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는 시급한 정신보건 문제"…청소년이라도 말리자? 그건 아니다? [스프]

안혜민 기자 2024. 9. 2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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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뉴스] 데이터로 보는 청소년과 SNS 1
 

하나의 이슈를 데이터로 깊이 있게 살펴보는 뉴스레터, 마부뉴스입니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은 혹시 밤에 누워서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을 보다가 어느새 30분이 지나있고, 또 잠깐만 봐야지 하면 1시간, 2시간이 훌쩍 지나버린 경험 있나요? 저는 종종 SNS를 보다가 늦잠을 자곤 하는데, 그럴 때면 누군가가 나서서 SNS에 빠져버린 저를 좀 말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인스타그램이 기업 스스로가 나서서 청소년들을 상대로 강력한 보호 정책을 운영하겠다고 발표를 했더라고요. 앞으로 10대 계정은 기본이 비공개 상태로 만들어서 이용에 제약을 주겠다는 건데요. 이 소식이 전해지자 SNS의 폐해가 심각한 만큼 자라나는 10대들을 위해선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습니다. 반면 아무리 그래도 원천적으로 SNS 이용을 막는 게 맞냐는 반론도 있더라고요.

오늘 마부뉴스에선 SNS가 아동, 청소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 이러한 제도가 왜 나오게 되었는지 찬찬히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청소년 SNS 규제,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메타 "앞으로 청소년 계정은 비공개"

인스타그램의 모기업인 메타에서 지난 9월 17일에 큰 발표를 하나 했어요. 바로 청소년들을 위한 Teen Accounts를 만들겠다는 거였죠. 앞으로 새롭게 만들어질 인스타그램의 청소년 이용자 계정은 비공개가 디폴트(기본값)입니다. 비공개 계정인 경우엔 계정 주인이 팔로우를 허락한 사람만 해당 계정의 게시물을 볼 수 있고, DM을 보낼 수 있기 때문에 공개 계정과 비교해서 접근성이 확 줄어들게 됩니다. 또한 메타는 Teen Accounts 이용자들에게는 민감한 내용이 포함된 게시물도 보통 계정보다 훨씬 더 강력히 제한할 예정이고요.

뿐만 아니라 이용 시간도 제한이 들어갑니다. 하루에 인스타그램 이용 시간이 1시간을 넘게 되면 앱을 닫으라는 알림이 표시되죠. 늦은 시간까지 인스타그램을 하는 청소년들 위해 밤 10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는 사용 제한 모드로 전환되고요. 사용 제한 모드로 바뀌면 인스타그램 알림도 해제되고 DM이 올 경우엔 자동으로 답장해 주게 됩니다.


부모가 자녀의 계정을 감독할 수 있는 기능도 대폭 강화됐습니다. Teen Accounts와 부모 계정이 연동을 하면, 부모 계정으로는 자녀가 누구와 채팅할 수 있는지도 하나하나 체크할 수 있게 됩니다. 일일 사용 시간 제한을 걸 수도 있고요.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는 앞으로 60일 이내로 청소년 이용자들은 Teen Accounts로 전환될 예정입니다. 우리나라는 내년 1월에 적용될 거고요. 메타는 내년엔 인스타그램뿐 아니라 자사의 페이스북, 왓츠앱, 스레드 등 다른 플랫폼에도 Teen Accounts를 도입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꽤나 강력한 규제이죠?

사실 다른 SNS에서도 비슷한 정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보다 앞서 틱톡도 강력한 청소년 보호 정책을 운영 중이거든요. 2020년에 이미 인스타그램처럼 부모 통제 장치를 도입해서 부모가 자녀의 틱톡 이용 시간, 시청 콘텐츠를 제한할 수 있도록 했죠. 지난해 3월 1일부터는 18세 미만 청소년들이 하루에 딱 1시간만 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고요. 물론 보호자 동의 하에 제한 시간을 연장할 수 있긴 하지만 말이죠.
 

10대들의 SNS 사용량은 매년 쑥쑥 증가

사실 청소년들이 SNS를 사용하는 건 너무나도 보편화된 일입니다. 2023년 퓨리서치센터의 조사 자료를 보면, 미국의 청소년(13~17세) 중 96% 넘는 비율이 SNS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중 '거의 매일 SNS를 이용'하는 청소년은 절반에 가까운 46%나 될 정도죠. 같은 기관에서 2014-2015년 사이에 조사 때에는 '거의 매일 SNS를 이용'한다고 대답한 청소년이 24%였는데, 9년 사이에 거의 2배 가까이 늘어난 겁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지난 2022년에 발표한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95.8%가 메신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나왔어요.

10대들의 SNS 사용량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녀 보호 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쿠스토디오라는 기업에서 전 세계 70만 명이 넘는 4~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앱과 평균 사용 시간을 조사해 봤는데요. 2023년 전 세계 청소년들의 SNS 평균 사용시간은 91분(소셜미디어 52분 + 메신저 39분)으로 조사됐습니다. 2020년엔 80분(소셜미디어 42분 + 메신저 38분)이었는데, 3년 사이 11분이나 늘어났죠.


그렇다면 수많은 SNS들 중 청소년들의 가장 많은 시간을 쓴 서비스는 무엇이었을까요? 분석 결과, 2023년 청소년들이 하루에 평균적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SNS는 틱톡이었습니다. 전 세계 청소년들은 하루에 틱톡을 평균 112분 사용하고 있습니다. 틱톡 다음으로는 스냅챗(74분), 인스타그램(63분), 디스코드(27분), 왓츠앱(23분)이 뒤를 이었고요.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틱톡의 성장세는 상당합니다. 2019년 틱톡 평균 이용시간은 38분으로 인스타그램에 이어 2위였습니다. 하지만 이듬해엔 그 시간이 2배 가까이 늘어난 75분으로 조사됐고, 2021년 91분, 2022년 107분, 그리고 2023년엔 112분으로 매년 거침없이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죠.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요? 지난 8월에 앱 분석 업체인 와이즈앱에서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앱을 조사해 봤습니다. 그 결과를 보면 전 세대에 걸쳐 유튜브가 1위를 차지했어요. 세대를 청소년으로 한정해 보면 인스타그램과 틱톡의 지분이 큽니다. 인스타그램은 20대 미만 이용자들의 사용시간 2위를 차지했고, 틱톡의 사용 시간도 20세 미만에서 가장 높게 분석됐습니다. 앞서 살펴본 언론진흥재단의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에서도 10대 청소년들의 SNS 이용률 1위는 인스타그램이었죠.

데이터를 살펴보면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기업 입장에서는 자사 매출의 핵심 중의 핵심을 10대 이용자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기업 입장에선 10대 이용자들이 SNS를 많이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참으로 반가운 일일 텐데, 왜 메타와 틱톡은 스스로 청소년 규제 장치를 만든 걸까요? 지금부터는 그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게요.
 

"우울한 이용자, 더 우울하게" 메타에서 터진 내부 고발

지난 2021년 10월, 미국은 한 내부고발자의 고발이 나오면서 온 나라가 떠들썩했습니다. 내부고발자의 이름은 프란시스 하우겐. 프란시스는 페이스북의 데이터 엔지니어, PM(Product Manager)으로 일했던 직원인데, 당시 페이스북이 이용자의 안전보다는 회사의 이익만을 우선시한다며 내부 문건을 언론사에 제보했습니다.

폭로된 문건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유명인의 인종 혐오 발언과 가짜 뉴스를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조회수를 높여 이윤을 더 많이 남기기 위해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운영은 SNS를 가리지 않았죠. 당시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에서도 특정 게시물이 이용자들에게 유해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삭제하지 않았거든요.

2019년 10월 10일 인스타그램 인사이트 그룹에 한 내부 보고서가 공유됩니다. 보고서에는 인스타그램이 10대들의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한 내용이 담겨 있었죠. 인스타그램 내부 연구진들은 10대 이용자들이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면서 스스로 그들의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하지만, 삶에 불만족하는 10대들은 앱을 통해 더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특히 사회적 비교, 사회적 압박, 다른 사람들과의 부정적 상호작용 등 3가지 해로움이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어요. 기업 스스로 SNS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지만, 경영진들은 이를 묵살했습니다.

또 다른 보고서도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인스타그램의 3가지 해로움 중 사회적 비교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보고서인데요, 제목은 <인스타그램에서의 외모 기반 사회적 비교>입니다. 인스타그램 연구진들은 호주, 브라질, 프랑스, 독일, 영국, 인도, 일본, 한국, 멕시코, 미국 등의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 보고서를 작성했어요.


인스타그램 이용자의 33%는 다름 사람들과 자신의 외모를 비교한다고 대답했습니다. 그중에서도 10대 소녀의 비율이 가장 높았죠. 10대 소녀 응답자 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48%가 외모를 비교한다고 대답했거든요. 그중에 37%는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보고 자신들의 신체나 외모에 대해 나쁘게 느끼고 있었어요.

연구진들은 조금 더 나아가서 '인스타그램 외모 비교 척도(IG scale)'라는 걸 만들었습니다. 이 척도의 수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자신의 외모를 다른 사람들과 비교를 많이 한다는 건데,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10대, 여성의 수치가 가장 높게 나왔습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영국, 호주, 프랑스, 미국 등 서구 국가들에서 더 심각했고요.

SNS 기업 스스로 자신들의 서비스가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위험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내부 폭로가 나오면서 사람들은 경악했습니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에게 그 악영향이 크다는 것을 분석했음에도,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조한 경영진들은 사회적으로 큰 비판을 받았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안혜민 기자 hyemin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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