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TV토론이 선거 결과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조회 932024. 9. 18. 수정

[이인엽의 미국에서 고민하는 정치와 세계]
2024년 미 대선 첫 TV토론의 주제들
트럼프의 주제: 인종·이민자·선거불복
해리스의 주제: 경제·낙태·전쟁·오바마케어
박빙의 승부... 다음 승부는 부통령 TV토론

바이든 정부 경제성과와 경제 정책

토론의 첫 주제는 카멀라 해리스에게 민감할 수 있는 바이든 정부의 경제성과다. 아무래도 인플레이션 등 미국인들이 체감하는 경제 상황이 임기 동안에 좋지 못했기에, 해리스는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 정부를 변호하기 보다는 중산층을 살리기 위한 자신의 정책을 홍보하고,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정부가 남긴 문제들을 넘겨 받았다고 해명을 했다.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를 비판하며, 바로 자신의 강점이라고 생각하는 불법이민자 문제를 들고 나와 (사회자가 이민자 문제는 나중에 얘기하겠다고 했음에도) 바이든 정부가 책임이 있고, 불법이민자들이 흑인들과 라틴계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가져간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중국에 관세를 매겨 세원을 창출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는데, 해리스는 트럼프 관세 정책이 중산층에 대한 부가세이며 트럼프 정부시 무역적자가 사상 최고였다고 지적했다.

엄밀히 말해 '관세로 세원을 창출한다'는 주장은 다수의 경제학자들이 우려하고 있는데, 중국 기업들이 관세를 내더라도 높아진 수입품과 원자재 가격은 미국 소비자와 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전가되기 때문이다.

낙태권 문제

이후 낙태권 문제로 주제가 옮겨가면서 해리스는 좀 더 자신감을 갖고 공세를 높였다. 트럼프는 자신이 임명한 세 명의 대법관으로 대법원의 균형을 무너뜨려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었다. 또 '프로젝트 2025'나 부통령 후보 밴스등의 발언을 보면 트럼프측은 전국적인 낙태 반대법안을 만드는 계획도 있었는데, 이것이 여성들에게서 상당한 비판을 받으며 논란이 되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트럼프는 자신은 전국적 낙태법안이 아닌, 각 주가 결정하게 할 것이며, 보수쪽에서 반대해온 인공수정(IVF)도 지원할 것이라고 다소 물러선 입장을 보였다. 반대로 낙태 찬성론자들이 '이미 태어난 아기를 처형하는 수준의 낙태를 찬성한다'는 주장을 하다가 사실관계가 틀리다는 사회자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해리스는 이렇게 말을 바꾸는 트럼프를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녀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강조되었듯, 낙태 불법화로 인한 여성의 공포와 인공수정 지원을 받지 못한 난임 부부가 다른 주로 가서 시도하는 등 생식권 관련 문제들을 강조했다.

불법 이민자 문제

불법이민자 문제는 트럼프가 우세한 주제로, 그는 불법이민자들이 폭증해 중남미 국가들의 범죄율이 낮아지고 있다며, 해리스가 되면 미국을 스테로이드 맞은 베네주엘라로 만들 것이라는 등 공세를 높였다. 이 와중에 "불법이민자들이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셜미디어의 괴담을 언급해 사회자에게 사실관계를 지적 받기도 했다.

해리스는 트럼프가 불법이민자 단속을 강조하지만, 실제 국경 보안 강화를 위해 만든 200억 달러 규모의 초당적인 법안에 반대표를 던지라고 공화당원들에게 촉구해 법안 통과를 막은 적이 있음을 지적했다. 이 법안이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점에서 법안을 무산시킨 것인데, 그런 점에서 트럼프가 정말 불법이민자 단속을 원하는 건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건지 의문을 든다는 문제 제기였다.

2024년 미국 대선후보 첫TV토론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카멀라 해리스가 첫 대면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의사당 공격과 선거 불복 문제

트럼프가 선거에 패배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았으며, 폭도들이 국회의사당을 공격하는 것을 부추겼다는 문제는, 역시 트럼프에게 불리한 주제였다.

'자신이 선거에 지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을 아직도 유지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트럼프는 많은 증거가 있다며 입장을 고수했고, 폭동 책임을 민주당에게 돌렸다. 그는 폭도들의 공격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워싱턴DC의 시장이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고, 좌파들이 벌이는 시위에는 제대로 책임이 문 적이 없다며 자신의 책임을 회피했다.

그는 또 역대 현직 대통령으로 가장 많은 7500만표를 얻었다고 강조했는데, 이에 해리스는 8100만명이 당신을 해고했다며 선거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폭도들의 공격을 부추긴 책임을 지적했다. 실제 트럼프 지지자들이 선거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은 대부분 증거부족으로 기각되거나 철회됐다. 도미니언이라는 회사가 만든 투표기계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던 폭스뉴스는 천문학적 금액의 합의금을 물어주는 망신을 당했다. 또한 폭스 뉴스 앵커들이 서로 주고 받은 메시지에서 이들 조차 선거 결과를 부정하는 트럼프 측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게 드러나기도 했다.

이스라엘과 가자 상황

이스라엘과 가자 상황에 대해 트럼프가 공세를 높였다. 그는 "부통령인 해리스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지도 않았고 이스라엘을 미워한다"며 "해리스가 당선되면 이스라엘이 사라질 것"이라고 공격했다. 그러나 해리스는 여러차례 이스라엘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표시했다. 사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중동 최고의 군사력을 가지고 미국의 확고한 지지를 받는 이스라엘이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동시에 이 문제는 해리스에게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이스라엘의 가자 정책에 불만이 있었으나 제대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이스라엘을 제어하지 못했고, 동시에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지속해왔다. 이러 인해 과거 해리스 유세 중간이나 민주당 전당대회기간에도 친팔레스타인 측의 비판시위가 벌어지는 등 민주당 측의 진보세력과 젊은 층으로부터 지나치게 친이스라엘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해리스는 이스라엘을 확고히 지지하고, 동시에 민간인 사상자를 줄이기 위해 협상을 통한 전쟁 중단, 그리고 궁극적으로 2국가 해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은 트럼프에게 다소 불리한 주제였다. 바이든 정부가 동맹국과 연합해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동안, 트럼프는 "푸틴의 전략이 천재적"이라느니, "동맹에 대한 지원보다 미국의 지출을 절감하기 위해 나토 국가들이 군사비를 늘리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고, 이를 위해 러시아가 뭐든지 하고싶은 대로 하게 만들어(즉 동맹국들을 위협하거나 침공하게라도 해서) 동맹국들이 돈을 내게 만들겠다"는 논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사회자는 트럼프가 우크라이나가 전쟁에 승리하기를 원하는지를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그는 "대통령이 되면 12시간 안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하자, 구체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질문했다. 트럼프는 이에 답을 피하고 "자신은 소모적인 전쟁이 종식되기를 바라며, 자신이 대통령일 때 러시아, 북한, 중국 등이 미국을 두려워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해리스는 "트럼프가 12시간내에 전쟁을 끝내겠다는 건 우크라이나를 포기하고 러시아에 넘겨주겠다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이어 50개 동맹국을 모아 우크라이나를 방어한 바이든의 성과와, 우크라이나가 무너지면 푸틴이 폴란드 등 다른 나라들을 위협할 것임을 강조했다.

인종 갈등 문제

트럼프가 '해리스가 인도계인지 흑인인지' 인종을 문제 삼았던 것에 대해 사회자가 질문하자, 트럼프는 "해리스의 인종은 자신과 상관 없다"며 다소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해리스는 자신에게 유리한 주제가 나오자,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인종 문제로 나라를 분열시키는게 비극적"이라고 맞받아쳤다. 또한 트럼프의 과거 인종주의적 행태로 자신의 건물을 흑인 가족에게 임대하기를 거부했던 것이나, 인종적 편견 때문에 억울한 혐의를 뒤집어 썼던 센트럴 파크 사건의 5인을 트럼프가 사형시키자고 신문에 광고냈던 것을 거론했다. 해리스는 "우리는 미국인들이 서로 비난하게 만드는 지도자를 원치 않는다"고 공세를 높였다.

오바마 케어

TV토론에서 오바마 케어를 없앨거라 하다가, 다른 대안이 없으면 유지할 것이라 한 입장 변화에 대해 질문을 받자, 트럼프는 "민주당이 오바마 케어를 변경하길 거부했기에 더 좋은 대안을 만들 수 없었다"며 "오바마 케어가 문제가 많으나 현재 다른 대안이 없기에 유지했고, 다른 대안에 대한 컨셉이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는, 다소 모호한 답변을 했다.

마무리 발언과 두 후보의 전략

필자가 종합하자면,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를 여러 번 언급하며 해리스를 바이든 정부의 한계에 연계시켜 지난 3년반 동안 왜 제대로 된 실천을 하지 않았느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바이든 정부 하에 인플레이션 등 경제적인 난관이 있었고, 해리스가 보여준 업적이 딱히 없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일리 있는 지적이었다.

반면 해리스는 "나는 조 바이든도 아니고 도널드 트럼프도 아니"라며 비판을 피해갔다. 그녀는 "자신의 비전은 미래에 집중하는 반면 트럼프는 과거에 집중한다"며, "과거로 돌아가지 말고 역사의 페이지를 넘기자(“We are not going back)"를 강조했다. 또 "자신은 미국을 분열시킬 사람이 아니며 낙관주의를 가져올 것이고, 미국 시민들을 지원할 계획이 있다는 것(I have a plan)"을 강조했다.

두 후보를 비교하자면, 트럼프는 강한 불법이민자 단속과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강조하는 식으로 2016년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구체성이 조금 떨어졌다. 반면, 해리스는 거시적인 정책 보다는 미국인들의 삶에 관련한 구체적인 지원 계획들을 밝혔다는 점이 눈에 띈다. 현재 인플레이션과 중산층의 어려움과 관련, 주택 3백만 채를 공급하고, 최초 주택 구매자에게 2만5천 달러를 지원하며,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자녀를 갖는 부모들에게 연간 최대 6000달러의 아동 세제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또 인슐린 가격을 낮추는 등 거대 제약회사를 압박해 약품 가격을 낮추겠다는 정책 등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이제 선거 일이 얼마 남지 않았고, 양 후보간에 협의도 어려운 상황이라 대선후보 토론회가 또 열릴지는 미지수다. 반면 오는 10월 1일 부통령 후보들인 공화당의 JD 밴스와 민주당의 팀 월즈 간의 토론회가 잡혀 있는데, 이번 대선 TV토론 이상으로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두 사람 모두 오하이오와 네브래스카라는 중서부의 가난한 배경 출신에서 전혀 다른 정치이념을 지향하며 나아간 사람이고, 자기 주장이 확고한 인물들이라, 과연 누가 미국의 대중을 대표하며 표심을 얻을 수 있을지가 무척 궁금해지는 상황이다.

필자인 이인엽 교수가 미 대선과 관련한 화상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여한다. 주제는 미 대선이 한국에 미칠 영향이다.

이인엽은 서울대 국제대학원과 미 조지워싱턴대 엘리엇스쿨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조지아 대학에서 클린턴 정부와 부시 정부 시기 미국의 대북 정책을 주제로 국제정치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국 테네시텍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로 근무하며 국제정치를 가르치고 있다. 연구 분야는, 북핵문제, 동아시아 국제관계, 미국 외교정책이고, 저서로는 "Politics in North and South Korea", 그리고 "한반도 평화를 바라보는 다섯 가지 시선"등이 있다. 미국에서 거주하며 미국과 한국의 정치, 미국 외교 정책과 한반도 문제 등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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