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도 빈부격차…상위 1% '코인 고래', 전체투자금 70% 차지
[편집자주] '코인 인사이트'는 가상자산 시장의 주요 현안을 다각도로 분석합니다. 복잡한 이슈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 파악에 주력합니다. 건전한 가상자산 시장 발전을 위한 마중물이 되겠습니다.
26일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빗썸에 개설된 1669만개 계좌 중 실제 투자가 이뤄지는 활성화 계좌는 전체의 절반 이하인 770만개였다. 전체 투자자의 평균 가상자산 보유액은 893만원이었다.
투자 규모별로는 1000만원 이하를 투자한 계좌 수가 전체의 92%를 차지했다. 1000만원 초과~1억원 이하를 투자한 계좌가 6.7%, 1억원 초과~3억원 이하 계좌가 0.8%, 3억원 초과~10억원 이하 계좌가 0.2%, 10억원을 초과하는 초고액 계좌가 0.05%의 비중을 차지했다.
가상자산 시장의 쏠림 현상은 주식시장보다 더했다. 투자금액이 1억원을 넘는 계좌 비중은 1.05%에 불과했지만 전체 투자금의 70.3%를 차지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내국인 개인투자자 상위 7.7%가 전체 주식의 78%를 소유했는데,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훨씬 적은 비중의 투자자가 유사한 파이를 차지한 셈이다.
이는 가상자산 시장의 대중화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서다. 장경필 쟁글 리서치센터장은 "급격한 자산 가격 형성에 따른 비대칭과 대중화가 덜 이뤄진 부분이 원인"이라며 "현재 가상자산 시장은 기존 자산가들이 유입되기보다는 급하게 부를 이뤄낸 소수의 고래가 움직이는 상황으로 판단된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가상자산에 10억원 이상을 투자한 초고액 계좌는 0.04%에 불과했지만 전체 투자액의 47%를 차지했다. 연령대별로는 40대가 1297명으로 가장 많았고, 평균 보유 규모는 50대가 148억6000만원으로 가장 컸다. 가상자산이 20·30세대가 선호하는 투자 자산으로 알려졌으나 정작 '큰손'은 40·50세대였던 것이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이는 금융위원회가 반기마다 공개한 자료에도 항상 나타났던 것"이라며 "'2030 코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투자)'은 약간 호도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또 "코인 시장은 역사가 짧다 보니 초기에 진입한 투자자들이 매우 큰 상승 폭을 경험한 경우가 많다"라고 덧붙였다.
장 센터장도 "올해 가상자산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승인 및 비트코인의 1억 원 돌파 등이 가상자산을 단기적 투기가 아닌 장기적 투자 기회로 재인식하게 만들었다"라며 "교육 및 인식 수준의 향상으로 인해 40~50대 고액 투자자들의 참여가 더욱 가속화됐으며 이러한 변화는 가상자산이 점차 제도권 자산으로 편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 기준으로 거래 규모와 시가총액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 소득 추정치도 크게 늘었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기업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가상자산 소득 추정치는 10억4000만달러(약 1조3834억원)로 세계 8위였다. 가상자산 시장이 호황이었던 2021년보다 더 큰 규모다.
장 센터장은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루나와 FTX 사태 등을 겪으며 점차 장기 투자와 프로젝트의 본질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라면서도 "리서치 기반 체계적인 투자 접근 방식이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투자자가 비트코인 등 글로벌 상위 자산에 투기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대다수 투자자가 보다 성숙한 투자를 행하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봤다.
국내에서 가상자산 투자가 대중화의 영역으로 접어든 지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미해결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 센터장은 "국내 시장은 2017년 '가상자산 긴급 대책'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라며 "가상자산 거래 시장에는 개인만 접근이 가능하고 법인과 기관 접근은 차단돼 있으며, 이에 따라 김치 프리미엄(한국 프리미엄)과 급등락 등 가격 왜곡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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