매량은 아니다. 그나마 위안인 점은 볼트EUV가 229대로 선방했다는 점이다.

KG모빌리티 토레스

KG모빌리티는 4043대로 33.7% 감소하며 5위로 내려앉았다. 지난 6월(5758대)과 비교해도 하락 폭은 29.8%에 달한다.

신차 효과가 희미해지고 있는 토레스는 1443대로 47.6% 줄었다.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5만1732대)이 5만대를 넘어서며 '살 사람은 다 산 게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다만, 다음달 토레스 기반 전기차 '토레스 EVX'가 출시될 예정인 만큼 반등의 여지는 남아있다. 토레스 EVX는 내연기관 모델과 차별화되는 외모와 가성비로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나머지 차종의 부진은 심각한 상태다. 상품성을 강화한 렉스턴 스포츠(1459대)가 버티고 있지만, 작년과 비교해 35.6% 하락세다. 코란도 역시 100대로 이젠 두 자릿수 판매량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그나마 티볼리는 페이스리프트 이후 800대 선으로 반등했다. 작년 7월과 비교하면 51.2% 많은 수치다. 티볼리는 2015년 출시 초기에 사용했던 1.6리터 자연흡기 가솔린 모델을 되살려 1883만원이라는 저렴한 시작 가격을 무기로 내세웠다.

르노코리아 QM6

르노코리아는 1705대로 세 달 연속 1700대 수준에 머물렀다. 작년 7월과 비교하면 무려 59.9% 감소세다.

한때 르노코리아를 먹여 살렸던 QM6는 792대로 주저앉았고, XM3 역시 704대로 부진하다. 한때 쏘나타와 K5를 긴장하게 했던 중형 세단 SM6도 203대에 불과하다.

문제는 신차 계획이 없다는 점이다. 2024년 지리그룹과 합작 모델인 중형 하이브리드 SUV가 출시될 때까지 신차는 없다. 그나마 희망인 수출도 두 달 연속 크게 꺾였다. 3130대로, 6월 대비 43.9%나 줄었다. 다만, 르노코리아 측은 "XM3 수출형의 신규 모델 출시 준비 및 유럽 지역 여름휴가 시즌에 따른 선적 일정 조정의 영향"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