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눈치 안볼거야”...이 시국에 금리 내린다는 이 나라 [신짜오 베트남]
CS위기에도 0.5%p 올린 유럽과 대조
‘금융위기 또 온다’ 불안감 커지는 와중
“우리부터 살고 보자” 각자도생 정책
폴란드 칠레 페루 브라질 콜롬비아 등서
올해 금리인하 정책 줄줄이 나올 듯
[신짜오 베트남 - 237]얼마전 전해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으로 접어들었습니다. SVB는 전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미국 국채를 포트폴리오의 상당수로 깔아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보유 채권 가격이 급락했고, 돈가뭄에 자금 융통이 급해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이 SVB에 맡겨둔 돈을 빼쓰며 문제가 심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SVB는 시가기준으로 가격이 뚝 떨어진 채권을 내다팔아 돈을 돌려줘야 했고, 이건 SVB 입장에선 막대한 채권평가손실을 확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위험할지 모르니 내돈부터 빼야겠다’는 심리에 뱅크런 사태가 발생했고 결국 은행은 눈깜짝할 사이에 문을 닫게 됐죠.
이후 국제 금융 시장은 크레디트스위스(CS) 은행 위기설 등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이슈가 터지며 불안불안한 모습입니다. 한때 시장은 오는 21~22일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릴 것에 베팅했지만 이제 그런 주장은 쏙 들어갔습니다. 0.25%포인트 인상과 동결사이에서 의견이 왔다갔다 하는 와중에 일본계 증권사인 노무라는 ‘연준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도전적인 주장까지 하는 상황입니다.(여담이지만 이는 일본이 경기침체기에 금리를 가파르게 올렸다가 수습 불가능할 정도의 경기후퇴를 겪었던 지난 악몽이 한 몫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FOMC의 결정에 앞서 CS 위기를 호되게 겪고 있는 유럽의 금리정책이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결론은 과감한 0.5%포인트 인상이었습니다. 유럽 중앙은행(ECB)은 16일(현지시간) 크레디스스위스(CS) 사태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기존대비 50bp 높여 3.5%로 올렸습니다.
시장에선 가파른 물가 상승에도 ECB가 금융위기를 걱정해 금리를 동결하거나 25bp만 올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결과는 달랐습니다. CS위기는 스위스 정부가 투입하는 구제금융으로 꾸역꾸역 막는 것으로 버티고 일단 물가부터 잡자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베트남 중앙은행이 전세계에서 거의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파격적으로 1%포인트나 내리는 초강수를 뒀습니다. 베트남 중앙은행(SBV)은 지난 14일 긴급 성명을 내놓고 재할인율을 기존 4.5%에서 3.5%로 내리고, 오버나이트금리도 7%에서 6%로 낮췄습니다.
우선 베트남 물가상승률이 1월에 정점을 찍었다는 견해가 한몫했습니다. 베트남 1월 CPI는 4.89%를 찍어 지난해 9월 이후 계속 오름세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금리 인상 여파로 부동산 부문에 심각한 침체가 왔고, 자동차 판매대수가 반토막이 나는 등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아직 개발도상국인 베트남은 성장을 멈출 수 없는 상황입니다. 2월 이후 CPI가 점차 하락세로 접어들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하에 과감한 금리인하 카드를 내놓은 것입니다.(아마도 사회주의 국가 특성상 정부가 인위적으로 CPI를 누를 수 있는 여지가 큰 점도 결정에 한 몫 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전세계 많은 나라들이 ‘우리도 금리를 내리고 싶다’며 미국 눈치만 보는 형국입니다. 신흥국들은 미 연준에 앞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렸고, 연준보다 먼저 피봇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JP모간에 따르면 헝가리와 칠레는 상반기내 대규모 금리인하 사이클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헝가리와 칠레는 지난 2년 남짓 기간 동안 기준금리를 각각 12%포인트, 11%포인트씩 올렸습니다.
로이터통신은 폴란드와 페루는 6월, 체코와 콜롬비아, 브라질은 3분기에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터져버린 SVB파산발 국제 금융시장 혼란은 신흥국 금리인하 사이클을 앞당길 것입니다.
코로나19 사태이후 급격히 ‘탈세계화’ 현상이 확산되며 과거 통용됐던 상식들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고 있습니다. ‘자국우선주의’가 새로운 키워드고 국가 간 공조의 단단함은 점차 희석되고 있습니다.
금융정책도 이런 탈세계화 현상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베트남의 선제적인 금리 인하는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까요. 베트남 정부 예상대로 물가도 내려가며 경제성장 불씨를 다시 지피는 선순환구도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제 막 잡혀가는 물가 불씨를 다시 살려 크나큰 혼돈을 겪에 될까요.
아마도 올해 금리 인하 소식은 선진국보다는 신흥국에서 다양하게 접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우리부터 살고 보자’는 공포가 신흥국 내부에 널리 퍼져버린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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