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터뷰!) 영화 '바이러스'의 배두나 배우를 만나다

현재 방영중인 tvN '알쓸별잡'에 출연하다 이탈리아 카운터 직원이 알아봐 팬심 고백받아 국제적인 명성을 확인한 배우 배두나. 그런 그녀가 신작 영화 <바이러스>를 통해 신작 행보를 이어나가게 되었다.
영화 <바이러스>는 이유 없이 사랑에 빠지는 치사율 100% 바이러스에 감염된 ‘택선(배두나)’이 모쏠 연구원 ‘수필(손석구)’, 오랜 동창 ‘연우(장기하)’, 그리고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이균(김윤석)’까지 세 남자와 함께하는 예기치 못한 여정을 그린 이야기다.
수필과 소개팅한 다음 날 세상이 온통 핑크빛으로 보이는 택선을 연기한 배두나를 4월 30일 삼청동의 카페에서 만났다.
다음은 배두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글이다.

-<바이러스>는 2019년 여름 촬영을 시작 그해 10월 크랭크업 이후 공개되지 못했다. 6년 만에 작품을 선보이게 되었다. 팬데믹 전에 찍었지만 영화 속 상황이 몇 년 전과 겹친다.
“코로나 이전의 상상력인데 촬영 마치고 전 세계적인 뉴스를 들으면서 우리 영화랑 비슷한 상황을 지켜보며 황당했다. 나중에는 좀 슬퍼졌다. 많은 피해자가 나왔고 심각해져서 전 세계가 올스톱 되지 않았나. 그때 편집본을 봤었는데 슈퍼 항체가 있어서 모두 구원해 주길 상상했다. 여기저기에 피해자,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택선의 존재감을 실감했다.
몇 년 지나고 영화를 보니, 너무 젊었고 기억도 잘 안 난다. 5년 전이라 기억도 잘 안 나는데 풋풋하고 젊어서 신기해서 오히려 신선했다. (웃음) 많은 영화를 찍기 때문에 저로서는 이미 촬영했다면 기억에서 지우지 않으면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오랜만에 만난 배우들과 전생에 만난 것처럼 새로웠다. 요즘 홍보 방식은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다 같이 강연 듣듯이 들었다. 카더가든이 나오는 것도 김윤석 선배를 너무 좋아해서 카메오로 성사된 걸로 안다. 카더가든도 같이 와서 밥도 먹고 재미있게 놀았다”
-최근 시리즈 <가족계획>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무자비한 살인도 불사하는 엄마를 소화했다. <바이러스>의 택선과 너무 다른 온도의 캐릭터다.
“<바이러스>를 선택할 때 밝은 역할에 갈망이 있었던 시기였고 택선을 연기하면서 해소되었다. 스트레스나 무거운 기운을 떨쳐 버리고 싶을 때면 밝은 작품을 찾게 된다. 의아할지 모르겠지만 <가족계획>도 그 연장선이다. <도희야>, <터널>, <비밀의 숲>, <킹덤> 등을 찍고 나서 마음이 무거웠을 때쯤 <바이러스>를 촬영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택선의 의상이나 메이크업도 화려해진다.
메이크업이나 의상에 따라 몰입도가 달라진다. 초반에는 택선이 무채색 톤에 옷을 입다가 감염된 후 화려한 드레스를 입어야 했다. 현장에서 깜짝 놀랐다. 핑크색 방역 복도 판타지 같은 콘셉트가 잡혀 있었다. 덥긴 했지만 입으면 기분이 좋아졌다. 다만 장르가 밝다고 해서 현장도 무한정 밝은 건 아니다. 어떤 장르건 모두 힘들고 어렵다. 현장을 헤쳐나가는 일우 저예산이든 블록버스터든 쉽지 않은데 그 마음가짐도 다르지 않다”

-경쾌한 분위기의 작품이라 선택했다고 했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나.
“김윤석 선배와 연기해 보고 싶다는 매력이 가장 컸다. 20년 동안 일하면서 호흡 한번 맞춰보지 못했다는 조급함이 컸다. 독특한 소재도 한몫했다. 사랑에 빠지는 것과 바이러스에 감염된 증상이 비슷하다는 것도 공감되었다. 열병 같아서 밝고 착하고 귀엽고 희망적이다. 현대인에게 전해 줄 수 있는 동화 같은 마음이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김윤석과 함께 호흡 맞춰 보니 어땠나.
“짧은 신들이 이어져서 영화 한 편이 나오잖냐. 한 신마다 기둥이 되어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믿고 놀 수 있는 사람이었고 존경한다는 말 이외에는 할 말이 없다. 캐스팅이 확정되고 혼자 ‘김윤석 영화제’를 했다.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 아니라서 상대 배우가 정해지면 정보가 많지 않다. 그럴 때마다 상대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훑는다. 감독, 배우가 결정되면 분석까지는 아닌데 찾아보게 되더라. <1987>, <거북이 달린다>, <완득이> 등에서 하이 코미디를 연기하는 걸 봤다. 선배님의 코미디 계보가 있다. 가벼운 코미디보다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는 코미디를 잘하신다. 저도 믿고 연기하게 되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하나만 꼽자면.
“택선의 일방적인 고백이 대부분이라.. (웃음) 이균과 벤치에 앉아 대화하는 장면을 좋아한다. 어릴 때 꿈을 이야기하면서 진솔하게 대화하는 장면인데 영화에서 살짝 나오지만 편집되었다. 이번에는 김윤석 선배님한테 보호받는 사이로 나오지만 나중에는 티키타카, 현관(혐오 관계)을 해보고 싶다”
-최근 호흡 맞춰보면 좋겠다고 눈여겨 본 배우가 있나.
“음.. 너무 많다. 최근에는 염혜란 배우를 <폭싹 속았수다>보고 좋았다. 진한 감정 연기를 맞춰 보고 싶다. 러닝머신 위에서 체지방 빼면서 시청했었는데 체수분이 같이 나와서 거의 탈진 상태였다. (웃음) 아이유에게도 잘 봤다고 연락을 전했다”
-택선의 세 남자 중 손석구와 장기하와 재회했다. 다시 호흡 맞춰 보니 어땠나.
“수필(손석구)은 일방적인 구애를 펼친다. <센스 8>, <최고의 연인>에서도 호흡을 맞췄고 수필이 <최고의 연인> 때랑 살짝 비슷한 캐릭터다. 소개팅할 때와 그날 집에 찾아왔을 때를 찍었는데 호흡을 맞춰 봐서 재미있게 촬영했다. 김희원 선배가 이런 말을 하더라. 당하는 입장에서는 ‘고백 공격’이라고. 딱 맞는 표현이라 기발했다. (웃음)
연우(장기하)는 초등학교 때부터 알던 사람 같은 특유의 편안함이 몸에 배어있었다. 본인 특유의 리듬감과 대사 치는 톤을 영화에 그대로 이전하더라.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게 중요했던 캐릭터다. 대사를 말처럼 하는 게 어려운데 긴장도 안 하는 것 같았다. 음악계에서 갈고닦은 관록이 영화계에서도 통한다고 느꼈다. 장기하 씨는 윤종신 선배의 <이별의 온도>(2010)라는 뮤직비디오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거기서 만났는데 정말 까먹고 있었다. (웃음) 유령 밴드 중 한 사람으로 나와 드럼을 친다. 시련 당한 여자가 집에 돌아왔는데 눈에는 보이지 않는 윤종신, 이상순, 장기하, 유희열 다섯이 등장한다”

-택선은 살짝 나사 풀린 듯한 표정으로 확장된 동공과 한껏 올라간 입꼬리를 장착한 채, 상대를 향해 다짜고짜 애정 공세를 퍼붓는다. 현실 로맨스도 욕심 있나.
“사회 뉴스에 영향을 받는 듯하다. 슬프고 기분 좋지 않을 때는 즐거워지는 장르를 관객으로서도 보고 싶다. 메시지를 전하지 않는 톤, 그저 한 사람의 인생을 보고 싶다. 그래서 <폭싹 속았수다>가 좋았나 보다. 예전에는 사회적 메시지나 눈요깃거리가 많은 SF, 판타지가 흥미를 자극했다면. 지금은 인간 감정을 들여다보고 싶다. 사진을 찍을 때도 자연보다는 알고 싶고 흥미로운 사람과 찍게 된다. 작품 선택할 때도 그 마음이 즉흥적으로 작용해 시류에 영향을 받는 거 같다. 요즘 영화도 많지 않기 때문에 그중에서도 더 신중하게 고르려고 한다”
-택선이 이균을 좋아하는 게 바이러스 탓인지, 정말 사랑에 빠진 건지 정확하지 않다. 이후에도 그 기억을 상실한 건지, 일부를 안고 간 건지 열린 결말이다. 본인 해석은 어떤가. (스포일러)
“저는 택선이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낀다는 건 상대적인 거다. 이균이 구박하는 걸 애정 표현으로 착각하고 그리워하고 깊어지는 부분이 편집되어서 아쉽지만. 저는 마음이 남았다고 여겼다. 치료 이후 택선은 흑역사로 생각하고 모른척하고 살아갈지, 정말 모를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동안 택선은 자신을 구박하면서 살았을 것 같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누군가의 보호를 받고, 상대방이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봐 주는데 병을 앓다 죽더라도 지금이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한 번 사는 인생에 이런 기억이 있다는 건 좋을 것 같고 택선 입장에서도 소중할 거다”
-앞서 홍보 방식의 변화를 전달받고 놀랐다고 말했다. SNS를 통해 본인을 드러내는 방식도 많은데 그럴 생각은 없는 건가.
“제 일상을 보여주는 건 늘 조심한다. 옥탑방, 부잣집, 감옥에 있는 사람도 연기할 수 있는데 몰입에 방해될까 싶은 노파심이다. 팬 입장에서는 불친절하다고 생각할 수 있어서 공유하고 싶기도 한데. 나이 들어가면서 관객의 몰입을 위해 올리고 싶은 사진이 있어도 하지 말자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야기하고 싶을 걸 보여주면 데이터가 쌓이니까 걱정된다. 이렇게 작품 나올 때 1년, 6개월에 한 번 인터뷰나 유튜브를 통해 사생활을 이야기하는 건 괜찮다. 브이로그를 찍어서 사생활을 매일 보여주는 건 아니니까. 최대한 저의 연기 수명을 늘리라면 일상 공유는 자제하고 있다”
-요즘 홍보 방식으로 (?) 예비 관객에게 <바이러스>를 추천한다면.
“<바이러스>에서는 제가 20대 초반에 많이 했던 스타일로 연기했다. 누구나 그런 모습이 있지 않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생긴 사회적인 모습도 있지만 특정인 앞에서만 보여주는 주책스럽고 어리광 부리는 모습도 분명 있다. 택선의 모습도 결국 저를 통해 나오는 거니까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건 아니다. 기분 좋아졌을 때 나오는 모습과 표정 말투가 담겼다. 다행히 시사회 피드백이 좋았다. <가족계획>도 그랬고 피식거리면서 웃을 수 있는 엉뚱한 코드가 요즘엔 인기를 얻는 것 같다. 봄이니까 상큼한 영화를 보고 싶다면 극장으로 왔으면 좋겠다”

글: 장혜령
사진: (주) 바이포엠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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