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운전자에게 배터리 잔량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장거리 여행을 앞두고 충전기를 연결할 때면 조금이라도 더 채워두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충전량이 100%에 가까워질수록 먼 길을 떠나는 부담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폭스바겐 전기차 일부 차주들에게 예상치 못한 권고가 내려졌다. 배터리를 가득 충전하지 말고 최대 80%까지만 충전하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전기차 ID.4의 고전압 배터리 관련 화재 위험이 제기되면서 리콜 조치가 진행되고 있다.
"배터리 가득 채우지 마세요.." 2만2500대 리콜된 이유

폭스바겐이 미국에서 2023~2026년형 ID.4 일부 차량 2만2524대를 대상으로 리콜을 실시한다. 문제가 된 부분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고전압 배터리다.
특정 충전 조건에서 배터리 잔량이 80%를 넘으면 열폭주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열폭주는 배터리 내부 온도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현상으로, 심한 경우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폭스바겐은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으며, 수리가 완료될 때까지 대상 차량의 최대 충전량을 80%로 제한하도록 권고했다.
"올해만 벌써 또?" 반복된 배터리 문제에 커진 불안

이번 리콜이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는 ID.4에서 배터리 관련 문제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은 올해 초에도 미국에서 약 4만4000대의 ID.4를 대상으로 배터리 관련 리콜을 발표했다.
당시에는 일부 배터리 셀의 전극 정렬 문제와 과열 가능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번 조치는 별도의 리콜로, 특정 충전 조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다루고 있다.
폭스바겐은 이번 대상 차량 가운데 실제 결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비율을 약 0.1%로 보고 있다. 그러나 화재 가능성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20% 덜 충전하면.." 장거리 운전자에게 생기는 현실적인 불편

충전량을 100%에서 80%로 낮추면 운전자가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 에너지도 줄어든다. 특히 장거리 출퇴근이나 여행이 잦은 운전자에게는 충전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예를 들어 완충 시 4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차량이라면 단순 계산으로 80% 충전 시 약 320km를 달릴 수 있다. 실제 주행거리는 기온과 속도, 도로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진다.
다만 모든 전기차가 80% 이상 충전하면 위험하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 권고는 특정 생산연도와 차량 식별번호에 해당하는 ID.4 리콜 대상 차량에 적용된다.
"언제 다시 100% 채우나.." 수리 기다리는 차주들

폭스바겐은 일부 차량에 충전 상한을 80%로 제한하는 조치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종 수리 방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오는 11월 27일부터 차주들에게 관련 안내문이 발송될 예정이다. 이후 구체적인 수리 방법이 확정되면 추가 안내가 이뤄진다.
이번 리콜은 미국 시장의 특정 ID.4 차량을 대상으로 한다. 국내 판매 차량까지 동일하게 적용되는지는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미국의 해당 차주들은 최종 수리 안내를 받기 전까지 충전량을 80%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