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관리자 비용만이라도 발주처 분담해야" [중대재해 책임의 경계 '발주자']
안전관리 부담 커진 시공업체
산안법상 '관리비' 공사비에 포함
업계 "계상 기준 현실 반영못해"
관리자 인건비로 절반이상 사용
안전장비·보호장구 구입 역부족
건설업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공사를 수주한 시공업체의 안전관리 부담만 커졌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지방자치단체 등 발주자와 시공업체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천항만공사가 2020년 발주한 '인천항 갑문 정기보수공사'를 맡은 A업체는 지난해 노동자 사망 사고로 5천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A업체는 사고 이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자 안전 조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전담할 인력을 채용했다. 이처럼 중대재해 재발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공사 현장의 모든 사고 요인을 파악해 자체 비용으로 대응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하소연한다.
A업체 관계자는 "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는 공간이나 위험한 작업 등을 리스트로 작성해 예방 조치를 하고 있다"면서도 "시공사가 모든 위험 요인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공사 현장에 의무 도입하는 안전장비도 고가품이 많아 비용 부담이 크다"고 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을 보면, 건설공사 발주자는 공사 금액이 2천만원 이상일 경우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공사비에 포함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관리비는 산업재해 예방 인력, 안전장비 및 보호장구 등을 마련하는 데 쓰는 비용이다.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및 사용기준'에 따라 총 공사 금액의 2~3% 정도로 책정된다.
인천 건설업계에서는 현행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기준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안전관리자에게 지급하는 비용이 갈수록 늘어나는 게 대표적 사례라고 한다.
안전관리자는 공사 현장 작업자들을 대상으로 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사고 위험 요소를 파악해 공사 총괄 책임자에게 알리는 역할을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관리자를 반드시 선임해야 하는 공사 현장의 기준이 공사비 '10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확대됐다.
안전관리자를 필요로 하는 공사 현장은 늘었지만, 자격을 갖춘 인력이 부족한 탓에 인건비가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 발주 공사의 경우, 공공의 책임 강화 및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안전관리자에게 지급하는 보수는 연간 7천만~8천만원 수준이다. 공사비가 50억원인 현장의 산업안전보건관리비가 1억~1억5천만원 선에서 책정되는 걸 고려하면 안전관리자 인건비가 절반을 차지하는 셈이다.
공공기관 발주 공사에 참여했던 인천 한 전문건설업체 관계자는 "안전관리자 인건비로 절반 이상 지출하는 게 보통이다. 남은 돈으로 안전장비와 보호장구까지 마련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며 "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안전 관련 비용도 부담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공업체들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제대로 이행하려면 안전관리자 비용이라도 발주자와 시공사가 분담하거나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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