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대구컬렉션’ 성료…전통과 혁신의 무대, 지역 패션산업 새 가능성 열다

26일 오후, 대구패션디자인개발지원센터 내부는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화려한 조명과 웅장한 음악으로 가득했다. 모델들이 무대 위를 걸을 때마다 관람객들의 눈길이 집중됐고, 카메라 셔터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국내 최장수 패션쇼인 '2025 대구컬렉션'이 지난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간 대구패션디자인개발지원센터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대구시와 대구경북패션사업협동조합이 주최·주관한 이번 행사는 '미래에 대한 대응(FUTURE PROOF)'을 주제로, 전통과 혁신이 어우러진 무대를 통해 지역 패션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1989년 시작돼 올해 36회째인 대구컬렉션은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디자이너 패션쇼다. 매년 차기 시즌 트렌드를 제시하면서 지역 패션산업 발전을 견인해 왔고, 올해도 그 명성을 이어갔다. 이번 행사는 지역 디자이너 7명과 서울과 이탈리아에서 초청된 2명이 참여한 가운데, 총 8회에 걸친 패션쇼를 통해 2천여 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개막 첫날 무대는 지역 디자이너 리엘바이이유정(이유정)이 열었다.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활용한 몽환적 로맨스와 고딕적 감성이 교차하자, 객석에서는 감탄이 흘러나왔다.
이어 이탈리아의 루도비카 구알티에리는 바다 생명과 풍경을 모티브로 한 친환경 아방가르드 작품을 선보였다. 자연을 입은 듯한 독창적 의상에 관객들은 숨을 죽이며 무대를 지켜보다가 피날레에서 큰 박수를 보냈다. 루도비카 구알티에리는 "환경과 인간, 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패션은 전 세계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라며 "대구에서 얻은 새로운 영감을 바탕으로 앞으로 한국과 이탈리아가 함께 미래를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역 디자이너의 단독무대에서는 씨앤보코가 사계절 시리즈의 완결편으로 중견 브랜드의 저력을 보여줬고, SANGMIN(남상민)은 대담한 패턴과 자유로운 감각으로 젊은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연합무대도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다. LUBOO(구화빈)와 PARKSANGJOE(박상조)는 자연과 해체주의의 결합을, ROSY MARE(이연수)와 POUM(장재영)은 각각 낙원과 리듬·하모니를 주제로 개성 있는 무대를 펼쳤다.

서울에서 초청된 곽현주 컬렉션(곽현주)은 스트리트 감성과 인공지능(AI) 이미지 변주를 결합한 작품으로 시선을 끌었다. 디지털과 패션이 교차하는 실험적 무대에 젊은 관람객들이 특히 열렬히 반응했다.
마지막 날의 절정은 9명의 디자이너가 협업한 갈라쇼였다. 각자의 개성과 철학을 담은 의상이 런웨이를 채우자,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현장에 온 대학생 김민서(24·여)씨는 "패션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무대 전체가 하나의 공연처럼 느껴졌다. 대구가 패션도시라는 말이 실감났다"고 말했다.
런웨이 밖에서도 시민들의 참여가 이어졌다. 포토월과 셀프 포토존에서는 인증샷을 남기려는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지역 소상공인 홍보부스는 제품을 직접 체험해 보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행사와 연계된 SNS 홍보 이벤트는 온라인 공간에서도 열기를 이어가며 '#대구컬렉션' 해시태그를 통해 수많은 게시물이 공유됐다.
홍성주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올해 대구컬렉션은 단순한 패션쇼를 넘어 지역산업의 고도화와 지속가능한 성장 비전을 보여준 자리였다"며 "대구가 글로벌 패션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런웨이를 넘어 실질적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디자이너들은 신작을 국내외 바이어에게 선보여 수주 기회를 넓혔으며, 해외 디자이너와의 교류 확대는 대구 패션산업의 국제적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섬유패션 관련 전문가들은 "대구컬렉션은 지역 섬유·패션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플랫폼"이라며 "향후 해외 진출과 브랜드화로 이어질 경우 지역경제 전반에도 긍정적 파급효과가 기대된다"고 했다.
김명환 기자 kmh@idaegu.com
Copyright © 대구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