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버린 전설? 모하비 단종의 진짜 이유"

2008년 첫 출시된 기아 모하비가 2024년 7월을 끝으로 국내 생산을 종료한다. 조용히 퇴장하는 모습이지만, 그 배경에는 시장 변화와 브랜드 전략 개편이라는 뚜렷한 흐름이 있다. 한때 ‘국산 정통 SUV의 상징’이었던 모하비가 시대의 변화를 끝내 이기지 못하고 물러나는 것이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판매 부진이다. 2024년 4월 국내 판매량은 겨우 257대. 과거 월 3천 대 이상을 기록하던 시절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디젤 중심의 파워트레인, 고연비보다는 고출력을 우선하던 설계는 점점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이동한 소비자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여기에 정부의 친환경차 중심 정책, 배출가스 규제 강화가 결정타였다. 디젤 차량은 세제 혜택에서도 밀리고, 유지 비용이 높다는 인식까지 더해져 소비자 선택지에서 멀어졌다. 결국 ‘프레임 바디’라는 상징성을 가졌음에도, 시대와 맞지 않는 구조가 발목을 잡은 셈이다.

기아의 전략 변화도 한몫했다. EV9, 쏘렌토 하이브리드, 텔루라이드 등 전동화 중심 라인업을 강화하며, 내연기관 기반 프레임 SUV는 정리 대상이 됐다. 이는 단순한 단종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포지셔닝 변화로 볼 수 있다. 브랜드가 지향하는 방향 자체가 바뀐 것이다.

그러나 모하비의 유산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기아는 새로운 픽업 트럭 ‘타스만’을 통해 그 정신을 계승한다. 프레임 바디 플랫폼, 오프로더 성능, 고급스러운 실내 구성 등은 모하비의 철학을 현대화한 모습이다. 오히려 SUV보다 활용성 높은 형태로 진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타스만 기반 SUV로 ‘모하비의 귀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공식 발표는 없지만, 디자인 부문 고위 관계자는 “SUV 전환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는다”고 언급했다. 정통 SUV의 감성을 그리워하는 이들이라면, 이 변화 속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모하비는 끝난 게 아니라, 다른 이름으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