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캐스터 연진이는 어떻게 그 많은 담배를 피웠을까
방송 심의 규제 피해가는
사각지대 ‘OTT 속 흡연’
“더 글로리에서 박연진이 피웠던 담배 어떤 건가요?” “너무 맛있게 피워서 바꿔볼까 생각 중.”
넷플릭스 국내 1위 시리즈 ‘더 글로리’엔 학폭 가해자 박연진의 담배 피우는 장면이 거의 매회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박연진의 담배 정보를 궁금해하는 글도 많다. 최근 디즈니 플러스에서 방영 중인 시리즈 ‘카지노’ 역시 마찬가지. 주인공 최민식뿐 아니라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수시로 담배를 피운다. 공중파 방송이었다면 삭제되거나 모자이크 등 편집을 해야 방영될 수 있는 장면. OTT(Over the top)에선 어떻게 이렇게 많은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걸까.
◇OTT 더 많이 보는데, 규제는 느슨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와 같은 OTT는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스트리밍 기술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든 TV나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으로 영상물을 볼 수 있는 서비스다. 그래서 방송법에 따른 ‘방송 심의’가 아닌,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심의를 받는다. 방송 심의 규정은 음주, 욕설, 성적 언행 등의 표현을 규제한다. 또 음주·흡연·사행 행위 등을 미화하거나 조장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방송은 남녀노소가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만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망법은 다르다. 유해사이트나 불법 정보 유통 등에 관해서만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초반에는 이런 점 때문에 넷플릭스 등 OTT 콘텐츠가 인기를 끌었다. 규제에 얽매인 TV 방송보다 자유롭고 신선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청자 대부분이 OTT를 인터넷과 연결된 TV로 시청하고, 기존 공중파와 다르지 않게 인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OTT가 지상파 못지않은 영향력을 주게 됐음에도, 규제만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지난해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OTT 속 드라마 11편과 영화 24편을 모니터링했더니, OTT에서 방영된 영화 24편에서 85회의 음주와 흡연 장면, 드라마 11편에선 20회의 음주·흡연 장면이 나왔다.
중학교 3학년 딸아이를 둔 주부 이모(48)씨는 “넷플릭스에서 15세 이상 관람 가라고 해서 아이와 함께 봤다가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욕설·흡연하는 장면 때문에 당황한 적이 많다”며 “요즘 대부분 지상파는 안 봐도 넷플릭스는 보는데, 오히려 규제가 거꾸로 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직장인 김모(41)씨도 “얼마 전 편의점에서 담배 광고를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불투명 시트지를 붙였다가, 편의점 종사자들이 범죄 위험에 노출됐다는 기사를 봤다”며 “오히려 지금 상황이라면 안방 1열에선 버젓이 담배 광고가 나오는 셈”이라고 했다.
◇미국에서도 사회문제로 대두
우리보다 앞서 OTT가 도입된 미국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여러 차례 나왔다. 2019년 미국 비영리 금연 운동 단체인 트루스 이니셔티브가 15~24세 사이에서 인기 있는 미국 방송사와 케이블TV, 넷플릭스 드라마 13편을 분석했다. 넷플릭스 제작 드라마 6편에 등장한 담배 노출 장면은 총 866건으로 케이블·지상파 방송이 제작한 나머지 7편의 343건에 비해 2.5배 이상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미국 10대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끈 넷플릭스 오리지널 ‘기묘한 이야기’는 모든 에피소드에서 흡연 및 담배 노출 장면이 나왔다.
트루스 이니셔티브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영화를 통해 담배 장면에 더 많이 노출된 사람들이 덜 노출된 사람에 비해 흡연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특히 OTT 콘텐츠는 한번에 몰아서 보는 ‘폭식 시청’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미디어 콘텐츠 내 흡연 장면 노출 최소화를 위한 사회적 인식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며 “미디어가 청소년의 흡연을 조장하는 주요 경로가 될 수 있음에도 미디어 내 담배 규제는 거의 전무한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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