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권'이 생기면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는'' 한국을 살린 이 '위인'

세계 화폐 속 위인들, 왜 한국만 다를까

지폐는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한 나라가 존경하고 기리고 싶은 인물을 후대에 전하는 문화적 메시지이기도 하다. 미국의 달러 지폐 속에는 대통령과 독립의 아버지들이 자리하고 있다. 100달러의 벤자민 프랭클린, 1달러의 조지 워싱턴은 단순한 정치 지도자가 아니라 국가 정체성을 상징한다. 인도 루피 속 간디, 베트남 동의 호치민, 남아프리카 공화국 모든 화폐에 실린 넬슨 만델라 역시 마찬가지다. 그 나라 국민들은 지갑을 열 때마다 ‘우리가 누구인가’를 다시 확인하는 셈이다. 그런데 한국의 현용 화폐 속 인물들을 보면, 모두 조선 시대 유학자나 과학자, 혹은 문화적 인물이 전면에 있다. 분명 의미 있는 선택이지만, 아직까지 ‘독립운동가’는 단 한 명도 없다.

독립운동가 없는 한국 지폐의 아이러니

나라를 잃고 치욕의 세월을 견뎌내던 일제 강점기, 수많은 사람들이 일신의 안위를 버리고 독립을 위해 싸웠다. 그들의 희생 덕분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한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쓰는 돈에는 이들을 한 번도 담지 않았다. 다른 나라들이 독립운동가나 현대사의 거목을 당당히 화폐에 새기는 것과 대비되는 점이다. 오히려 우리는 조선 중기 혹은 조선 후기의 학자와 발명가만을 되풀이해왔다. 당연히 조선의 역사도 중요하지만, 근대사를 살아낸 인물, 나라를 지켜낸 투사의 얼굴이 없는 건 어딘지 허전할 수밖에 없다. 나라를 잃었다가 되찾은 경험이 있는 국가로서는 더욱 그렇다.

10만 원권 논의와 김구 선생의 상징성

현재 화폐 단위의 최고액권은 5만 원권이다. 하지만 고액권 논의가 나올 때마다 항상 언급되는 인물이 있다. 바로 상해 임시정부의 주석이자 민족 지도자였던 백범 김구 선생이다. 백범은 단순한 독립운동가를 넘어, 대한민국의 도덕적 지도자라 불릴 만큼 강렬한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이 추구해야 할 가치는 부강이 아니라 문화와 도덕’이라고 외쳤고, 해방 이후에도 권력보다 민족의 화합을 우선시했다. 만약 10만 원권이라는 새로운 권종이 생긴다면, 가장 설득력 있는 인물은 단연 김구 선생일 것이다. 지폐 속 그의 얼굴은 단순한 화폐 인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국민이 바라는 진짜 국가 정체성

사람들은 지폐 속 인물을 통해 국가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읽는다. 현재의 화폐는 전통과 학문, 과학 발전을 강조하지만, 한국이 실제로 국제사회에서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정체성은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 스스로 세운 나라’라는 역사다. 김구 선생이 10만 원권에 들어간다면, 그것은 단순한 인물 선정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누구의 희생 위에 서 있는 나라임을 국민에게 상기시키는 일이다. 지폐는 매일의 소비 속에서 무심히 쓰인다. 그렇기에 한 나라의 위인 선정은 그 무엇보다 강력한 교육 효과이자 문화적 전달 수단이다.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선택

만약 한국 지폐에 독립운동가가 들어간다면, 이는 국제적으로도 자연스럽게 어필할 수 있는 상징이 된다. 베트남의 호치민, 남아공의 만델라가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듯이, 김구 선생 역시 한국 현대사를 대표하는 인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경제에서 한국의 화폐가 조금이라도 널리 회자되려면, 그 속의 상징이 세계인에게도 납득될 수 있어야 한다. 김구라는 이름은 민주와 독립, 평화를 상징한다. 한국만이 가진 특수한 역사적 정체성을 보여줌으로써, 세계 화폐사 속에 또 하나의 강렬한 메시지를 남길 수 있다.

우리 세대가 남겨야 할 선택

화폐는 국가의 얼굴이다. 지금껏 한국은 조선의 역사에 무게를 두었지만, 이제는 근대사의 업적을 담는 선택이 필요하다. 10만 원권 신설은 단순히 고액권 하나가 더 늘어나는 문제를 넘어, 미래 세대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지를 결정하는 순간이다. 만약 그곳에 김구 선생의 얼굴이 새겨진다면, 대한민국은 매일같이 ‘독립과 평화’를 떠올리며 살아가는 나라가 될 것이다. 경제가 아무리 발달해도 역사를 잊으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그 기억을 지폐 속 한 초상으로 새겨 지켜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국민이 바라는 진짜 국가의 품격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