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올해 37명死 이 병, 백신 평가물질 '전무'… 질병청 개발 착수

이창섭 기자 2023. 11. 2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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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 SFTS·RSV 백신 개발 위한 '항체표준물질' 개발 착수
백신 임상시험에서 반드시 필요… 신속개발 위한 선제적 대응
SFTS, 이른바 '살인진드기 병'… 전 세계적으로 임상시험용 평가물질 없어
국내개발 성공 시 WHO와 공동연구, 국제 표준 등록도 추진

정부가 약 6억원을 들여 SFTS·RSV 백신 국내 임상시험의 선제적 준비에 나선다. 내년 말까지 항체표준물질을 개발해 향후 임상시험에서 활용할 예정이다. 두 질병 모두 치명적이지만 백신 개발이 어렵기로 유명하다. 특히 SFTS는 이른바 '살인진드기 병'으로 불리며 올해에만 37명을 죽음으로 내몰았지만 아직도 백신이 없다. 전 세계적으로 SFTS 백신의 임상시험용 표준물질이 전무한 상황인데 국내에서 개발에 성공한다면 국제 표준으로 등재될 가능성도 있다.

21일 머니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최근 SFTS와 RSV 백신의 국내 임상시험용 항체표준물질 개발에 착수했다. 환자를 모집하고 혈장을 추출할 기관을 선정하는 단계다. 소요 예산은 6억1659만원이다. 사업 기간은 내년 12월31일까지다.

항체표준물질은 임상시험에서 백신의 효능을 평가할 때 필요하다. 질병에 걸린 사람에게서 혈장을 뽑아내 만든다. 임상시험에서 백신을 접종한 피험자로부터 추출한 혈액과 비교해 제대로 항체가 형성됐는지 비교하는 식으로 활용된다.

SFTS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작은소피참진드기에 물려 감염된다. 2013년 국내 최초 보고 이후 매년 전국적으로 환자가 발생한다. 올해는 지난 11일까지 국내에서 195명 환자가 발생했다. 이 중에서 37명이 죽었다. 치명률이 19%에 달한다. '살인진드기 병'이란 별명이 붙은 이유다.

RSV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다. 감기와 증상이 유사하지만 훨씬 치명적이다. 최근 국내에서 영유아를 중심으로 발생이 증가하는 추세다. 65세 이상 고령층에선 치명률이 64.7%에 달한다.

RSV 백신은 지난 5월에야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지금까지 일부 다국적 제약사만 개발에 성공했다. 국내에선 SK바이오사이언스와 유바이오로직스가 개발에 나섰으나 아직 초기 단계다. SFTS 백신은 그 어디에서도 개발하지 못했다.

이번 항체표준물질 개발 사업은 SFTS와 RSV 백신의 국내 임상시험을 지원하기 위해서 추진된다. 두 백신 모두 국내 개발 단계는 초기이지만 언젠가 사람 대상 시험에 진입할 수 있다. 그 시기가 오기 전에 선제적으로 임상시험에 필요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사업 배경에서 "100일 백신 개발 전략에 따라 신속한 백신 개발을 위해 표준품 등 인프라를 사전에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보건연구원의 용역을 수주한 기관은 SFTS와 RSV 환자들에게서 각각 30ℓ 이상의 혈장을 확보한다. 일부는 백신 임상시험에 사용되고 나머지는 장기 보관을 위해 동결건조된다.

코로나19(COVID-19) 백신 임상시험에서도 항체표준물질이 사용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 임상 3상에서는 500㎖ 이상의 항체표준물질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는 확진자 수가 많아 감염자의 혈장을 빨리 모을 수 있었고 항체표준물질도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었다고 한다. 덕분에 "기적처럼" 빠르게 임상시험에 진입할 수 있었다는 게 국립보건연구원 설명이다.

국립보건연구원 관계자는 "항체표준물질은 임상시험에 들어가면 꼭 필요하고, 그게 없으면 효능 평가가 적정하게 안 된다"며 "특히 SFTS의 경우 WHO(세계보건기구)조차도 표준물질을 보유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SFTS 백신의 항체표준물질을 개발하면 WHO와 공동연구를 진행해 국제 등록까지 추진하겠다는 게 국립보건연구원 계획이다.

SFTS 백신은 지난해부터 국립감염병연구소와 모더나가 힘을 합쳐 mRNA(메신저리보핵산)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다. 현재 7종의 백신 후보물질을 발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 대상 임상시험은 2025년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RSV 백신 개발에서 가장 앞선 건 유바이오로직스다. 지난달 임상 1상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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