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대어 또 온다"...KF-21 후속으로 XUH 헬기 8조원 프로젝트 시동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기존 헬기보다 두 배 빠르고 두 배 멀리 날 수 있는 차세대 고속 중형기동헬기 'XUH' 개발 계획을 본격 추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2월 22일 한국항공우주학회 동계 심포지엄에서 공개된 이 프로젝트는 현재 운용 중인 UH-60 블랙호크를 대체할 혁신적인 헬기로 개발될 예정입니다.

이번 발표가 특별한 이유는 기존의 보수적인 헬기 개발 방식에서 탈피해 세계 최첨단 기술에 도전한다는 점입니다.

과거 수리온이나 LAH처럼 기존 기체를 개량하는 방식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헬기를 독자 개발하겠다는 것입니다.

만약 성공한다면 한국은 헬기 기술에서 선진국과의 격차를 20년에서 10년 이내로 줄이는 '퀀텀 점프'를 달성하게 됩니다.

KAI는 2026년까지 기술시범기 개발을 시작해 2031년 체계개발, 2040년 실전 배치라는 야심찬 계획을 제시했습니다.

개발비는 KF-21 전투기와 비슷한 8조원 규모로 예상되며, 이는 한국 방산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의 프로젝트가 될 전망입니다.

왜 지금 차세대 헬기가 필요한가?


현대 전장에서 헬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을 겪으면서 미군도 기존 헬기의 한계를 절감했습니다.

넓은 지역에서 빠른 기동과 장거리 작전이 필요한 상황이 늘어나면서 기존 헬기로는 한계가 명확해진 것입니다.

한국군 역시 비슷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UH60 블랙호크

한국 공군이 현재 운용 중인 UH-60 블랙호크는 1970년대 설계된 헬기로, 속도와 항속거리 면에서 현대적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특히 한반도의 지형적 특성과 주변국과의 거리를 고려하면 더 빠르고 멀리 날 수 있는 헬기가 절실합니다.

미군이 UH-60을 대체하기 위해 추진한 FLRAA 프로그램에서 벨-록히드마틴의 V-280 밸러가 선정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V-280은 기존 블랙호크보다 두 배 빠른 속도와 두 배 긴 항속거리를 자랑하는 틸트로터 헬기입니다.

한국도 미군과의 연합작전을 고려할 때 이와 동등한 성능의 헬기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세 가지 기술 방식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XUH가 목표로 하는 성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존 헬기와 완전히 다른 구조가 필요합니다. KAI는 현재 세 가지 방식을 모두 검토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동축반전/푸셔 방식입니다.

이는 두 개의 주 로터를 위아래로 겹쳐 설치하고 뒤쪽에 추진용 프로펠러를 추가하는 방식입니다.

SB1 디파이언트

러시아의 KA-32 헬기가 이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시콜스키가 개발 중인 SB-1 디파이언트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두 번째는 복합형 방식입니다.

유로콥터사의 H225M 헬기

기존 헬기와 같이 하나의 주 로터를 사용하지만, 꼬리 부분에 두 개의 프로펠러를 설치해 추진력과 균형을 동시에 담당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에어버스 헬리콥터가 이 방식의 개발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틸트로터 방식입니다.

미군이 운용중인 V280 오스프리 헬기

양쪽 날개 끝에 큰 로터를 설치하고, 이 로터의 방향을 90도 회전시켜 수직이착륙과 수평비행을 모두 가능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미군이 선택한 V-280이 바로 이 방식이며, 가장 뛰어난 비행 성능을 자랑합니다.

기술적 도전과 국제 협력의 딜레마


KAI는 세 가지 방식 모두에 대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각각의 전문업체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시콜스키와는 동축반전/푸셔 방식을, 벨과는 틸트로터 방식을, 에어버스 헬리콥터와는 복합형 방식을 공동연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다방면 접촉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국이 세 가지 기술을 동시에 개발할 인력도 예산도 시간도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하나의 방식을 선택해 집중해야 하는데, 이 결정은 기술적 고려사항뿐만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요인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가장 유력한 선택지는 틸트로터 방식입니다. 성능이 가장 우수하고 미군이 이미 선택한 방식이어서 연합작전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한국은 이미 항공우주연구원의 TR-100 무인기와 KAI의 NI-500VT에서 틸트로터 기술을 연구한 경험이 있습니다.

문제는 핵심 기술의 이전 가능성입니다.

벨 입장에서는 한국에 기술을 이전하기보다는 V-280을 직접 수출하거나 개조 개발을 제안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과거 KF-21 개발 과정에서도 경험한 문제입니다.

단계별 기술 실증 전략의 필요성


이런 기술 이전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은 2단계 기술 실증 전략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1단계에서는 1톤급 소형 기술실증기를 먼저 개발합니다.

이는 과거 개발된 TR-100과 현재 개발 중인 차기 군단급 무인기 사이 크기로, 국산 200마력 엔진 2기를 사용해 틸트로터 핵심 기술을 검증하는 것입니다.

2단계에서는 KAI가 계획한 2.5톤급 기술시범기를 개발해 실제 헬기에 적용될 기술을 최종 검증합니다.

이런 단계별 접근을 통해 기술적 위험을 줄이고 더 많은 비행시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소형 기술실증기는 나중에 무인 공격기로 발전시켜 XUH의 호위 임무나 독립 공격 임무에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유인 헬기와 무인기가 협력하는 미래 전장 개념까지 구현할 수 있게 됩니다.

8조원 프로젝트의 현실적 과제들


XUH 개발의 가장 큰 걸림돌은 막대한 개발비용입니다.

KF-21과 비슷한 8조원 규모의 예산이 필요한데, 이는 한국 방산 역사상 두 번째로 큰 프로젝트입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KF-21에 이어 또다시 8조원을 투입해야 하는 부담이 상당합니다.

개발 기간도 촉박합니다. KF-21의 경우 사업 시작부터 본격 개발까지 13년이 걸렸습니다.

XUH도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면 2040년 배치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기술격차를 줄이려면 개발 착수 결정을 최대한 빨리 내려야 합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기술 방식의 결정입니다.

세 가지 방식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 국방부와 육군이 빨리 결정해야 KAI도 구체적인 개발에 착수할 수 있습니다.

이 결정이 늦어질수록 전체 일정이 뒤로 밀리게 됩니다.

한국 헬기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프로젝트


XUH 개발 성공 여부는 한국 헬기 산업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성공한다면 한국은 미국, 러시아와 함께 차세대 헬기 기술을 보유한 몇 안 되는 국가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헬기 기술은 1990년대 서방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수리온이나 LAH 모두 기존 헬기를 개량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XUH가 성공한다면 2030년대 최첨단 기술을 확보하게 되어 기술격차를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수출 측면에서도 의미가 큽니다. 차세대 헬기 시장은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하는 블루오션입니다.

미국의 V-280 외에는 아직 실용화된 제품이 많지 않아 한국이 일찍 진입한다면 상당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실패 시의 리스크도 상당합니다. 8조원이라는 막대한 개발비가 투입되는 만큼 실패할 경우 한국 방산업계에 미치는 충격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 개발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국 XUH 프로젝트는 한국이 방산 기술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이자 동시에 큰 도전이 될 것입니다.

철저한 준비와 단계적 접근을 통해 성공 가능성을 높여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으로 몇 년간의 준비 과정이 한국 헬기 산업의 향후 20년을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