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탄생 100주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소설가 박경리는 1926년 10월 28일 경남 통영에서 태어났습니다. 열흘 뒤면 탄생 100주년입니다. 대표작 『토지』는 1969년 9월 연재를 시작해 1994년 8월 15일 마지막 원고를 쓰기까지 26년이 걸린 5부 25편의 대하소설입니다. 올해 원주·통영 등에서 100주년 기념 행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 이렇게 썼습니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평생 원고지 앞에서 살아온 사람이 마지막에 남긴 이 한 줄이, 인생의 저녁에 선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오늘은 그 한 줄에 이르기까지의 길을 따라가 봅니다.

소설가 박경리(1926~2008). 2026년 10월 28일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LTI Korea(한국문학번역원) /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26년 동안 한 작품을 쓴 사람이 마지막에 남긴 말, "참 홀가분하다"

① 박경리는 언제 어디서 태어났나요?

1926년 10월 28일, 경남 통영 명정리에서 태어났습니다. 본명은 박금이입니다. 바다 냄새 나는 항구 도시에서 자란 기억은 훗날 장편 『김약국의 딸들』의 배경이 됩니다.

작가의 길은 늦게, 그리고 험하게 열렸습니다. 1955년 김동리의 추천으로 단편 「계산」을 『현대문학』에 발표하며 등단했을 때 그는 이미 서른 살 무렵이었습니다. 전쟁 뒤의 가난과 상실 속에서 생계를 꾸리며 글을 썼습니다.

초기 작품에는 전쟁 뒤 여성들이 겪은 고통과 분노가 짙게 배어 있습니다. 6월 탄생 100주년 문학제에 나온 후배 작가들은 그를 "후배 작가들에게 태도를 알려준 사람"으로 기억했습니다.

경남 하동 평사리의 최참판댁. 소설 『토지』 속 최참판 집안을 그려 지은 곳이다 ⓒGcd822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② 『토지』는 몇 년 동안 썼나요?

1969년 9월 『현대문학』에 1부 연재를 시작해 1994년 8월 15일 완성했습니다. 꼬박 26년입니다. 소설은 경남 하동 평사리의 최참판 집안을 중심으로 구한말부터 광복까지 반세기의 우리 역사를 품었습니다.

등장인물만 수백 명에 이르고, 무대는 하동에서 간도, 서울, 진주, 일본까지 넓어집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작가는 병마와 싸우고, 가족의 아픔을 겪으면서도 원고를 놓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원고를 쓴 날이 하필 8월 15일 광복절이었다는 점도 많은 독자의 마음에 남았습니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이 바로 광복을 맞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토지』는 영화와 드라마로도 여러 차례 만들어져, 50~60대에게는 안방극장의 기억으로도 남아 있습니다.

하동 평사리 들판. 『토지』의 첫 무대가 된 곳이다 ⓒGcd822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③ 원주에서는 어떻게 살았나요?

1980년 강원 원주 단구동에 자리를 잡고 『토지』 4·5부를 이곳에서 썼습니다. 그 집과 주변은 지금 "박경리문학공원"으로 꾸며져 누구나 찾아갈 수 있습니다.

원주 시절 그는 집 곁에 텃밭을 일구며 살았습니다. 그 텃밭은 지금도 공원 안에 남아 있습니다. 낮에는 호미를 들고, 밤에는 펜을 들었던 셈입니다.

그는 원주에 토지문화관을 세워 후배 작가와 예술가들이 머물며 작업할 수 있게 했습니다. 지금은 외손자인 김세희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이 그 뜻을 잇고 있습니다.

원주 박경리문학공원 안의 옛집. 작가는 이곳에서 『토지』 4·5부를 완성했다 ⓒAspere / Wikimedia Commons (CC0)

④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는 어디에 나오나요?

2008년 세상을 떠난 뒤 나온 유고 시집에 실린 시 「옛날의 그 집」의 마지막 구절입니다. 시집 제목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입니다. 박경리는 2008년 5월 5일, 82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시는 홀로 살던 옛집에서의 쓸쓸한 세월을 담담하게 돌아봅니다. 모질었던 시간을 지나, 늙어서야 찾아온 편안함을 노래하지요. 그리고 마지막에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고 맺습니다.

가진 것을 더 쌓는 대신 하나씩 내려놓는 마음. 은퇴를 앞두거나 자녀를 떠나보낸 50~60대에게 이 구절이 오래 마음에 남는 이유가 여기 있을 겁니다.

박경리 시 「옛날의 그 집」 마지막 구절 카드. 초상: LTI Korea /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카드 제작: 문학소년
원주 박경리문학공원. 작가가 가꾸던 텃밭이 공원 안에 남아 있다 ⓒAspere / Wikimedia Commons (CC0)

⑤ 박경리 탄생 100주년, 어떻게 기념하면 좋을까요?

  1. 『토지』 1부 1권만이라도 다시 펼쳐 첫 장면(한가위)을 읽어 본다
  2. 원주 박경리문학공원에서 옛집과 텃밭을 둘러본다
  3. 통영 박경리기념관과 고향 바닷가를 걸어 본다
  4. 하동 평사리 최참판댁에서 소설 속 들판을 바라본다
  5. 「옛날의 그 집」을 손으로 옮겨 적어 본다
원주 박경리문학공원의 박경리문학의집 ⓒAspere / Wikimedia Commons (CC0)

자주 묻는 질문

Q. 박경리 탄생 100주년은 언제인가요?
A. 1926년 10월 28일 통영에서 태어나, 2026년 10월 28일이 탄생 100주년입니다.

Q. 『토지』는 몇 부, 몇 편인가요?
A. 5부 25편입니다. 1969년부터 1994년까지 26년에 걸쳐 썼습니다.

Q.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는 어느 작품인가요?
A. 2008년 유고 시집에 실린 시 「옛날의 그 집」의 마지막 구절입니다.

오늘의 정리: 박경리 탄생 100주년
✔ 1926년 10월 28일 통영 출생, 본명 박금이
✔ 1955년 「계산」으로 등단
✔ 『토지』 1969~1994년, 26년, 5부 25편
✔ 1980년부터 원주에서 4·5부 완성
✔ 마지막 시: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26년 동안 한 작품을 붙들었던 사람이 마지막에 꺼낸 말은 "홀가분하다"였습니다. 많이 쌓은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써 낸 사람만 할 수 있는 말 같습니다. 이 가을, 내려놓아도 될 것은 무엇인지 한번 헤아려 보시면 어떨까요.

여러분은 『토지』를 책으로 읽으셨나요, 드라마로 보셨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서희, 길상, 용이…)을 댓글로 들려주세요.

※ 머니투데이 「박경리 연보」(2008), 뉴시스 「탄생 100주년 다시 읽는 ‘토지’」(2026년 6월), 원주 박경리문학공원 안내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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