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 꺼진 전기차 충전기, 오너 불편 전국 확산

분당 율동공원 내 업체 C가 운영하는 급속 전기차 충전기의 전원이 자금 사정 등의 이유로 꺼진 모습/사진 제공=독자

국내 업체 두 곳이 운영하는 전기차 충전기들이 자금 사정으로 꺼지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기 주무부서인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해당 문제를 인지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전기차 오너들의 충전 불편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이용자 L씨는 10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율동공원 B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기를 이용하려 했지만 충전에 실패했다. L씨는 당시 급속충전기 화면을 통해 ‘운영업체 사정으로 인해 전기 공급이 일시 중단된다’는 안내 문구를 확인했다. 이 같은 문제는 같은 업체가 운영하는 완속충전기에도 동일하게 발생했다.

L씨는 블로터 제보 메일을 통해 “성남시 내 해당 업체가 운영하는 전기차 충전기의 전원이 모두 꺼진 상태”라며 “충전기 운영 사업자가 이와 관련한 공지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율동공원 내부에 충전 불가 상황이 제대로 전파되지 않아 하루 수십 대의 차량이 충전을 시도하다가 그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취재 결과 해당 장소 내 충전기의 전원이 꺼진 이유는 수만기 넘는 충전기를 전국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업체 C의 자금 사정 때문으로 확인됐다.  C 업체가 운영하는 율동공원 충전기뿐만 아니라 성남시 전반에서 충전기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성남시 관계자는 C 업체뿐만 아니라 E 업체가 운영하는 충전기 역시 수개월간 전원이 꺼진 상태라며 전기차 오너들의 충전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12일 “E 업체는 2024년 중순 이후, C 업체는 2025년 말부터 자금 부족 등의 사정으로 한국전력에 전기요금을 납부하지 못해 단전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해당 충전기들은 모두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보조금을 지원받아 설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전기차 충전업체 C가 운영하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율동공원 주차장 내 완속충전기도 자금 사정으로 인해 전원이 꺼지자 공원 관리 측이 임시로 고무 차단봉을 세운 모습/사진 제공=독자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사례가 성남시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 충전기 네트워크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자금 사정으로 인해 이들 업체가 운영하는 충전기 전원이 꺼진 사례가 최근 급격히 늘었다”며 “기술적 문제로 인한 일시 중단은 종종 있었지만 자금 문제로 충전기가 대규모로 멈춘 것은 이례적”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아직 자금 사정으로 운영이 중단된 충전기 수는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았지만 해당 문제는 지자체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심각하게 인식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 전기차 충전기 담당자는 최근 전기요금 미납 문제를 겪고 있는 업체 대표들과 미팅을 진행했지만 아직 뚜렷한 해법은 도출되지 않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기후부는 전기차 충전기 보조금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기업의 재정 상황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자금 사정으로 인한 충전기 미작동 사태가 점차 확산되면서 기후부 차원의 추가 대책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 규모 전기차 충전 사업자가 많은 현실을 감안해 충전기 운영이 지속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사 관계자는 이번 충전기 전원이 자금 사정으로 꺼진 사례에 대해 12일 “전기차 시장이 이른바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구간을 통과해 회복하고 있지만 중소 충전사업자가 안정적인 순이익 구조를 확보하기까지는 여전히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력요금 인상과 초기 설비 투자비 부담 등으로 인해 단기간 내 수익성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C사는 그동안 기관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사업 기반을 확대해 왔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현금흐름 부담이 확대됨에 따라 주요 투자사들과 협의를 거쳐 수십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 및 금융 지원을 확보했다. C사는 이를 통해 전기요금 미납이 발생한 일부 전기차 충전소에 대해 선제적으로 정상화 조치를 진행할 계획이다.

앞으로 C사는 유동성 안정화와 함께 내부 구조 혁신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C사 관계자는 “전사적 원가 절감, 운영 효율화, 고정비 구조 개선 등 자구 노력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과 충전 인프라 고도화 흐름 속에서 중소 전기차 충전 사업자(CPO)의 재무 안정성과 운영 역량이 향후 시장 재편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C사 관계자는 “단기적 유동성 리스크는 철저히 관리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충전 인프라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조재환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