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 넘어 '일하는 AI'…우리은행 업무구조 바꾼 이유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전경 /사진 제공=우리은행

우리은행이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기반의 업무구조 개편에 나섰다.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AI를 중심으로 경영 시스템을 다시 설계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 AI전환(AX) 논의가 확산되는 가운데 우리은행이 조직 전반의 프로세스를 다시 짜는 전환전략을 선택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기존 시스템과 연계되는 '엔터프라이즈 레벨 AI 에이전트 기반 AX 추진 사업'에 착수했다. 단순한 업무보조 도구 도입을 넘어 업무수행 구조를 AI 중심으로 재편하는 프로젝트다.

우리은행은 현장 부서의 의견을 반영해 총 575개의 AI에이전트 후보 요건을 마련했다. 이후 실행가능성과 투자 대비 효과를 기준으로 평가해 적용 범위를 압축했다. 이로써 기업여신, 자산관리, 내부통제, 고객상담, 업무자동화 등 5개 영역에서 29개 핵심 업무가 선정됐다. 기존 프로세스를 단순히 자동화하는 것이 아니라 AI에이전트를 중심으로 업무흐름을 다시 설계하는 방식이다.

프로젝트 일정도 다시 짰다. 우리은행은 올해 12월 1차로 97개의 AI에이전트를 도입하고 내년 초까지 78개를 추가해 총 175개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이런 구조전환이 업무효율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한다. AI에이전트를 적용하면 업무처리 속도가 약 30% 개선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회사는 기업여신 심사 지원이나 고객상담, 내부통제 점검 등 반복업무에서 자동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2022년부터 내부 데이터 정비사업에 나서 AI 활용 기반을 구축했다. 동시에 'AI뱅커'와 '우리GPT' 등 생성형AI 서비스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며 기술 검증도 진행했다. 이에 금융권의 생성형AI 활용이 실험 단계에 머무른 시점에 비교적 빨리 내부적용 경험을 쌓았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조직에도 AI 중심 전환을 반영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디지털전략그룹을 'AX혁신그룹'으로 재편했으며 이에 앞선 6월 조직개편에서는 AI플랫폼부를 AI전략센터로 확대 개편한 바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우리금융그룹 차원의 AI 전략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임종룡 회장은 취임 이후 '모두의 AI'를 그룹의 핵심 경영방향으로 제시했다. AI를 특정 조직이 아닌 전 임직원의 경영언어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임 회장은 지난해 'AX추진위원회'를 주재하며 은행·카드·증권·보험 등 주요 계열사 대표들과 AI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최근에는 자회사를 찾아 프로젝트 진행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올해 초에는 우리금융을 'AI회사'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그룹 차원의 실행을 강조했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AI 활용이 고객 서비스를 넘어 내부 업무혁신 단계로 확장되는 흐름이 나타난다.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 영역에서의 AI 활용 가능성 때문이다. 그럼에도 실제 업무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사례는 아직 많지 않다.

업계에서는 우리은행의 시도가 금융권 AI 경쟁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줄지에 주목한다. AI 활용이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조직운영 방식과 의사결정 구조까지 바꾸는 단계로 확장된다는 점에서다.

옥일진 우리은행 AX혁신그룹 부행장은 "이번 사업은 '묻고 답하는 AI'에서 '일하고 해결하는 AI'로 전환하는 과정"이라며 "AI 기반의 경영 시스템으로 의사결정의 효율성과 리스크 관리 수준을 함께 높이겠다"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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