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행 ‘포용적 금융’ 역행 논란에 백종일 행장 연임 먹구름

실적 부진·이자 장사·해외 리스크까지, 정부 금융정책과 엇박자 속 백종일 책임론

백종일 전북은행장의 임기 만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근 실적 둔화와 내부통제 리스크에 더해 이재명 정부의 이자 장사 비판까지 겹치면서 연임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전북은행이 금융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고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대통령 메시지와 정반대의 흐름을 보인 만큼 그간 백 행장의 리더십과 경영 철학에 대한 의구심어린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임기 만료 앞둔 백종일 행장, 예대금리차 1위 오명에도 실적 둔화 그림자

백종일 행장 취임 이후 전북은행은 건전성과 수익성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JB금융지주에 따르면 전북은행의 3분기 누적 총영업이익은 47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줄어들었고, 핵심 수익원인 이자이익은 4883억원으로 4% 증가했지만 비이자이익은 169억원 적자를 내면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전북은행이 수익 기반을 다변화하지 못한 채 ‘이자 의존형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ROA(총자산수익률)와 ROE(자기자본이익률)가 동시에 하락한 점은 시장 평가에서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두 지표 모두 전년 대비 뚜렷한 하락세를 기록하면서 백 행장이 강조해온 ‘내실 경영’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기에 자산건전성 지표도 뚜렷한 약화를 보였다. 고정이하여신비율과 연체율 모두 상승하며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출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이 흔들리는 가운데 전북은행이 여전히 높은 금리 마진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실제로 전북은행은 오랜 기간 ‘예대금리차 전국 1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월 기준 서민금융을 제외한 가계신용대출 예대금리차는 무려 9.61%로 공시 대상 은행 중 가장 높았다. 이는 두 번째로 높은 광주은행(5.33%)의 2배 수준이다. 지방은행이라는 규모적 제약을 감안해도 전국에서 가장 높은 금리차는 단순한 구조적 요인으로만 설명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북은행의 높은 예대금리차는 이재명 정부의 금융정책 방향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도 백 행장의 연임에 걸림돌로 지목된다. 이 대통령은 금융권의 ‘이자 중심 경영’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정부가 금융사들에게 중소기업 대출 확대, 미래 산업 투자, 생산적 금융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전북은행처럼 고금리 마진에 더 많이 의존한 대출 구조는 규제산업인 금융업 특성상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는 백 행장의 연임 논의에도 결정적 변수로 지목된다. 금융업계에서는 “정부의 금융 철학과 전북은행의 수익구조가 지나치게 괴리돼 있다”며 “낡은 이자 중심 경영으로는 정책 기조를 뒷받침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최근 정부가 금융지주 CEO들에게 공개적으로 책임을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전북은행이 전국 최고 수준의 예대금리차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연임 리스크를 더욱 키우는 요소로 지목된다.

캄보디아 리스크와 내부통제 논란까지…백종일 리더십 흔들

전북은행이 단순히 실적 문제만을 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캄보디아 프린스그룹과의 대규모 자금 거래 의혹은 백 행장의 경영 철학과 내부통제에 대한 우려도 사고 있다. 국회 강민국 의원실이 공개한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프린스그룹이 국내 은행들과 거래한 2146억원 중 절반 이상인 1252억원이 전북은행을 통해 흘러갔다. 거래 건수 역시 51건으로, 조사 대상 은행 중 가장 많았다.

프린스그룹은 국제사회에서 범죄조직 의혹을 받고 있는 단체다. 미국 OFAC(해외자산통제국) 제재 논란까지 불거진 곳이다. 그럼에도 전북은행은 오랜 기간 프린스그룹 자금을 받아 관리했으며, 후이원그룹과 같은 고위험 고객의 계좌도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캄보디아 금융 리스크’가 한국 금융권 전체를 흔드는 상황에서 중심에 선 곳이 전북은행이라는 점은 금융당국의 시선에서도 자유롭기 어렵다.

▲임기 만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백종일 전북은행장의 연임 가능성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사진은 백종일 전북은행장. [사진=전북은행]

특히 백종일 행장이 과거 프놈펜상업은행(PPCB) 행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이 시기에 해당 거래가 집중된 정황은 내부통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해외 실적’이 전북은행장 선임의 핵심 배경이었으나 그 해외 근무 시절의 리스크가 문제로 불거진 것이다.

여기에 금융권 전반의 거센 비판도 백 행장의 연임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이자 장사에만 매달리지 말라”고 쓴소리를 하자 금융위원회는 즉시 금융 협회장들을 소집해 ‘생산적 금융’ 전환을 압박했다. 국정 메시지와 정부 기조 속에서 ‘예대금리차 최상위 은행’의 총책임자를 다시 선임한다는 것은 JB금융지주 입장에서도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들을 잇달아 소집해 ‘포용적 금융’ 전환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JB금융지주 역시 다른 시중·지방금융과 마찬가지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다”며 “전북은행이 금융정책 기조와 충돌하고 있는 만큼 JB금융지주 입장에서도 백 행장 연임을 시도하기엔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글=임현범 르데스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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