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스페셜리스트] 고병준 삼정KPMG 상무, '바이오·헬스케어' 혜안 갖춘 키맨

고병준 삼정KPMG 상무 /사진=삼정KPMG

지난 7일 오후2시 <블로터>는 서울 강남에 위치한 삼정KPMG에서 고병준 상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딜본부에서 매수, 매각 자문 등 컨설팅 업무를 맡아 제약·바이오·헬스케어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로 통한다.

최근 국내외 제약·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은 추가 수익원 확보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또 고령인구 증가와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업황 반등이 예상되면서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이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다.

고 상무는 이날 “현재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의 투자 엔트리밸류(진입가격)가 저점에 있다”며 “자금만 원활히 조달되면 성장 가능한 기업들이 다수 있어 많은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고 상무와의 일문일답.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이란 무엇인가.

△크게 생명공학 및 의약학 지식에 기초해 인체에 사용되는 제품을 생산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을 의미한다. 의약품과 의료기기 등 제조업과 헬스케어 등 의료 및 건강관리 서비스업을 모두 포함한다.

기술과 자본이 집약된 산업이다 보니 연구개발(R&D) 기간과 연구비용이 성패를 좌우한다. 산업의 특성상 연구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지만 성공하면 높은 수익이 기대되며, 인류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산업에 속한다. 최근 항체약물접합체(ADC), 유전자 치료제, 비만치료제 등 혁신적 치료법이 등장해 전반적인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인수합병(M&A) 관점에서 제약·바이오·헬스케어 분야는 상당한 전문성이 요구된다. 전통적으로는 직접적인 정보교류로 M&A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폭넓은 투자자 군 확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M&A 절차, 합리적이고 공정한 가치평가 등을 위해 자문사의 역할이 점점 커지는 추세다.

-현재 제약·바이오·헬스케어 딜의 추세는 어떤가.

△최근 산업 내에서 딜이 활발한 편이다.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는 존슨앤존슨, 머크, 화이자 등 빅파마 위주로 적극적인 M&A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의 경우 팬데믹 이후 헬스케어 시장이 주목받으면서 M&A도 크게 활성화됐다. 팬데믹을 계기로 헬스케어와 바이오 분야에 대한 투자와 R&D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술과 자원을 확보하려는 대기업 및 중견기업들의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팬데믹 이후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헬스케어 산업에서 연평균 약 280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총거래금액은 연평균 41.7%에 달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 분야에서는 대기업과의 M&A나 전략적 투자유치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높아졌다. 투자 시장이 위축되면서 벤처캐피털(VC) 등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의 투자유치가 어려워지고 기술특례상장을 이용한 자금조달도 점점 힘들어지면서 자금난에 직면한 바이오 벤처기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고금리 환경 역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기업가치(밸류에이션)는 낮아졌다. 이로 인해 헬스케어 분야의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보던 투자자들이 매력적인 매수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앞으로의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산업과 M&A 전망은 어떤가.

△단기적으로는 고금리에 따른 투자 침체의 영향으로 많은 바이오벤처들이 기술력과 별개로 자금난을 겪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자연스럽게 대기업과의 M&A 또는 전략적 투자유치가 늘어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세계적인 고령화와 신흥국의 소득 증가, 새로운 감염병 등장 등 다양한 요인으로 업황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각 기업은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기술혁신을 통한 신사업 진출과 공급망 안정화를 목표로 M&A를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형 바이오제약사들은 약가 인하와 특허 만료로 수익감소 위험에 직면해 있다. 이들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바이오테크 등 기업 인수를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어떤 섹터의 산업과 M&A가 유망한가.

△국내외 바이오헬스케어 시장에서는 ADC와 비만치료제를 중심으로 대형 제약사 주도의 M&A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ADC는 차세대 항암약물로 주목받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ADC가 면역항암제 이후의 항암제 시장을 이끌 것으로 내다본다. 코트라가 올해 초 발간한 '헬스케어 콘퍼런스 주간 탐방보고서'에 따르면 ADC 시장은 오는 2028년까지 연평균 15.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비만치료제 시장에서는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약물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JP모건은 2030년까지 미국 인구의 약 9%가 GLP-1 약물을 사용할 것이며 시장 규모는 1000억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바이오제약사들이 ADC와 GLP-1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정보기술(IT)과의 융합으로 고부가가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디지털헬스케어 관련 M&A 및 R&D가 꾸준히 늘 것으로 예상된다. 차세대 신약개발 파이프라인 강화를 위한 M&A 등 신약 분야의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이는 R&D 기간과 비용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수반돼야 하므로 자금여력이 충분한 투자자만 뛰어들 수 있는 영역이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낼 수 있는 전통적인 제약산업도 유망한 산업 영역이다. 2세 승계 문제 및 보유 포트폴리오의 선택과 집중 등에 따라 제약사 매물도 나올 수 있다.

-제약·바이오·헬스케어 분야의 기업은 가치를 책정할 때 어디에 주안점을 두는가.

△초기 단계의 바이오 기업은 매출이나 이익이 발생하지 않아 임상시험 통과 확률 등 성공 가능성을 반영한 후 매출을 추정해 평가가 이뤄진다. 반면 매출과 이익이 본격적으로 창출되고 있는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의 경우 전통적인 현금흐름 기반 가치평가 방식, 즉 DCF(Discounted Cash Flow)를 사용해 평가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평가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유사 상장사나 유사 거래 사례의 멀티플을 분석해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시장접근법도 활용된다. 매출은 있으나 아직 영업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회사의 경우 매출 대비 기업가치(EV/Sales) 멀티플 지표를 사용하기도 한다. 영업이익을 내는 회사인 경우 주로 상각전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EV/EBITDA) 멀티플을 사용한다.

-제약·바이오·헬스케어 분야의 거래가 이뤄지기까지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잠재인수자는 대상 회사의 기술적 차별성을 포함한 경쟁력 및 잠재력과 필요 시 잠재인수자와의 시너지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해 확신을 가져야 한다. 결국 일반적인 재무실사, 세무실사 및 법률실사 외에 대상 회사의 기술적 차별성이나 특허 등을 평가하는 실사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이 부분을 담당할 팀을 준비하거나 내외부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제약·바이오·헬스케어 분야의 잠재적투자자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현재로서는 초기 단계에 있는 신약개발 회사 같은 곳의 실질 및 성과가 없어 보이고, 성공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다만 제약·바이오·헬스케어 분야가 유망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조금 더 긍정적인 시각으로 제약·바이오·헬스케어 회사에 대한 투자 및 M&A를 검토한다면 일시적으로 어려움에 빠진 경쟁력 있는 기업과 산업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인수자 입장에서도 결실을 얻는 성공적인 M&A가 이뤄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

-삼정KPMG의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자문에 차별점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최근 삼정KPMG는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의 전문성을 높이고 고객 서비스를 증진시킬 목적으로 ‘바이오헬스케어전담팀’을 구성했다. 제약, 의료기기 등 기존 헬스케어 기업에 더해 산업 진출을 희망하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폭넓은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

제가 KPX바이오텍, 엠아이텍, 유유칼믹, 오스템임플란트, 이스라엘 신약개발 회사 등 관련 업무를 맡아 대형 제약사 등 주요 고객을 확보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담팀을 리드하고 있다. 딜어드바이저리뿐 아니라 삼정KPMG 컨설팅 서비스에 소속된 다수의 파트너들과도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전담팀에는 의사, 관련 산업 석박사 등 전문인력도 포함돼 전문지식, 경험 및 노하우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자부할 수 있다.

삼정KPMG는 최근 3개년간 4조5000억원 규모의 제약·바이오·헬스케어 거래에 참여했다. 오스템임플란트 인수(2022년), CJ제일제당의 바타비아바이오사이언스 인수(2022년), SK팜테코의 상장전투자유치(프리IPO) 펀딩(2023년), LG화학의 진단사업부 매각(2023년) 등의 자문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현재도 다수의 제약·바이오·헬스케어 관련 사업 관련 자문에 응하고 있다.

남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