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기업 임원인사 트렌드는 ‘F7’

김응열 2022. 11. 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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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감소 속 여성 발탁…미래 성장과 유연한 조직 만들 인재 주목
현장 감각에 2~3개 분야 정통한 인재도 부각…오너가 승진도 지속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연말 단행되는 내년 대기업 임원 인사 트렌드로 ‘F7’이 부각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30일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는 △임원수 감소(Fall) △여성 임원 중용(Female) △미래(Future) 성장 중심 임원 △유연하고(Flexible) 수평적인 조직문화에 적합한 인사 △생산, 마케팅 등 현장(Field) 출신 임원 △2~3개 분야 능통 융합(Fusion) 인재 △오너가(Family) 임원 등을 인사 트렌드로 제시했다.

◇”내년 경기 나쁘다”…임원 수 감소 속 여성은 증가

유니코써치는 내년 대기업 임원 규모가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봤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대다수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면서 보상 차원에서 임원을 다수 등용했다. 그러나 내년 경기 전망은 어둡게 보는 경우가 많아 기업들이 보수적인 경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허리띠를 졸라매 긴축 경영을 하는 곳이 많아질 수 있으며, 임원 숫자를 줄이려는 기업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는 100대 기업 기준으로 임원수가 6932명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인 지난해에는 6664명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경영 실적 호조로 인해 올해는 7100명을 넘었다. 유니코써치는 연말 인사에서 100대 기업의 임원 수가 다시 7000명 아래로 떨어질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사업 실적 악화와 인건비 부담이 컸던 IT 업종에서 임원 감소가 두드러질 것으로봤다. 화학과 금융, 건설, 식품, 유통 분야 등도 임원이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전체 임원이 줄어도 여성 임원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오는 2025년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공시 의무화의 영향이 크다.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 비중이 10%를 달성할 때까지는 대기업에서 여성 임원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 임원 숫자는 꾸준히 증가세를 그렸다.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 숫자는 2004년 13명에서 2013년 처음으로 100명을 넘었다. 2018년에는 216명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322명으로 늘어나며 300명대로 진입했다. 올해 여성 임원은 403명이다.

◇미래 먹거리 위한 젊은 인재 발탁…유연한 조직 문화도 핵심

미래 먹거리 사업을 발굴하기 위한 인재 영입도 주요한 인사 키워드다. 특히 젊은 오너 3~4세가 경영 전면에 나선 기업일수록 신사업을 키우려는 의지가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최근 신사업의 특징은 IT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사업 발굴을 위해 IT에 능통한 젊은 인재를 경영 전면에 배치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추세다.

실제 100대 기업에서 활약하는 임원 중 1975년 이후 출생한 임원은 2020년까지만 해도 5%를 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10%를 돌파했다. 이 중에서도 1980년 이후 출생한 MZ세대 젊은 임원 숫자가 100명을 넘어섰다. 기존에는 임원이 되려면 적어도 20년 이상 걸렸으나 기간이 크게 단축된 셈이다. 내년도 임원 인사에서도 미래 신사업 발굴과 관련해 MZ세대는 물론 1970년대 중후반 출생 젊은 임원들이 다수 중용될 것으로 보인다.

수평적이고 유연한 인사 제도 구축에 힘쓸 인재를 발탁하는 흐름도 짙게 나타날 전망이다. 내년 대기업의 경영 화두 중 하나는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만들어갈지 여부다. 기업들은 이를 위해 직급을 파괴하고 직무 중심으로 임원 인사 시스템을 재편하고 있는 분위기가 강하다. 직원은 물론 임원도 서열을 따지는 계급장을 떼고 직무 중심으로 평가를 하겠다는 것이다. 임원 간 수직적인 관계를 수평적이고 단순화하려는 추세는 내년 임원 인사에서도 나타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장 감각 있고 2~3개 분야 정통한 전문가 임원으로

내년 경영 환경이 나빠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생산이나 마케팅 등 현장 전방에서 뛰는 인사들이 임원으로 발탁될 가능성도 높다. 원자재값 상승으로 비용 절감 및 생산 효율 극대화 등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또 제품 판매 실적이 부진한 기업들은 마케팅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인재들을 경영 전면에 배치해 위기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긴축 경영을 위해 재무(Financial) 출신 임원도 경영 전면에 발탁될 수 있다. 이들의 주요 임무 중에는 경영 상황에 맞게 인력 규모를 조정해 인건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2~3개 분야에서 두루 활약하는 융합형 인재의 승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기존에는 한 분야에 정통한 ‘I자형’ 인재나, 여러 분야를 넓게 아는 ‘T자형’ 인재가 주목받았다. 최근에는 2~3개 분야에 해박한 전문지식을 가진 ‘F자형’ 인재가 눈길을 받고 있다는 게 유니코써치 분석이다.

융합형 인재는 CEO로 진출할 가능성이 한층 높다. 통상적으로 CEO는 한 분야에서만 실력을 보여주기보다, 2~3개 이상의 분야에서 실력이 입증된 인물이다.

국내 대기업 중 대표적인 융합형 인재 중에는 네이버(035420)의 최수연 대표이사다. 이공계 출신인 최 대표는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고 홍보와 마케팅 경력도 갖췄다.

오너가의 임원 승진 흐름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미 일부 그룹에서는 최근 인사에서 젊은 오너의 승진을 단행했다. 이재현 CJ(001040)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097950) 경영리더는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 승진했다.

특히 올해는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승진했는데,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이 부회장에 오를지가 재계 관심사 중 하나다.

김응열 (keynew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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