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약 복용 후 정액이 묽어지는 사연?

[파이낸셜뉴스] 탈모약 복용을 시작한 남성들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공포는 남에게 말하기 힘든 공포다. 그러나 사정액이 예전보다 묽어졌다거나 쾌감, 극치감이 예전만 못하다는 감각은 단순히 심리적인 위축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구체적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분 탓이 아니다.
이 현상을 이해하려면 사정액의 구성을 알아야 한다. 사정액에서 정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5% 미만에 불과하다. 나머지 95% 이상은 전립선과 정낭에서 만들어지는 분비물이다. 전립선액은 정자의 운동성을 높이고, 정낭액은 에너지를 공급한다.
문제는 이 두 기관이 남성호르몬의 일종인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다. 탈모약인 5-알파 환원효소 억제제는 모낭을 보호하기 위해 혈중 DHT 농도를 강제로 낮추는데, 이 과정에서 전립선과 정낭의 분비 기능도 일시적으로 저하한다. 생산 공장의 가동률이 떨어지니 사정액의 양이 줄어들고 농도가 옅어지며 투명해지는 것은 약리학적으로 보면 당연한 결과다.
사정할 때 느끼는 쾌감 역시 신경학적 신호와 물리적 압력이 맞물린 결과물이다. 의학적으로 사정의 쾌감은 정액이 후부 요도에 고이며 발생하는 압력, 그리고 골반 근육이 이를 밀어낼 때 요도 벽이 팽창하며 느끼는 자극에서 생긴다.
그런데 약물로 인해 정액의 양이 20~30% 줄어들고 점도가 낮아지면, 요도 내부를 꽉 채우며 가해지던 물리적 압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뇌의 입장에서는 강력한 수압의 발사가 아니라 밋밋한 흐름으로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피나스테리드 복용군 중 약 1.2%~3.4% 정도가 이러한 사정량 감소를 경험한다. 다행인 것은, 이 탈모약 부작용이 가역적이라는 것이다. 약물이 몸 안에서 작용하는 동안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복용을 중단하면 DHT 농도는 정상화되고 위축되었던 전립선 기능도 회복된다. 또한 인체는 적응의 동물이라, 복용 초기 3~6개월이 지나면 줄어든 감각에 뇌가 익숙해지거나 신체가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며 만족도가 회복되는 경우가 흔하다.
만약 증상이 지속되어 스트레스가 크다면 무작정 약을 끊기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전문가와 상의해 복용 주기를 조절하여 부작용 민감도를 낮추거나, 혈류를 개선하는 약물을 병용하는 방법이 있다. 또한 스쿼트 같은 하체 운동은 사정 시 수축을 담당하는 골반저근을 강화해 낮아진 압력을 물리적으로 보완해 준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노세보 효과(Nocebo effect)다. 부작용에 대한 과도한 불안은 실제 약물 효과보다 더 강력하게 신체 기능을 위축시킨다. 묽어진 정액은 불임의 지표도, 기능의 영구적 고장도 아니다. 현상의 원인을 정확히 인지하고 데이터에 기반해 대응하는 것, 그것이 머리카락을 지키면서도 삶의 질을 유지하는 가장 이성적인 방법일 것이다.

kind@fnnews.com 김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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