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틴 무비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10대 청소년들의 사랑과 우정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보편적인데 일종의 설정 공식 같은 것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①주인공은 평범하지만 사실 안경 뒤에 비범한 외모를 감추고 있었으며 ②주인공의 친구들은 학교에서 괴짜 취급을 받는 반면 ③주인공을 괴롭히는 무리는 바비인형 같은 외모의 치어리더 혹은 잘 나가는 운동선수로 ④결말에 이르면 악의 무리를 처단(?)하고 프롬퀸/킹이 된다 같은 것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나씩 꼽을수록 손 발이 사라질 것 같지만... 이런 유치한 맛에 보는 재미가 있는 것이 하이틴 로맨스의 묘미 아닐까.
<페어런트 트랩 (The Parent Trap)>

<페어런트 트랩>은 알고 보니 쌍둥이였던 자매가 우연히 여름 캠프에서 만나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고, 신분을 바꾼 상태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헤어졌던 부모님을 다시 이어 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독일의 동화작가 에리히 캐스트너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기도 하다. 소개할 버전은 1961년 버전의 영화를 다시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왕년에 하이틴 영화 좀 봤다면 모를 수 없는 린제이 로한의 데뷔작이다.
영화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아빠와 자란 '할리'와 런던에서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로 일하는 엄마와 자란 '애니'의 미묘한 스타일링 차이를 살펴보는 재미와 더불어 할리와 애니 1인 2역을 소화해 내는 린제이 로한의 귀염뽀짝한 리즈시절을 감상하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 될 작품으로 하이틴 무비의 마라맛 공식 대신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감성 가득한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10 Things I Hate About You)>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작품으로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정반대의 성격으로 자란 자매가 우여곡절을 겪으며 사랑도 찾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는 고인이 된 히스 레저와 줄리아 스타일스, 조셉 고든 래빗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숨은 띵작으로 하이틴 무비의 클리셰를 개성 있는 연출, 캐릭터의 성장 서사, 배우들의 케미를 통해 뻔하지 않게 풀어나간다. 5편의 추천작 중에서 발행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정도를 잘 지킨 하이틴 무비의 정석’으로 꼽고 싶다.
<프린세스 다이어리 (Princess Diaries)>

<프린세스 다이어리>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던 열다섯 소녀 '미아'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친할머니로부터 유럽의 작은 왕국 제노비아의 공주이자 유일한 왕위 계승자라는 출생의 비밀을 듣게 되면서 벌어지는 성장담을 그린 작품으로 맥 캐봇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영화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로 내한한 앤 해서웨이의 스크린 데뷔작으로 소심한 10대 소녀가 왕위 계승자로 성장해 나가는 현대판 디즈니 공주를 사랑스럽게 표현해 내며 대중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게 된 작품이기도 하다. 제노비아의 여왕 '클라리스' 역은 <사운드 오브 뮤직>의 줄리 앤드류스가 맡아 기품 있는 자태로 싱크로율 200%의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었는데 영화는 개봉과 함께 흥행에 성공하며 속편이 제작된 것은 물론 2025년에는 <프린세스 다이어리 3>까지 제작을 확정 지었다. 속편의 경우 제노비아 공주로서 왕실과 왕국에 적응해 나가는 미아의 성장담이 주를 이루며 본편과 속편 중에서는 디즈니 버전의 하이틴 감성 가득한 1편을 추천한다.
<왓 어 걸 원츠 (What a Girl Wants)>

<왓 어 걸 원츠>는 엄마와 단둘이 미국에서 살고 있는 '데프니'가 항상 존재를 궁금해했던 아빠를 만나기 위해 무작정 런던으로 가게 되고 이후 사교계에 입문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린제이 로한과 함께 하이틴 무비계의 양대산맥으로 불린 '아만다 바인스'가 발랄한 10대 소녀 데프니 역을, 콜린 퍼스가 데프니의 친아빠이자 귀족가문 출신의 전도유망한 정치가 핸리 대쉬우드 역을 맡아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부녀 케미를 선보인 작품이다.
집안의 반대로 헤어져야 했던 커플, 아빠 없이 자란 소녀의 소망,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존재조차 몰랐던 친딸의 등장... 까지만 들으면, 화끈한 마라맛 막장드라마를 떠올리겠지만, 하이틴 무비와 막장 드라마의 한 끗 차이는 같은 소재도 적당히 유쾌한 선에서 마무리되는 권선징악과 주인공의 내적 성장에 집중하는 법! 아만다 바인스의 리즈 시절과 자유로운 영혼을 억누른 영국 신사 역할이 가장 잘 어울리는 콜린 퍼스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작품으로 추천한다.
<퀸카로 살아남는 법 (Mean Grils)>

<퀸카로 살아남는 법>은 『여왕벌과 여왕벌을 꿈꾸는 아이들: 당신의 딸을 파벌과 가십과 남자친구 그리고 청소년기의 현실로부터 도와주는 법』이라는 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전학을 오게 된 주인공이 학교에서 여왕벌처럼 군림하는 무리와 대립하며 벌어지는 10대 소녀들의 정글보다 험난한 고등학교 생존기를 그렸다.
린제이 로한이 거짓과 위선에 물들며 점차 타락해 가는 주인공 '케이디' 역을 맡아 당대 최고의 하이틴 스타로 등극했는데 무엇보다 사랑스러움의 대명사로 불리는 레이철 맥아담스와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신인 시절 안타고니스트(antagonist) 역을 맡아 앙칼진 연기를 선보인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는 스토리, 캐릭터, 스타일링까지 2000년대 Y2K 감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 '흑화 하는 주인공, 안타고니스트에 해당하는 인물들의 성장, 10대들의 고등학교 생활을 동물의 왕국에 비유한 판타지적 연출' 등 하이틴 무비의 클리셰를 영리하게 활용한 '하이틴 무비의 정석'으로 화끈한 마라맛 하이틴 무비를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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