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바다를 따라 걷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런 날엔 부산의 이기대 해안 산책로가 정답이 된다.
오르막 하나 없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길, 발아래 펼쳐진 푸른 바다, 바람을 머금은 숲길.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마주치는 다채로운 풍경은 걷는 즐거움을 새삼스럽게 일깨운다.
6월, 가볍게 떠나는 바닷길 산책. 이기대에서의 하루는 생각보다 훨씬 더 깊고, 넉넉하다.
이기대 해안 산책로

부산의 남동쪽 끝자락, ‘동생말’이라 불리는 수변공원 입구에서 시작되는 이기대 해안 산책로는 부산 시민들 사이에서도 ‘한 번 걷고 나면 다시 찾게 되는 길’로 불린다.
이름 그대로 ‘동쪽 산의 끝’에 자리한 이곳은 광안대교와 부산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 포인트로도 유명하다.

양옆으로는 울창한 숲, 아래로는 깊고 푸른 바다.
이기대의 산책길은 단순한 오션뷰가 아니라, 숲과 절벽, 바위와 바다라는 자연의 스펙트럼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복합적인 경관을 자랑한다.
해안 절벽을 따라 걷는 길 곳곳에는 자연이 만든 해식동굴과 기암괴석들이 등장해 지질학적 재미까지 더한다.
이기대가 ‘부산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것도 이러한 풍부한 자연 자산 덕분이다.
오션 트래킹

이기대 해안 산책로가 사랑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오륙도 스카이워크에서 동생말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코스는 대체로 완만하거나 내리막으로 구성되어 있어 트래킹 초보자나 연령대가 높은 방문객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산책로 중 가장 인기 있는 포인트는 단연 ‘구름다리’. 바다 위를 가로지르듯 설치된 세 개의 출렁다리는 걷는 재미에 아찔한 긴장감을 더한다.
출렁다리 위에 올라서면 발밑으로 넘실거리는 바다와 눈앞의 절경이 어우러져, 마치 자연 속을 걷는 듯한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산책로의 끝자락에 위치한 ‘동생말 전망대’는 이기대 해안 산책로의 시작이자 동시에 종착점이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탁 트인 전망대가 모습을 드러내고, 그곳에서 마주하는 광안대교의 전경은 보는 이의 숨을 멎게 만든다.
특히 해 질 무렵, 붉게 물든 하늘과 바다, 그리고 저 멀리 수평선 너머로 번지는 석양빛이 만들어내는 장면은 하루 중 가장 감성적인 시간이다.

벤치에 앉아 시원한 바닷바람을 느끼며 잠시 멍하니 앉아 있기만 해도 몸과 마음이 자연스레 풀린다.
카메라를 꺼내고 싶어지는 순간, 누구에게나 있다. 그 장면을 기록하는 일은 물론 중요하지만, 때로는 그저 온몸으로 풍경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기대의 해 질 녘은 그런 ‘순간의 정적’을 가장 아름답게 보여주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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