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년전 오늘] 숨겨진 '1.3초'…유성구 곰탕집 성추행 진실게임
직접적인 증거 없이 '진술'만으로 유죄 판결
양형논란에 남녀 성 대결 확산…파장 일파만파

'실수일까, 고의일까.'
2017년 11월 26일 새벽 1시, 대전 유성의 한 곰탕집이 두 일행 간 고성으로 얼룩졌다.
다툼의 시작은 화장실을 다녀온 뒤 식당 문을 열려던 여성 A씨와 일행을 배웅하던 남성 B씨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했다.
일면식도 없던 두 사람이 스쳐 지나간 시간은 단 '1.3초'.
A씨는 곧바로 'B씨가 자신의 엉덩이를 움켜잡았다'고 항의했고, B씨는 부인했다. 이들의 시비는 결국 양측 일행 간 싸움으로 번졌고, 결국 경찰이 출동했다.
◇"어깨 부딪혔다"→"실수로 스친 것 같다"
피해를 호소한 A씨는 'B씨가 자신을 성추행했다'며 줄곧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을 했다.
일면식도 없던 관계라 무고의 동기가 있었다고도 볼 수 없는 상황.
반면 B씨는 '오락가락' 진술을 번복했다.
처음엔 신발 신는 과정에서 A씨와 어깨만 부딪혔고, 죄송하다고 말한 게 전부였다던 그는 돌연 식당 CCTV를 보고 난 뒤 말을 바꿨다. CCTV에는 최초 진술처럼 어깨를 부딪치거나, 신발을 신는 모습이 담겨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발장에 모습이 가려지긴 했지만, CCTV에는 B씨가 A씨 쪽으로 손을 뻗었다가 모았고, 곧바로 A씨가 항의하는 모습이 찍혔다.
결국 이를 본 B씨는 '접촉이 있었을 수도 있겠다'는 취지로 진술을 바꿨다. 실수로 자신의 손이 A씨의 신체를 스쳤고, 피해자가 착각한 것 같다는 주장이었다.
이후 경찰은 B씨의 혐의가 인정된다며 그를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 역시 B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두 사람 간 합의도 불발됐다.
B씨는 재판장에서 줄곧 같은 주장을 이어갔고, 검찰은 벌금 300만 원을 구형했다.
재판부의 판단은 어땠을까.
2018년 9월 5일, 1심은 그의 강제추행 혐의를 유죄로 판단, 그에게 검찰 구형보다 높은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할 마음도 없어 보인다는 게 양형 이유였다.
◇'성 대결'로 번진 진실게임…'양형 부당' 옥신각신
선고를 받아들이지 못한 건 B씨뿐만이 아니었다.
B씨의 아내는 선고 다음날 온라인 커뮤니티와 청와대 국민청원에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영상을 올리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곰탕집 신발장 부근에서 A씨와 B씨가 스쳐지나가며 CCTV에 잡힌 시간은 불과 1.333초.
B씨의 아내는 "영상에 신체 접촉하는 장면이 보이지 않는다. 성 문제에서 남자가 너무 불리하다. 설사 남편이 엉덩이를 만졌다 하더라도, 징역 6개월이 말이 되느냐"고 토로했다.
이 같은 사연이 알려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B씨의 주장대로 '실수'일 수도 있고, A씨의 진술말곤 '물리적 증거'가 없었다는 게 이유였다.
'형량'도 문제였다. 다른 성추행을 저지른 상습범에게도 벌금형이 선고되는데, 왜 B씨는 초범인데도 실형을 받느냐는 반응도 만만치 않았다.
이는 단순 갑론을박을 넘어 남녀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일부 남성 커뮤니티에선 사법기관의 "유죄 추정을 규탄한다"며 시위를 벌였고, 일부 여성단체도 "성폭력은 피해자의 증언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맞불 집회를 여는 등 갈등이 격화됐다.
◇"피해자 진술 일관, 신빙성 인정" 유죄 확정
수개월 뒤 나온 2심 판단은 달랐을까.
항소심 재판부는 2019년 4월 26일 B씨의 혐의가 인정된다며 1심의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CCTV 영상을 보면 B씨가 출입구를 보면서 뒷짐지고 있다가 돌아서는 장면, B씨의 오른팔이 피해자 쪽으로 향하는 장면, B씨가 A씨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A씨 쪽으로 몸을 기울이는 장면 등을 확인할 수 있어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CCTV에 직접적인 장면이 찍혀있지 않더라도, A씨가 당시 상황을 설명했던 진술이 CCTV 내용과 부합해 '진술 신빙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B씨가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추행 정도가 그리 중하지 않다"며 "1심 양형은 무거워 부당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B씨는 판결에 불복, 상고했지만 2019년 12월 12일 대법원은 "피해자 진술이 일관된다"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2심을 확정, 사건은 유죄로 종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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